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 전 ICT업체들이 경쟁적으로 개발자들을 끌어 모으면서 몸 값이 두배 이상 뛰어오른 적이 있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비대면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너도 나도 투자 확대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산됐는데, 최근에는 이같은 과잉 속도를 낸 탓에 도리어 인력 재배치를 위한 구조조정 등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넥슨게임즈가 올해 300여 명 규모의 인력을 고용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신작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해 이같은 인력을 충원하게 됐다는 게 넥슨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가 개발 중인 작품은 루트슈터 게임 ‘퍼스트 디센던트’, TPS ‘베일드 엑스퍼트’, MMORTS 게임 ‘갓썸: 클래시 오브 갓’ 등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장르의 작품들이 대거 포진하고 있다. 또 넥슨이 개발한 MMORPG ‘야생의 땅: 듀랑고’의 판권(IP)을 활용한 ‘프로젝트 DX’, 네오플의 ‘던전앤파이터’ IP 기반의 오픈월드 액션 RPG ‘프로젝트 DW’ 등 대표 판권을 활용한 작품 라인업도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는 달리 데브시스터즈는 일부 사업을 정리하면서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쿠키런’ IP 팬 플랫폼 ‘마이쿠키런’ 프로젝트를 정리하면서 40여명의 직원을 타 부서로 이동시키기로 했다. 

이 회사는 최근 ‘마이쿠키런’이 기획 및 개발했던 팬 플랫폼에 대해 시장성과 서비스 방향성 등을 점검했고, 플랫폼 외에 라이선싱, 애니메이션, 게임 연관 사업 등 IP 확장 가능성에 집중하기 위해 해당 프로젝트를 정리하고 부서이동을 단행했다는 것이다. 

두 회사의 움직임을 단순하게 보면 한 쪽에선 인력을 확충하는데 다른 한편에선 구조조정에 나서는 모양새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게임산업의 특성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게임산업은 자동차나 반도체 처럼 인력 순환 구도가 완만하지 않다. 예컨대 창의력과 예술성을 바탕으로 하는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막말로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방식이다. 인력 편성이 매우 유동적이고 탄력적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하루 8시간 등 정해진 시간 안에 일을 마무리해야 하는 타 산업과 달리 작품 테스트나 서비스 오픈 시점에 맞춰 집중적으로 일을 해야 하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할 때가 많다. 논란을 빚고 있는 이른바 '크런치 타임'이라고 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에대해 노동계 입장에선 동의하기 어렵다 하겠지만, 게임계 입장에선 불가피한 상황을 연출할 수 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특히  기계처럼 찍어내는 제품이 아닌 창의성과 몰입성을 갖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우리는 어느 것이 옳고 그르다는 입장을 취하고 싶진 않다. 중요한 것은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하고, 더 나가서는 선진국 처럼 노동의 유연성이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그 것이 장기적인 측면에서 노동자와 고용주에게 이익이 돌아간다는 점이고 산업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지름길이다.

최근 벤처기업과 스타트업에서는 인력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대기업들은 유휴 인력으로 인해 야단인데, 이들 벤처들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우리 사회가 고급 인력들을 제대로 배치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경직된 노동 시장으론 대외 경쟁력을 제고할 수 없다. 특히 모였다 흩어지고 다시 모이는 게임 산업의 인력 특성을 고려한 노동정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다시 언급하고자 한다. 산업별 특성에 걸맞은 노동정책을 왜 수립하지 못하느냐는 것이다. 색깔이 흰 색과 검은 색만으론 미를 창조할 수 없다. 그래서 7원색이 있다.  노동정책이 그 방향으로 가는게 옳다. 이분법적이고 획일적인 노동정책으론 더이상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사실을 노동정책 입안자들이 알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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