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IT업계 감원 칼바람 “남의 일 아냐”… 위기 극복 위해 다 함께 노력해야

게임산업을 둘러싼 상황이 심상치 않다. 팬데믹 종식의 기쁨도 잠시, 글로벌 경기 침체로 고용 시장에 매서운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대기업을 중심으로 ‘세계 1위 경제 대국’ 미국에서도 감원 열풍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외신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 세계 빅테크 기업의 정리해고 인원은 16만8000명 수준으로 전년 동기 대비 무려 17배나 늘어났다. 특히 지난해 연간 감원 규모인 16만4411명을 단 3개월 만에 넘어설 정도로 그 추세가 예사롭지 않다. 

빅테크 대기업의 감원 움직임은 지난해 11월 미국 메타(구 페이스북)가 1만1000명 정리해고를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올해 들어서도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이 1만명 이상을 각각 감원한다고 발표했다. 메타와 아마존은 추가 감원도 예고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비대면 업무와 디지털 전환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빅테크 대기업들은 IT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채용을 늘려왔던 터라 불과 1년여 만에 불어닥친 갑작스런 감원 바람이 당혹스러울 따름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간 '감원 무풍지대'로 통했던 애플 마저 구조조정에 나서는 움직임을 보여 글로벌 경기 침체의 심각성이 예상외로 크다는 것을 짐작케 한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감원 칼바람에 국내 게임 업계도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해고 통보를 받은 상당수가 국내 게임업체들이 임금인상 경쟁을 통해 인력확보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IT 인재들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게임업계 다크호스로 주목받았던 아마존은 기존 1만 8000여명의 감원 계획 외에도 올해 추가로 9000여명을 감원키로 해 눈길을 끌었다. 지난해 11월부터 다수의 감원을 실시하며 IT 업계 대량 해고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아마존에서 해고 통보를 받은 직원들 중 상당수는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 '루나' 부서와 아마존 게임즈 등 게임 부문에서 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게임업계에 불어닥친 감원 바람은 선후발 업체를 가리지 않고 확산되는 분위기다. 글로벌 대형 게임업체 중 한 곳인 일렉트로닉아츠(EA)는 지난달 30일 전체 직원의 6%에 달하는 대규모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세계 3개 콘솔게임 업체 중 한 곳인 MS도 올해 초 "전체 인력의 1만명 이상을 줄일 것"이라고 밝혔으며, 실제로 MS의 X박스 및 게이밍 부서는 감원의 직접적인 타격을 입었다. 세계적 경기 침체에 따른 감원 정책은 라이엇게임즈, 유비소프트 등 글로벌 대형 게임업체들도 피해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코로나 팬더믹 상황 속에서 커진 부서를 축소하고 전략적 우선 순위에 더욱 집중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먹거리로 떠오른 인공지능(AI)에 대규모 자원을 투입하면서 상대적으로 중요성이 떨어지는 게임 관련 부서가 감축의 타깃이 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게임업계에 불고 있는 인력 구조조정 열풍이 아직까지는 국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지만, 이를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연봉 인상 및 인력 확충 경쟁을 통해 몸집 불리기에 나선 국내 게임업체들이 최근 2년 동안 실적 부진에 허덕이고 있다는 점에서 글로벌 게임업체들의 이런 움직임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는 진단이다. 

실제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게임시장이 움추려들자 인건비 부담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인력 감축은 물론 사업 구조조정에 나선 게임업체들이 국내에서도 하나둘씩 늘고 있다. 일례로 코스닥 상장 게임업체인 A사의 경우 단일 작품의 흥행 부진에도 불구하고 게임계에 불어닥친 임금인상 열풍에 휩싸여 무리한 임금 인상을 단행했다. 그 결과, 수 개월을 버티지 못하고 주식은 거래정지 됐으며, 회사는 매각 수순을 밟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게 됐다. 임금인상에 환호했던 임직원들은 하루 아침에 직장을 잃고 새 일자리를 찾아야 하는 떠돌이 신세가 된 셈이다.

A사의 경우 극단적인 사례이긴 하지만 최근 게임업계에서도 직원들에게 프로젝트 중단을 이유로 당일 해고를 통보하거나 근무 부서를 옮기게 하는 등 구조조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지속되고 기업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 하면 직격탄을 맞는 곳이 바로 고용 시장이다. 미국 등과 달리 국내 게임업체들은 고용 안정 및 직원 복지에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시장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는 다면 기업 입장엔선 어쩔 수 없이 인건비 절감에 나설 수 밖에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런 이유에서 일까. 비교적 안정된 고용 환경이 정착돼 있는 게임업계에서 노조 설립이 속속 이뤄지고 있다. 지난 주에는 국내 대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의 근로자들이 노조 출범 소식을 전했다. 국내 게임 업체 중 5번째로 설립된 엔씨 노조는 ▲고용안정 ▲근로환경 개선 ▲투명한 보상체계 확립 등을 목표로 내세웠다. 

건강한 기업문화 형성을 위해 게임업계에 불고 있는 노조 설립 붐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일부 노조 조직원들의 이익 추구가 아닌 회사와 전체 임직원들의 이익과 번영을 위해 노력하는 모범적인 노조 활동을 전개해야 모두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게임을 제외한 모든 콘텐츠 분야에서 K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요즈음, 게임업계는 수년 째 글로벌 흥행작이라 할 만한 작품을 1개도 내놓지 못해 중국 시장만 바라보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임금인상과 고용안정만 외친다면 음악계, 영화계, 방송계 등 여타 콘텐츠 업계 종사자들의 질타를 받지 않을까 우려를 금할 수 없다. 

한류의 선두주자는 누가 뭐래도 게임이다. 노사가 힘을 합쳐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할 멋진 게임을 만들고 그 과실을 나눠 먹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 무엇보다도 지금은 노사를 포함한 게임계가 한국게임의 저력 발산을 위해 다 함께 뭉칠때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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