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음악 장르가 과거의 위상과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게임의 배경을 채색하는 정도로 여겨졌던 게임 음악이 이제는 어엿한 예술의 범주로 인정받고 있는 것이다.

미국 레코딩 아카데미는 지난 6일(한국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크립토닷컴 아레나에서 열린 '제65회 그래미 어워드' 시상식에서 올해 첫 제정된 '비디오 게임과 기타 인터랙티브 미디어 최고의 사운드 트랙(Best Score Soundtrack for Video Games and Other Interactive Media)' 부문 수상작으로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라그나로크의 서막'을 선정했다.

이번에 후보작으로 오른 작품은 '어쌔신' 외 ▲콜 오브 듀티: 뱅가드 ▲어쌔신 크리드: 발할라, 라그나로크의 서막 ▲마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에이리언: 파이어팀 엘리트 ▲올드 월드 등 총 5개작이 이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다.

게임 음악이 그래미 상을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11년 온라인 게임 '문명4'의 테마곡 '바바 예투예투(Baba Yetu)'가 게임 음악 최초로 그래미 상을 수상했고, 지난해에는 '별의 커비'의 배경음악인 '메타나이트의 역습(Meta Knight's Revenge)'이 편곡 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게임부문이 따로 분리돼 경연을 펼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비디오게임 종주국으로 불리는 일본에서는 오래 전부터 게임음악이 하나의 예술장르로 인정 받아왔다. 오케스트라의 배경음악이 자주 등장하면서 게임의 몰입도를 높여주는 역할을 톡톡이 하고 있다. 

이러한 미국과 일본의 환경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아직 게임음악에 대한 인식이 태부족한 실정이다. 일부 메이저 기업 등 대기업들은 게임 음악에 대한 투자를 강화하고 있긴 하지만, 상당수 게임업체들은 그렇지 못하다.  제한된 게임개발 예산도 그 것이지만 여전히 게임음악은 게임을 극대화하기 위한 보조 수단 또는 툴 정도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변화의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말 '국회 문화콘텐츠 포럼'은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게임 문화예술 콘서트'를 개최, 주목을 끌었다. 이 날 콘서트에는 총 11곡의 게임음악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이 소개됐는데, 참석한 내외빈 인사들이 빼어난 게임 음악 수준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이다.

주최측은 앞으로 이같은 행사를 자주 열겠다고 밝혔는데, 게임업계 역시 이같은 분위기에 상당히 고무됐다는 것이 한 관계자의 전언이다.

게임과 음악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특히 대중에게 가장 가까이 가게 된 배경 가운데 하나가 다름아닌 소리를 삽입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영화, 만화 애니메이션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영화 내용은 모르면서 영화음악을 기억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중적인 사랑을 받고 있는 일본의 게임음악의 경우가 그렇다. 게임은 하지 않지만 그 게임의 테마 음악 정도는 읇조리는 식이다. 그 때문인지 게임음악만 전문적으로 부르는 가수가 나올 정도다.

게임은 종합예술이다. 이는 여러 예술적 요소들이 한데 모여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간 게임업계가 너무 게임 개발에만 열중해 왔다. 그러다보니 종합예술이라고 하면서 한쪽으로 쏠리는 기현상을 연출해 온 것이다. 결국 종합예술로서 대우도 못받고 원소스 멀티유즈라는 다양한 부가가치의 실현 기회도 놓쳐버리는, 축소지향의 모습만 보여준 셈이 됐다.

이번 그래미 어워드의 게임음악상 제정을 계기로 우리 게임업계 역시 다른 행보를 보였으면 한다.

최근  트롯 경연 대회가 국내 지상파와 케이블의 주요 프로그램으로 자리하고 있다. 그런데 이곳에서 트롯 뿐 만 아니라 게임음악이 불려진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 봤다. 또 음반 제작사인 하이브가 왜 SM 인수에 공을 들이고 있는지도 곰곰히 주변을 살펴봤으면 한다. 그만큼 음악 시장의 외연이 크다는 것이고, 그 여파가 게임쪽으로 밀려 들어올 것이란 점이다. 

게임음악의 위상변화. 우리는 이제 시작한다 하지만 충분히 가능하고,  개척할 수 있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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