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주 단위서 최대 연 단위 확대 … 산업 경쟁력 약화•크런치 모드 우려 공존

정부가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게임업계 노동환경에도 큰 변화가 있을 지 주목된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날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근로시간 개편안을 정부에 권고했다. 해당 권고안은 현행 주 52시간 근무제를 노사합의하에 월, 분기, 반기, 연 단위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와 관련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온 힘을 다해 기필코 완수하겠다”며 적극적인 추진 의사를 나타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현행 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게임업계에서도 주 52시간 근무제 개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회사를 운영하는 경영진들은 앞서부터 52시간 근무제 해제를 강하게 요구했었다. 비용 증가와 출시 지연으로 산업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이유 때문이다. 실제 최근들어 다수의 작품이 개발 지연과 코로나19 이슈와 맞물려 출시 시기를 연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청년들로부터 “게임 게발에 1주 120시간은 바짝 일해야 한다”는 일화를 전한 바 있다. 또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게임업계와의 첫 간담회에서 “주 52시간제의 합리적인 운영을 위해 지혜롭게 대처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게임을 포함한 IT 업종 전반에서 인건비가 크게 급증한 상황이다. 이러한 가운데 52시간 근무제 개편을 통해 비용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일반 직원들의 경우 주 52시간 개편이 노동환경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실제 수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게임업계에서는 크런치 모드, 포괄임금제 등 비합리적인 제도가 관행처럼 이어졌다. 이로 인해 실제 과로사도 발생했으며 일부 회사들은 구로의 등대, 판교의 오징어잡이배 등 불명예스러운 이름으로 불렸다. 당시 게임은 IT 분야 중 3D 업종으로 분류되며 많은 인재 이탈을 겪었다. 이러한 상황이 다시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다.

게임 분야에선 개발자들의 이직이 잦고 프로젝트별로 조직과 해산이 잦게 이뤄진다. 이로 인해 연 단위 52시간 근무제를 제대로 도입할 수 없을 것이란 지적도 존재한다.

다만 IT 개발자들의 대우가 높아져 단순히 이전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적은 임금과 가혹한 노동환경이 알려질 경우 인재 확보는커녕 기존 핵심 인력의 이탈을 걱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앞서 게임업계에서도 이를 우려해 파격적인 임금인상 경쟁을 벌였다.

이와 관련해 정부의 구체적인 52시간 근무제 개편안이 발표되지 않아 상황을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어느 쪽에 치우치느냐에 따라 노동자와 회사에 피해를 강요하는 만큼 중도적인 정책 설계가 이뤄져야 한다는 평가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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