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트렌드 변화(상)] 변방에서 메인으로 화려한 변신 … 유저 수 및 매출 폭증ㆍ대형 게임업체 주도

기술 발전으로 인한 플랫폼 진화, 사회·문화적 변화 등으로 인해 게임업계는 시시각각 변화의 물결을 타고 있다. 이전까지 주류였던 작품이 급속도로 세력을 잃기도, 때로는 예상치 못한 장르의 게임이 열풍을 일으키며 업계의 메인 스트림으로 올라오곤 한다. 2010년대 초반 모바일 디바이스로의 급격한 전환과 이에 따른 캐주얼 게임의 대흥행이 대표적이다.

서브컬처 게임은 과거 '오타쿠 게임'으로 불릴 정도로 비주류의 특정 마니아층만 즐긴다는 인식이 강한 장르였다. 애니메이션 풍의 그래픽과 일본어 음성 디폴트는 다수의 국내 게이머들에게 거부감을 일으켰고, 일부만이 소규모 커뮤니티를 형성하며 암암리에 게임을 즐기곤 했다.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던 국내 게임업계가 최근 서브컬처 게임에 주목하고 있다. 하드코어 MMORPG가 점령했던 모바일 게임 매출 차트 최상단에 속속 모습을 드러내며 영향력을 발휘하는 중이다. 몇몇 국산 서브컬처 작품은 아예 서브컬처 게임의 본고장인 일본으로 건너가 존재감을 부각하고 있다. 내로라하는 대형 게임업체까지 서브컬처 게임의 개발과 퍼블리싱에 나서는 등 '서브컬처 열풍'이라고 불러야 할 정도다.

오프라인 이벤트에 몰리는 유저들

지난해 8월 서울 반포 한강공원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호요버스의 어드벤처 게임 '원신'이 오프라인 커뮤니티 이벤트 '원신 2022 여름축제'를 서울 세빛섬에서 개최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팬더믹으로 지속되던 침묵을 깨고, 원신 콘텐츠로 운영되는 야외 이벤트 중 국내 최대 규모로 행사가 열렸다. 원신 여름축제의 행사 콘텐츠는 2차 창작 부스, 코스프레 퍼레이드 등 마니아층의 수요를 확실히 챙기고, 기념품샵과 푸드트럭, 미니 게임 등 일반 시민들도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업계에서는 원신이 국내에서 지니는 인기를 감안했을 때 행사에 큰 반향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지만, 그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의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렸다. 일주일간 세빛섬 현장에 약 3만명이 방문했으며 행사장에 입장하기 위해 새벽부터 줄이 길게 늘어섰다. 인공섬인 세빛섬이 몰려드는 인파의 하중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때 가라앉으며 섬 내부에 물이 들어차는 해프닝이 발생할 정도였다.

지난해 11월 부산에서 개최된 국제 게임쇼 '지스타 2022'에서는 서브컬처 게임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여실히 드러났다. 메인 전시장이 아닌 제2전시장에서 레벨인피니트의 '승리의 여신: 니케', 즈룽게임즈의 '아르케랜드', 호요버스의 '붕괴: 스타레일'과 '원신' 등이 일제히 출격해 관람객들을 맞았다. 제2전시장은 몰려드는 인파로 전시일 내내 북새통을 이뤘으며, 관람객들은 과거 같았으면 다소 꺼려했을 법한 미소녀 캐릭터들이 그려진 종이백을 양손에 한가득 들고 전시장을 누볐다.

인기도, 매출도 폭증세

서브컬처 게임 플레이어 수 증가와 관심 폭증은 매출에도 곧바로 반영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카카오게임즈가 퍼블리싱을 통해 야심차게 선보인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출시 첫 주간 구글 플레이 매출 2위와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등을 달성하며 성공적인 출발을 알렸다. 한 달 뒤에는 신규 캐릭터를 출시하며 매출 차트 역주행을 통해 구글 플레이 매출 1위까지 거머쥐며 양대 마켓을 석권했다.

'승리의 여신: 니케' 역시 출시 후 매출 차트를 휩쓸었다. 이 작품은 출시 첫 주간 구글 플레이 매출 4위 및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기록한 것에 이어, 다음 주에는 공고하던 '리니지' 시리즈의 벽을 깨고 구글 플레이 매출 1위까지 차지했다. 특히 출시 3주만에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하는 성과를 거두며 작품의 개발사인 시프트업은 유니콘 기업에 등극했다.

이 밖에도 올해 구글 플레이 매출 1위에 오르며 양대 마켓 1위를 석권한 호요버스의 '원신'을 비롯해 아이스노게임즈의 '무기미도', 넷마블의 '페이트/그랜드 오더',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 등 다수의 서브컬처 게임들이 매출 상위권에 랭크-인 하며 서브컬처 게임은 게임업계의 블루 칩으로 떠올랐다.

서브컬처 게임의 매출 성과에 대기업들은 최근 너도나도 서브컬처 게임 열풍에 합류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1월 신작 서브컬처 게임 '에버소울'을 론칭해 양대 마켓 매출 톱10에 오르는 등 기록할 만한 성과를 냈다. 라인게임즈는 자회사 피그를 통해 흥행작 '라스트 오리진' 판권(IP)을 이관해 서비스하고 있다. 이 밖에도 한빛소프트의 '소울타이드', 라이온하트의 신작 '프로젝트C' 등 다수의 매력적인 게임이 서비스를 앞두고 있다.

전세계의 트렌드로 확장

서브컬처 게임은 더 이상 '오타쿠'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일반 게이머들에게도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매개체의 발달로 일본 하위 문화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일반인들에게도 점차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또한 대형 자본의 유입과 기술력 발전으로 이전 대비 서브컬처 게임의 퀄리티가 크게 높아져 대형 MMORPG에 비견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서브컬처 게임의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역량 또한 크게 강화됐다.

국산 서브컬처 게임은 최근 해외로 진출해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특히 넥슨게임즈의 '블루 아카이브'와 레벨인피니트의 '승리의 여신: 니케'는 서브컬처 게임의 본고장인 일본에서 애플 앱스토어 매출 최상단에 줄세우기를 성공하는 등 뛰어난 성과를 거뒀다. 이에 고무된 다수의 국산 서브컬처 게임들이 일본 및 글로벌 진출에 도전하고 있다.

서브컬처 게임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며 글로벌 트렌드로 자리잡은 가운데, 해외로 눈을 돌리기 시작한 국내 게임업체들이 큰 성과를 올리기 위해 서브컬처 게임으로 '덕심' 공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캐릭터와 스토리텔링, IP 연계한 굿즈 산업이 중요한 장르인만큼 관련 산업의 성장 또한 기대해볼만 하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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