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처럼 규제만 양산하면 실패 … 투자환경 개선 등 경쟁력 높일 수 있는 방안 찾아야

수 억 원을 호가하는 예술 작품이나 수 백억 원 대의 빌딩은 누구나 갖고 싶어 하지만, 셀러리맨들에겐 그저 막연한 동경의 대상일 뿐이다. STO(토큰증권발행, Security Token Offering)는 이런 꿈을 현실로 만들어 주는 수단이다. 단돈 백만 원, 또는 천만 원으로 작품이나 건물의 일부를 소유할 수 있는 길을 토큰증권이 열어 주기 때문이다. 

올해 초 정부는 토큰증권의 제도권 편입 스케줄을 발표했다. '전자증권법 및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상반기 중 국회에 제출하고, 내년 말 쯤 시행에 들어가겠다는 것이다. 지지부진하던 토큰 증권산업이 비로소 첫 발을 내딛게 되는 셈이다. 

STO는 왜 관심의 대상이 될까?

'조각투자'로 불리는 STO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해 실물 자산이나 가치 있는 권리에 분할 투자하는 금융 기법이다. 부동산, 미술품, 저작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비즈니스가 이루어지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 규제조치로 인해 발목이 잡혀 있는 분야다.   

뮤직카우가 조각 투자의 대표적인 예다. 음악저작권 조각 투자라는 비즈니스 모델로 대규모 마케팅을 펼치며 공격적인 사업을 펼쳤지만, 정부의 규제로 인해 좌초됐던 것이 불과 얼마 전의 일이다. 최근 혁신금융사업자로 선정돼 다시 서비스를 시작하긴 했지만 각종 규제로 난관에 봉착한 이같은 사례는 수두룩하다. 

현재 전 세계 STO 시장은 약 167억 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아직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시장이 본격적으로 개화한다면 기하급수적인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프랑스, 스위스,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이 일찌감치 STO 시장을 열고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 

국토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부동산 STO 시장이 열릴 경우 600조 원이 넘는 거래대금에 수수료만도 1조5,000억 원에 달하는 시장규모를 형성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술품 STO 시장 역시 거래 금액만도 조 단위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렇듯 STO 산업은 금융산업에서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이끌어 낼 수 있을 만큼 엄청난 규모의 비즈니스가 될 것이란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예를 조금 더 들어보자. 게임 아이템에 STO를 접목하는 것도 꽤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수백~수천만 원을 호가하는 게임 아이템을 여러명이 분산 소유하고, 거래하는 플랫폼 구축사업이 적극 검토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될 경우 마니아층이 탄탄한데다 유동성이 높아 경쟁력 있는 비즈니스로 자리잡게 될 것이 거의 확실해 보인다.

얼마전 롤렉스 시계 11종을 상품으로 꾸민 '피스 롤렉스 집합 1호'는 공개 30분만에 완판을 기록했으며, 2억 원 상당의 '피스 롤렉스 집합 2호'는 1분 완판이란 신기록을 작성했다. 운영사인 바이셀스탠다드는 이를 기반으로 신한투자증권과 협약을 맺고 STO 공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블록체인 기업인 파라메타(구 아이콘루프)도 탄소배출권 거래 기업인 그리너리와 손잡고 탄소배출권 조각 투자를 위한 플랫폼 구축을 시작했다. 

이처럼 대중들에게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STO 비즈니스가 개발되고 있고, 새로운 프로젝트가 속속 등장하면서 그 수요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실물경제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STO 거래소가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한다면 현재의 암호화폐 거래소를 능가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STO의 가장 큰 장점은 블록체인의 투명하고 효율적인 시스템을 적극 활용한다는 것이다. 모든 상업적인 자산을 온체인에 올려 관리할 수 있으며, 거래 추적이 가능해 부정과 편법이라는 리스크를 제거하기도 한다. 블록체인의 특성을 고스란히 실물 경제에 접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제도권화를 위한 첫 발을 디딘 우리에게 가장 시급한 과제는 일정을 서둘러 앞선 나라들과의 격차를 줄여 나가는 것이다. 따라서 법제도 정비와 동시에 STO 장외거래소 설립 및 시스템 구축을 최대한 앞당겨야 한다. 

이미 2017년에 사업 검토를 시작한 싱가포르는 2020년 토큰증권 플랫폼인 ADDX를 인가하면서 해외 자본을 끌어들이는 전략을 쓰고 있다. 한화자산운용도 싱가포르 플랫폼에 투자하는 등 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이 현실화 되는 상황이다. 더 늦어진다면 지속적인 자본 유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신뢰할 수 있는 STO 투자환경을 서둘러 조성한다면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 뿐 아니라  멀게만 느껴져 온 금융강국 실현의 목표도 쉽게 풀어갈 수 있을 것이란 점이다.

우리는 이미 글로벌 암호화폐 강국의 기회를 각종 규제로 인해 놓쳐버린 아픈 과거가 있다. 언필칭, 그런 바보 같은 짓을 STO 분야에서 또다시 되풀이 하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s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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