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발표에 시장 반응 ‘엇갈려’ … 게임규제부터 풀면 될 일을 

최근 메타버스 규제 완화가 IT업계의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가 메타버스 산업 육성을 위해 선허용-후규제를 원칙으로 하면서 규제 수준도 최소한으로 적용키로 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2일 제3차 규제혁신전략회의에서 '메타버스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선제적 규제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메타버스가 산업 전반에 광범위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되는 미래 신산업인 만큼 이를 육성하기 위해선 선제적 규제혁신이 필요하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올해 안에 메타버스의 게임규제 적용 여부, 대체불가토큰(NFT)의 가상자산 인정 여부, 메타버스 내 성범죄 인정 여부 등 다양한 쟁점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의 이번 조치에 IT업계는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도 그럴 것이 메타버스는 수년 전부터 글로벌 IT 업계의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을 받아왔다. 최근 국내에서는 메타버스 열풍이 주춤한 듯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시장에서는 메타버스의 성장 가능성을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다. 글로벌 시장으로 영토 확장을 노리고 있는 국내 IT업체들이 메타버스에 무한한 관심과 애정을 쏟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최근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글로벌 모바일 전시회인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3)에서도 국내 IT업체들의 메타버스 사업에 대한 열정을 체감할 수 있었다.

SKT는 '이프랜드' 글로벌 버전을 주요 전시품으로 내세웠다. 관람객들은 전시장에서 직접 이프래드를 통해 아바타를 움직여보고 싸이의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춤추는 모습을 확인했다. SKT 측은 "메타버스는 5G 시대의 킬러 앱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이프랜드를 메타버스 시대의 싸이월드로 만들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KT도 전시장에 메타버스 체험 공간을 마련했다. 관람객들은 KT가 준비한 체험 스마트폰을 통해 '메타라운지'와 '지니버스'를 체험했다.

이번 전시회 현장 분위기만 봐서는 이동통신 등 IT업체들이 메타버스 산업을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일찍이 메타버스의 무한한 성장 가능성을 엿보고 나름 착실하게 시장을 일궈온 곳은 바로 게임업체들이다. ‘로블록스’나 ‘마인크래프트’와 같은 메타버스 게임이 시장 개척의 선구자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넥슨·컴투스 등 국내 게임업체들 역시 오래전부터 미래 먹거리인 메타버스 사업에 힘을 쏟아 왔다. 메타버스의 킬러 콘텐츠는 누가 뭐래도 게임이며, 여기에 NFT와 암호화폐 등 블록체인 기술과 운영 노하우가 접목된다면 그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타버스 산업 육성과 규제 완화가 이슈로 부각될 때마다 게임업계는 철저하게 소외 당하는 모습이 연출되곤 한다. 마치 게임이 메타버스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것 같은 뉘앙스 마저 풍기고 있으니 하는 얘기다. 

실제로 일각에서는 “국내 메타버스 산업 규모가 오는 2030년 400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 산업을 제때 키우기 위해서는 게임과의 규제 분리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그래서 일까.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메타버스 육성 방안'의 핵심은 메타버스에 적용될 수 있는 게임규제 우려 해소에 초점을 맞춘 모양새다. 즉 게임과 메타버스의 구분 등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연내 수립해 사업자들이 ‘환금성 이슈’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겠다는 것이다. 

정부의 이번 메타버스 규제 완화 계획은 IT업계 모두가 반길만한 소식임에도 정작 게임업계는 무덤덤한 반응 일색이다. 게임에서 벗어난 메타버스의 미래는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게임과 NFT, 암화화폐 등은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들이다. 게임과 메타버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인 셈이다. 따라서 메타버스 산업을 육성하고 싶다면 또 다시 쟁점화되고 있는 게임과 메타버스 분리 추진에 앞서 게임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풀면 될 일이다. 미래 먹거리로 검증되지 않은 메타버스는 되고, 왜 이미 검증받은 게임은 안된다는 것인지 이해 할 수가 없다.   

정부에서는 게임과의 구분을 통한 최소 규제로 메타버스 산업을 육성한다는 계획이지만 유망 신사업 부문에서 게임이 배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외관상 게임으로 보이는 두 콘텐츠에 대해 서로 다른 규제 잣대를 들이댄다면 형평성 논란이 발생하거나 규제 회피 꼼수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도 문제다.

이런 저럼 우려와 문제점들을 떠나서 향후 메타버스 산업을 이끌어 갈 핵심 주역은 게임업체들이다. 수년 전 산업 전반에 걸쳐 메타버스 열풍이 불었다가 이내 식었을 때도, 게임업계는 지속적으로 메타버스 생태계 구축을 위해 노력해왔다. 메타버스의 미래를 보고 싶다면 게임업체들의 행보를 지켜보면 된다. 정책적 지원은 바라지도 않는다. 당초 약속대로 규제를 풀어주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가 반도체나 한류 콘텐츠처럼 미래 메타버스 산업의 주도권을 잡고 있는 모습을 보고 싶다면 말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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