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혹 받는 아이언 메이스측 서비스 강행 '논란'…엔씨와 엑스엘의 다툼은 또 뭔가

최근 업계에서 자주 회자되는 토픽은 엔씨소프트와 엑스엘게임즈의 표절 다툼과 이름도 생소한 아이언 메이스라는 게임업체의 기발한 상술이다. 이 업체는 국내 게임 메이저인 넥슨이 미국 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면서 알려지기 시작했는데, 넥슨측의 주장 대로라면 장말 낯 뜨거운 일이 벌어진 것이다.

넥슨의 소장 내용은 이렇다. 아이언 메이스라는 업체에 대해 현재 개발 중인 ‘다크 앤 다커’란 게임의 개발을 중지하고 저작권 운용에 따른 금전적 피해를 보상하라는 것이다. 쉽게 말하면 ‘다크 앤 다커’란 게임은 당초 아이언 메이스의 소유물이 아닌 넥슨의 작품을 도용한 작품이므로 서비스를 할 수 없고, 넥슨이 이로 인해 피해를 입었으니 정신적, 물질적 보상을 하란 뜻이다. 넥슨은 이를 위해 최근 현지 변호사를 통해 미국 시애틀 워싱터 서부지법에 소장을 제출하는 한편, 시험판 공개를 막기 위해 게임 유명 사이트인 ‘스팀’에 이의서를 전달하는 등 아이언 메이스란 기업의 부도덕한 행위에 급제동을 걸고 나섰다.

아이언 메이스 측은 이에 대해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다만 알려진 바에 의하면 스팀 측에서 시험판 공개를 거절하자. 제3의 파일 공유 사이트인 토렌토 등을 통해 게임을 오픈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를 미뤄 종합하면 아이언 메이스측은 지금까지 해 온 자신들의 길을 그대로 가겠다는 뜻으로 읽혀진다. 넥슨측에서 법적으로 한다 하니까 법적 다툼은 하되, 게임 만큼은 자신들 뜻대로 서비스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각종 제 비용을 포함한 아주 큰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 데 과연 아이언 메이스측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더군다나 이들이 준비하고 있는 게임은 넥슨 내부 정보망을 이용해 만들어진 도난 물건이란 사실이 드러난 상태다.

이 게임은 본래 넥슨 측에서 ‘P3'란 이름으로 해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내부에서 개발력을 인정받고, 이번 사태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최 모 팀장과 박 모 개발자에게 프로젝트를 맡겼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이게 화근이 됐다. 뜨거운 가슴과 냉철한 머리 뿐 아니라 바른 품성 까지 살펴보고 프로젝트를 맡겨야 했는데 그런 절차를 무시했다. 결국 넥슨 창업 이래 처음으로 이같은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넥슨은 작품 보전을 위해 속전속결로 소송을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반면 아이언 메이스측은 게임 서비스를 위한 자금 확보에 사활을 걸고 매달리고 있다. 업계에선 이들이 영어의 몸이 되더라도 게임 서비스는 자신들이 하겠다는 속셈으로 보고 있다.

엔씨소프트와 엑스엘게임즈의 게임 표절 시비 논란은 ‘리니지 라이크’란 이름아래 빚어진 게임계의 참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여기엔 어떠한 말도 필요치 않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이를 관행이라며 크게 문제삼지 않았으나 솔직히 말이 되지 않는다. 이는 구차한 변명일 뿐이다. 엑스엘게임즈의 ‘아키에이지 워’는 ‘리니지 2M’을 표절해 만든 것이다.

더군다나 이 논란의 중심엔 대한민국 게임계의 장인이라고 불리는 송 재경이란 인물이 서 있다. 그런 그가 왜 이같은 일을 벌였을까. 몰랐다고 하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고, 알면서도 업계의 관행이라고 생각하고 가볍게 여겼다면 업계의 맏형이란 사람이 취할 태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게임계는 그간 ‘리니지 라이크‘란 국적 불명의 게임개발 관행 아래 표절을 일삼아 왔다. MMORPG 게임의 상당수가 ’리니지‘의 그 것을 거의 베껴 다 쓸 정도였다. 아무개 제작사의 A게임은 거의 빼다 박았다 할 만큼 닮아 있는 게임으로 알려져 있다.

그럼에도 엔씨소프트는 이에 대한 뚜렷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묵과해 왔다. 관대하게 보면 상대의 처지를 알고 그랬다 할 수 있고, 다른 한편으론 그런 행태를 보이는 개발사들이 대부분 중소 업체 였다는 점에서 그냥 간과한 채 넘어간 듯 하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달랐다고 한다. 엑스엘게임즈는 게임 대기업군에 속하는 카카오게임즈의 주요 패밀리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 회사를 창립한 이는 이름만 대면 다 아는 송 재경이란 1세대 스타 개발자다. 누구보다 게임 표절의 폐해를 잘 아는 그다. 그런 그가 이같은 사태를 연출했다는 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이 문제로 인해 송 재경과 그의 막역한 동료이자 과거 함께 ‘리니지’ 개발을 위해 밤샘을 같이 해 온 김 택진 엔씨소프트 사장이 때아니게 법정에서 마주하게 됐다.

쉽게 판결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이번 만큼은 법정에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해 줬음 하는 바람이 크다. 다른 저작물과 달리 게임은 요소들의 범용성이 뛰어나는 등 유사성이 적지 않다. 게임 배치 방식도 자칫 잘못하면 표절 시비가 붙기 십상이다. 따라서 더 이상 이 문제를 차일피일 미뤄선 곤란하다 하겠다.

이 사안을 포함, 아이언 메이스의 게임 도용사건을 지켜보면서 새삼 느낀 점은 게임계에 모럴 헤저드(도적적 해이)에 대한 우려와 긴장감이 풀려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다크 앤 다커’의 경우도 속을 들여다 보면 ‘한건 하고 나가면 그만’이라는 인식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리니지 라이크’도 마찬가지다. 어려운 길보다는 쉬운 길을 가려 하는 것이고, 위험 부담을 줄이면서도 지름길로 가겠다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계산법에서 나온 게임 배끼기 전략일 뿐이다.

그런데, 아이언 메이스는 그렇다 손 치더라도 명색이 잘 나간다는 평을 들어온 엑스엘게임즈의 ‘아크에이지 워’의 행태는 도대체 뭔가. 여기도 그저 치고 빠져 나가겠다는 욕심만 부린 것인가. 만의 하나, 그게 사실이라면 게임계의 처지도 딱하게 됐다고 밖에 할 수 없다.

 삶에서 뿐 아니라 비즈니스 역시 ‘no pain no gain’에서 출발한다. 그 걸 모른다면 정말 산 도둑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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