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시가 최근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조성사업을 백지화 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e스포츠계가 크게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더군다나 가뜩이나 코로나19 사태로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는 시점에 이같은 방침이 터져 나오자  일각에선 e스포츠계의 위기설이 또다시 나오고 있다. 

성남시는 최근 시정조정위원회를 열고 e스포츠 전용 경기장 조성 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검토해 온 결과 이 사업을 더이상 진행하지 않는 것이 시 재정 건전성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사업 중단 결정을 내렸다. 

조정위는 그러면서 e스포츠 산업의 환경 변화와 투입 사업비 대비 낮은 기대효과 등을 지적했다. 2019년 이후 e스포츠 시장의 규모 감축과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오프라인 경기 축소, 일부 인기 종목에 편중된 대회 개최 등이 문제점이라는 것이다.

또 2020년 이후 개관한 지방 e스포츠 전용 경기장 대부분이 낮은 수익성으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도 경기장 조성 방침을 철회한 또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성남시의 이같은 e스포츠 전용 구장 설립 취소 배경을 살펴보면 나름 타당성이 없지 않아 보인다. 막대한 시 재정을 들여 경기장을 조성했는데, 운용 실적보다는 유지 보수 비용만 증가한다고 하면 성남시의 입장에선 상당히 고민스러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가지를 간과한 것이 있다. 그 것은 어느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흉내낼 수 없는 성남시만이 지니고 있는 시의 상징성과 그에 따른 소명감이다.

성남시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게임업체들과 굵직굵직한 정보통신 업체들이 대거 밀집해 있는 판교 테크노밸리를 품고 있다. 성남지역의 볼품 없는 자투리 땅에 불과했던 이 곳이 황금알을 낳는 거위의 땅으로 변한 것이다. 그 덕에 과거, 성남시 하면 떠오르는 철거민 거주지역이란 이미지도 싹 지워버렸다.

또 이 곳에 입주해 있는 기업들은 그 규모 뿐 아니라 성남시의 재정 자립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자체 가운데 성남시가 재정 건전성에 높은 점수를 받는 이유도 다 이 때문이다. 따라서 성남시와 판교 테크노밸리는 마치 숙명과 같이 떼려야 뗄 수없는 관계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성남시가 이처럼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상징성을 지닌 지자체라면 적어도 e스포츠 경기장 설립 백지화 방침 보다는 장고 중이라는 입장 발표가 맞고, 더 나아가 시의 정체성과 걸맞은 정책 재검토가 이뤄져야 옳다는 생각이다.   

특히 코로나 19사태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e스포츠계의 처지를 보면 더 그렇다. 

언필칭, 게임계의 본산으로 불리는 그 곳에서 재정적인 어려움을 이유로 해  e스포츠 경기장 하나도 갖추지 못한다면 그건 미래 4차 산업을 선도하겠다는 성남시에 아주 부끄러운 일이 될 것이란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경제 상황이 조금 어렵게 됐다 해서 당연히 맡아줘야 할 부문을 외면해선 곤란 하다. 그 것은 시의 정체성에도 먹칠을 하는 것일 뿐 아나라 시의 앞서가는 정책에 자긍심을 갖고 있는 많은 성남 시민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일이 될 것이 분명하다

e스포츠 전용경기장 설립 백지화 방침을 철회하는 것이 마땅하다 하겠다. 상징성으로나 역사성으로 봐도 절실히 필요한 시설인데 그 것을 전부 또는 전무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옳지 못한 시의 행정이라고 본다.

재정이 어렵다면 규모를 축소해서 조성하면 될 일이다. 또 재정 형편이 나아지면 확장하면 되는 것이고 말이다. 그런 데 그 것을 마치 무처럼 잘라내 버리면 어쩌란 것인가. 

당장 e스포츠 전용경기장 조성사업 백지화 방침을 철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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