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게임의 현주소와 미래는(하)] 태동기부터 규제와 맞서 싸워온 게임 … 게임 질병 코드ㆍ메타버스 분리 등 여전히 아프다

'수출 효자' 종목인 게임산업은 최근 다양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의 성장세는 마침내 한국을 제쳤으며, 신흥 게임시장에서도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오고 있다.

게임산업 전반적으로는 패러다임 시프트가 일어나고 있다.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게임이 최근 몇 년간 글로벌에서 큰 인기를 끌며, 일반 게이머들도 '플레이 투 언(P2E)'이라는 용어 정도는 들어봤을 만큼 인지도를 넓히고 있다.

또한 '마인크래프트'와 '로블록스'로 인해 최근 몇 년간 샌드박스 장르의 게임이 글로벌에서 큰 화제를 일으켰으며, 이 때문에 온라인 내의 공간에서 다채로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가 게임업계의 큰 관심사에 올랐다. 대형 IT업체들의 주도로 빠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하지만 게임산업 전반에 극적인 변화가 일어나는 가운데 국내에서는 아직 갈피조차 못 잡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게임에 가해진 각종 규제다. '게임 중독'과 '강제적 셧다운제'를 시작으로 국내 게임산업은 태동기와 성장 과정부터 꾸준히 규제에 발목 잡혀왔다. 이는 최근에도 다르지 않다.

블록체인 게임은 법적으로 국내 서비스가 불가하기 때문에 걸음마조차 떼지 못했다. 메타버스는 정책적으로 "게임이냐, 아니냐"를 최근에야 결정했으며 여전히 성장 저해 요인이 있다. 여전히 국내 게임산업은 각종 규제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홈과 원정에서 이중고를 겪는 나날이 이어지고 있다.

아직 끝나지 않은 '게임 중독'과의 전쟁

국내 게임산업은 태동기부터 규제 및 편견과 맞서 싸워왔다. 청소년들의 학업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로 지적되며 학부모 및 사회 전반에서 게임 때리기가 이어졌고, 급기야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이 탄생하기에 이르렀다. 게임을 중독성이 강한 도박, 약물 등과 같은 선상에 놓고 강력한 규제책을 펼쳤으며 사회적 인식을 추락시켰다.

지난 2013년에는 게임을 알코올, 도박, 마약과 함께 4대 중독물질로 규정하는 이른바 '게임 중독법'이 국회에서 발의되기도 했다. 게임의 생산과 유통을 규제하는 해당 법안은 당시 일부 단체로부터 환영받기까지 했다. 게임업계와 게이머들의 노력으로 법안 통과를 저지하긴 했으나 하마터면 아찔한 상황이 연출될 뻔한 순간이었다.

인터넷 게임 제공자가 만 16세 이하의 청소년에 게임을 제공할 수 없도록 규정한 '강제적 셧다운제'는 지난 2011년 시행 후 10여년간 게임업계에 많은 문제를 안겼다. 지난해를 끝으로 폐지되긴 했으나 게임의 부정적인 면을 확대해석하며, 게임을 '통제해야 하는 것'으로 규정했다. 사회적 여론이 악화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업계의 게임인식 개선 노력 및 다양한 사회적 가치 실현으로 게임에 대한 사회적 분위기는 이전에 비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게임 중독'이라는 표현 역시 다소 순화된 '게임이용장애(게임 과몰입)'이라는 표현으로 대체됐다. 하지만 게임 중독의 망령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게임에 대한 부정적 용어 사용이 고착화돼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게임 질병 코드' 도입 놓고 업계 긴장

국내 게임업계는 최근 '질병 코드'라는 새로운 암초를 만났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지난 2019년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분류기준안(ICD-11)'을 발표했고, 이를 194개 회원국에 권고했기 때문이다.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분류할 시 각종 규제책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중독성이 강한 담배와 도박 등에 적용되는 중독세를 게임에 적용해 '게임 중독세'가 탄생할 수도 있으며, 게임 유통에 특별한 허가가 필요할 수도 있다. 지난 2013년에 발의된 '게임중독법'과 비슷한 맥락이다. 또한 사회적, 산업적 파급효과로 인해 국내 게임산업에 큰 여파가 밀어닥칠 수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보고서를 발간해 이에 대한 영향력을 분석한 바 있다. 2022년 기준 연구 결과에 따르면 게임 질병코드 도입 시 첫 해 4조 1200억원, 이듬해 4조 9500억원의 피해가 추가로 발생하며 2년간 10조원에 달하는 손실이 발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또한 총 생산 감소 효과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나며 2년간 약 12만명이 신규 취업 기회를 잃게 된다.

국내에서는 한국표준질병분류(KCD)가 개정되는 2025년까지 게임 질병 코드 도입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를 얻기 위해 각종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으며, 하나같이 게임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자칫 국내 게임산업의 고사를 불러올 수 있는 만큼 업계 전체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게임 분리 결정 … "게임 규제를 풀어라"

국내 게임업체는 메타버스에 집중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컴투스는 올-인-원 메타버스 플랫폼인 '컴투버스'를 장기간 개발해오고 있으며, 넷마블 역시 자회사 메타버스월드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 '그랜드크로스: 메타월드'를 공개한 바 있다. 크래프톤의 '프로젝트 미글루', 넥슨의 '메이플스토리 유니버스' 등도 뛰어난 퀄리티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를 위한 제반 사정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특히 메타버스에 포함된 게임적 요소로 인해 메타버스 플랫폼이 게임산업법의 적용을 받게 된다면 각종 규제로 인해 향후 큰 성장의 저해를 받게 된다.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메타버스를 게임으로 분류해야 하냐, 아니냐"를 두고 정치권의 날선 공방이 이어졌으며,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는 네이버제트의 김대욱 대표가 증인으로 출석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결국 지난 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상반기 중으로 게임과 메타버스를 구분하는 가이드라인을 수립한다를 방침을 밝혔다. 현재 게임산업에서 시행중인 규제 등이 메타버스 산업에 그대로 적용될 경우 업계 부담을 가중시키거나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는 판단에 의한 것이었다. 게임업계의 대표적 신사업에 규제를 최소화하겠다는 정책적 결론에 업계에서는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결론이 과연 최선인지를 생각해보면 다소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다. 만약 업계를 진정으로 위했다면 "성장하려는 국내 게임산업에 가해진 각종 불필요한 규제를 제거한다"는 결론이 나왔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게임은 이미 연간 20조원의 시장으로 성장한 대표적인 미래 먹거리 사업이고, 메타버스는 이제 걸음마 단계인 사업이다. 게임은 그대로 규제를 이어가면서도 메타버스만 규제를 풀어준다는 방침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메타버스와 게임의 분리 논란 이외에도 확률형 아이템을 향한 사행성 및 정보 공개 규제, 블록체인 게임 서비스 불가, 웹보드 게임을 향한 때리기, 해외 게임에 대한 국산 게임의 역차별 등 각종 규제로 국내 게임산업은 멍들고 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게임 시장에서 한국 게임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규제를 풀고 적극적인 지원이 절실한 때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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