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와 FTX 파산 등 악재 줄이어 … 신 산업에 대한 보다 관대한 시선 절실

올해 1월 초, 비트코인 가격은 5000만 원 후반대였다. 8000만 원을 훌쩍 넘긴 후 내리막길에 있었지만, 4월까지는 그래도 꽤 높은 가격을 유지하며 반등의 기회를 노리던 시기였다. 

이런 기대는 테라, 그리고 FTX 파산 사태로 한 순간에 무너져 내렸다. 암호화폐 가격은 급락했고 시장은 혼돈의 숲으로 빠져들었다. 크립토 산업의 종말을 예고하는 주장이 줄을 잇기 시작했다. 신뢰는 떨어졌고 규제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원화가치 하락이 없었다면 비트코인이 2000만 원대를 지키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이런 와중에 FTX의 샘 뱅크먼 프리드가 테라사태를 촉발시킨 장본인이라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시세 조종을 시도했고, 그로 인해 테라 붕괴가 시작됐다는 게 내용의 골자다.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사실이라면 용서받을 수 없는 동반자살 행위다. 뒷맛이 영 개운치 않다.

FTX 같은 대형 거래소의 정책이 CEO 한 개인에 의해 좌우됐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적지않은 프로젝트가 도미노처럼 쓰러졌다. 문제는 이같은 움직임이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테라의 권도형은 잠적했고, 사기 등의 혐의로 미국 검찰에 기소된 샘 뱅크먼 프리드는 바하마에서 체포돼 미국 송환을 앞두고 있다. 자금세탁 혐의를 받고 있는 바이낸스도 미국 검찰이 기소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이미 시장은 타격을 받았고, 더이상 되돌릴 수 없게 됐다. 이래저래 우울한 연말이다.

테라와 FTX, 그리고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위믹스 사태까지, 잊을만하면 터지는 사건사고에 투자자들은 피로감을 호소한다. 비관론에 힘이 실리고, 강화되는 규제로 크립토 금융의 허들은 높아지고 있다.

혹자는 암호화폐 산업이 데스밸리를 지나는 중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미국 CNB 방송은 암호화폐 투자에 긍정적인 사람이 10%가 채 되지 않는다는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투자심리가 최악이라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암호화폐 시장은 이대로 소멸할 것인가? 

충격의 정점인 현 상황에서 비관적인 전망이 대세인 것은 확실하다. 그러나 암호화폐 업계는 해킹, 내부자 횡령, 그리고 수많은 스캠에 단련돼 왔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초기에 비해 사건사고는 비교적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다. 

비트맥스 공동 창업자인 아서 헤이스를 비롯한 적극적인 투자자들은 크립토 비즈니스의 전성기는 반드시 온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 오히려 지금이 투자의 적기라고 주장하기도 한다. 

지금 이시간에도 블록체인 기술은 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비즈니스가 만들어지고 있다. 바이낸스 거래량도 여전히 막대하고, 홍콩증권거래소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선물 ETF를 아시아 최초로 출시하는 등 산업이 확대되는 조짐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지난 11월 거래량이 100조 원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3조3,500억 원에 이르는 금액이다. 한창 때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줄긴 했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테라나 FTX 파산 등은 일어 나서는 안될 사건들이었다. 하지만 산업을 일궈가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할 성장통인 것 만은 분명하다 하겠다.

모처럼 등장한 새로운 산업이 제도권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긍정적 시각이 중요하다 할 것이다. 시행착오를 최소화 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과 민간 차원의 자체 정화 노력은 필수적이다. 대한민국이 산업을 주도하고 열어갈 수 있는 분야라면 더욱 그같은 힘을 기울여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로 블록체인 게임의 경우 게임계가 주도권을 쥐고 시장을 개척해 나갈 수 있는 분야다. 제도적 지원과 마케팅이 수반된다면 산업을 선점할 수 있으며, 충분히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본다. 

지금은 다소 변방 취급을 받고 있지만, 진흥과 규제의 적절한 조화가 이뤄진다면 크립토 비즈니스 또한 국가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산업으로 발돋움할 수 있지 않겠나 싶은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제도권의 보다 관대한 시선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아쉬움이 크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산업부 국장 qkek619@tgs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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