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신철 한국게임산업협회 회장이 민간 단체장으로선 보기 드문 역사를 작성했다. 지난 2015년 협회장에 첫 취임한 이후 이번에 5연임에 성공한 것이다. 그의 임기를 포함하면 2025년까지 10년간 협회 살림을 맡게 되는 데 정말 대단한 일이라 아니 할 수 없겠다. 

협회 살림을 책임지는 자리는 그렇게 명예로운 자리가 아니다. 또 자신을 드러내는 곳도 아니다. 때론 험한 소리에 맘을 삭혀야 하고, 홀로 고민하며 결단을 내려야 할 때도 적지 않다. 잘하면 본전이고 못하면 욕이 서말이라는 말을 들을 법 한 곳이 다름아닌 민간 단체장이란 자리다.

특히 게임협회장이란 자리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정부와 국회 , 시민단체의 목소리를 시시때때로 경청해야 하고, 시기를 놓치지 않고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렇치 않으면 바로 화살이 날아든다.  또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게임 유저들의 민원 처리 역시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이런 일들이 하나 둘이 아니라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현안들을 모두 협회장이 챙겨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지난 8년 간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강 회장의 노고에 먼저 감사한 마음을 표하고자 한다. 또 그같은 역할을 2년 더 하겠다고 결심한 그에게 다시한번  심심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자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강 회장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안타까움이 없지 않다. 그가 회장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해서가 아니다. 급격히 변화하는 시장 환경과 산업의 패러다임에 걸맞은 적임자를 발탁해 기용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는 뜻이다.

협회가 가장 경계해야 하는 것은 타성과 안주하는 모습이다. 처방전이란 것도 다소 고루해지면 듣지 않는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것도 다 그  때문이다. 솔직히 강 회장의 장기 집권(?)이 인재난 때문에 가능했던 것인지 아니면 게임 메이저들의 폭탄 돌리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 인지에 대해서는 정확히 가늠키 어렵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후자 쪽에 더 무게감을 싣고 있다. 인재난이 아니라 서로 자리를 떠 넘긴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보니 무난한 카드를 찾게 됐고, 그 카드가 지금까지 유용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협회장 선출 역시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크래프톤, 스마일게이트 등 주요 회원사들의 의견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회장직에 도전한 인사도 있었지만 결국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한 것이다. 

5연임에 성공한 강 회장은 취임사를 통해 회원사들이 시대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면서 특히 제도권과 산업현장의 소통 문제를 전향적으로 개선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솔직히, 이 시점에서 바라는 회장 상은 역설적으로 회원사와 호흡이 잘맞는 회장보다는 그렇지 않은 회장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또 기계적으로 하는 듯한 미시적 관점의 처방전 보다는 거시적 관점의 산업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회장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기대감이 적지 않다. 막말로 5연임이 마지막 중책임을 알고 강 회장이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뜻이다. 

이번이야 말로 보이지 않은 손들에 의해 떠 넘겨진 회장직을 수행하는 회장이 아니라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마음인 것이다.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