[게임트렌드 변화(하)] 확률형 아이템 탈피하기 위한 노력 … 플레이어들 리텐션 및 게임 몰입도 높인다

게임업계의 초창기 비즈니스 모델(BM)은 게임 구매 방식 또는 정액제 시스템이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는 리치 왕의 분노 확장팩 출시 당일 약 300만장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월정액 유료 회원 약 1200만명을 기록하는 등 전세계에서 큰 흥행을 거뒀다. 한국 최초의 상용화 온라인 게임인 '바람의 나라'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등도 정액제 서비스로 많은 유저들을 모았다.

이후 사업 BM이 고도화되며 부분 유료화 시스템이 온라인 게임 시장에 정착했다. 게임업계는 다양한 '확률형 아이템' 및 '루트 박스(Loot Box)'를 판매하며 막대한 수익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는 업계의 성장을 촉진하고 전성기를 열었으나, 끊임없이 확률 조작과 페이 투 윈(Pay to Win) 논란이 불거졌다. 업계의 신뢰가 무너지며 다양한 문제가 생겼다.

게임업계는 논란이 심한 확률형 아이템을 넘어 플레이어들에게 다른 방식의 BM을 제시하고 있다. 최근 유행하는 '배틀 패스' 및 '시즌 패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 시스템은 일정 기간 동안 다양한 미션을 수행하고 보상을 받는 간단한 형식으로 글로벌 게이머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미션 수행을 통해 플레이어들에게 게임을 지속해야 할 동기를 제시하는 다양한 긍정적인 면 또한 만들고 있다.

배틀 패스 시스템, 게임업계 흥행 주도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10월 하이퍼 FPS 게임 '오버워치2'를 론칭하며 전작의 게임 구매 방식 대신 무료 서비스(F2P) 방식을 채택했다. 또한 9주 간격의 시즌 동안 선보이는 배틀 패스를 작품에 도입하며 BM을 변경했다. 이러한 변경은 큰 성공으로 돌아와 작품 출시 열흘 만에 플레이어 수 2500만명을 돌파했으며, 블리자드의 4분기 매출 또한 전년 동기 대비 90% 이상 증가했다.

크래프톤은 글로벌 시장에서 7500만장 이상 판매된 흥행작 'PUBG: 배틀그라운드'를 지난해 F2P로 전환했다. 또한 배틀 패스에 더해 성장형 무기 스킨, 제작소 등을 선보이며 BM을 다각화했다. 그 결과 PUBG: 배틀그라운드는 일 평균 최고 동시 접속자 67만명에 달하는 흥행을 거두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이와 함께 크래프톤의 지난해 1분기 매출 역시 역대 최대치인 5230억원에 달했다. 작품의 흥행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F2P와 배틀 패스 BM의 성공적인 연착륙으로 많은 게임업체들이 이를 자사의 게임에 속속 도입하고 있다. 특히 확률형 아이템 논란으로 홍역을 앓았던 국내 게임업체들은 적극적이다. 넥슨은 최근 선보인 레이싱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에 3NO 정책을 발표했다. NO P2W, NO 캡슐형 아이템, NO 확률 등을 제시하며 많은 팬들의 지지를 얻었다. 넥슨의 다른 게임들 역시 확률형 아이템 일변도의 BM에서 탈피해 새로운 기회를 노리고 있다.

게임업계 확률형 아이템 탈피 시도 이유는?

게임업계에서 확률형 아이템을 탈피하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는 것은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 및 플레이어들의 피로도를 낮추기 위함이다. 글로벌 게이머 사이에서는 인게임 플레이와 캐릭터 성능에 연계된 확률형 아이템과 이로 기인되는 P2W를 기피해 왔다. 글로벌 게임들은 대부분 배틀 패스 시스템을 빠르게 도입했으며, 일부 확률형 아이템마저 치장 아이템 위주로 구성해 게임 승패와 연관이 없도록 해 왔다.

점차 늘어나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피로도 역시 확률형 아이템 BM이 사양세를 걷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최근 글로벌 게이머들 사이에서 루트 박스를 비롯한 확률형 아이템을 업계에서 퇴출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등장하고 있다. 특히 벨기에, 스페인, 네덜란드 등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정책 차원에서 청소년의 루트 박스 구매를 금지하고, 확률형 아이템을 도박법으로 규제하는 경우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에서는 게이머들이 몇 년간 꾸준히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불신을 표출한 결과, 지난 3월 14일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법) 일부 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법안 시행 시 게임업체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공개 의무화 및 광고 등 선전물마다 확률형 아이템의 종류 및 종류별 공급 확률정보를 표시해야 한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배틀 패스 시스템의 경우 미션 수행을 통해 플레이어들의 게임 플레이를 독려하는 경우가 많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흥미를 돋우는 다양한 치장 아이템을 제공하며 매번 같은 게임 플레이에도 동기를 제공한다. 이는 결국 게임의 리텐션과 흥행세를 크게 촉진하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작용한다.

게임업계 BM 다각화 시도 이어진다

한국 게임업체들은 그동안 부진했던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해 과감히 확률형 아이템을 벗어 던지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신작 '쓰론 앤 리버티(TL)'의 경우 아마존게임즈와 손잡고 MMORPG로 북미와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선다. 신작의 BM은 확률형 아이템 대신 시즌 패스 등 구독형 모델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탈피 시도는 최근 게임을 즐기는 대표적 방법 중 하나인 크리에이터 콘텐츠와 연계하고 있다. 크리에이터와 파트너십을 맺고 해당 크리에이터를 후원할 수 있는 인게임 상품을 서비스하고 있다. 크리에이터와 게이머, 그리고 게임업체가 상생하는 새로운 방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확률형 아이템 BM을 제외할 시 얻게 되는 수익은 이전보다 다소 줄어들 전망이지만, 지금은 플레이어들이 납득할 수 있는 BM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또한 "배틀 패스 시스템으로 플레이어들의 리텐션과 총 이용 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게이머들이 치장 아이템 등 다른 상품을 구매하며 ARPU(유저당 평균 매출)가 높아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예측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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