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업체 대거 불참하며 행사 취소…기술과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해야

지금은 사라지고 없지만 20여년 전 영국에서는 'ECTS(European Computer Trade Show)'라는 게임전시회가 열렸다. 당시 이 전시회는 미국의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와 일본의 '도쿄게임쇼' 등과 함께 세계 3대 게임쇼라 불리며 명성을 날렸다. 하지만 이 전시회는 2004년을 마지막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 전시회의 뒤를 이어 유럽을 대표하는 전시회가 새롭게 부상하게 됐는데 독일 라이프치히에서 열리던 '게임즈 컨벤션'이 이 자리를 이어받게 된다. 그러다가 2009년부터 행사장소를 쾰른으로 옮기면서 이름도 '게임스컴'으로 바꾸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ECTS가 중단된 이후에도 E3와 도쿄게임쇼는 명맥을 유지하며 이어져 왔으나 최근 E3의 위상이 크게 떨어지면서 ECTS의 뒤를 따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게임 환경이 급변하고 있고 기술과 유저들의 취향이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E3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행사를 개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아무리 사정이 어렵더라도 규모를 줄여서라도 전시회를 개최하는 것이 맞다. 주최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올해 E3를 개최하겠다고 의지를 밝혔으나 결국 이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된 것이다. 이는 그만큼 사정이 열악해 졌다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로 인해 미국 게임산업의 이미지도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세계3대 게임쇼 중 하나인 E3가 이렇게 몰락할 줄 아무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3년간 열리지 않은 여파도 컸지만 직접적인 원인은 주요 업체들이 줄줄이 참가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닌텐도 등 콘솔 시장을 삼분하는 빅3 메이커들이 E3에 불참한다고 선언했고 최근에는 유비소프트, 세가, 텐센트 등까지 불참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러나 E3가 개최되지 못한다고 해서 게임전시회 전체가 사양길로 접어들었다고 할 수는 없다. E3의 경우 B2B를 중심으로 하는 전시회기 때문에 B2C 중심인 타 전시회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것이다.

B2C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 독일의 게임스컴과 중국의 차이나조이, 그리고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지스타까지 여전히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분위기가 언제까지 계속될 수 있을 것인지는 장담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를 반영하듯 세계 게임전시회의 지각변동이 거세게 일고 있다. 기존의 강자들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새로운 강자들이 부상하고 있다. 중국의 차이나조이과 프랑스의 파리 게임위크, 브라질 게임쇼 등이 관람객 30만명을 넘어서는 등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분석해 보면 특정 지역에서 모든 정보 교류와 상거래가 이뤄졌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현지를 중심으로 유저들에게 게임을 홍보하는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콘솔과 PC패키지 중심이 아니라 온라인과 모바일게임이 중심이 되고 있다. 시장은 변한다. 그 변화를 먼저 따라 잡는다면 살아남겠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시장에서 퇴출되는 수모를 겪을 수밖에 없다.

우리가 자랑하는 지스타도 그 변화를 수용하고 한 발 더 앞서 나가야 할 것이다. 당초 지스타는 국제전시회를 표방했고 초기에는 외국 업체들도 일부 참가하는 등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국제전시회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국내 업체들 중심으로 전시회가 꾸려지고 있다.

지스타는 B2C를 중심으로 하지만 B2B 비중도 작지 않다. 이를 통해 한국산 온라인게임과 모바일게임을 세계에 알리는 역할을 해 왔다. 하지만 E3의 부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변화하는 시장을 따라가지 못하면 B2B의 성과는 떨어질 수 밖에 없다. 이에 대한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또 지스타를 위협하는 요소들은 하나둘이 아니다. 도쿄 게임쇼의 경우 지스타와 주종목과 겹치지 않지만 중국 차이나조이의 경우 온라인과 모바일 중심의 전시회로 규모 면에서 이미 지스타를 뛰어넘었으며 영향력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유럽과 남미, 동남아 등 각 지역을 대표하는 전시회들이 성장하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우리가 편안히 안주할 수 없는 상황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과 플랫폼의 변화를 먼저 이끌어 가면서 트렌드를 주도할 수 있는 전시회를 만들어야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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