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산업 총결산-종합] 엔데믹 시대 전환 여파 직격탄 … 블록체인 사업 위기감 고조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올해는 코로나19에 따른 제약이 점차 해제되며 일상을 회복하는 엔데믹 시대로서의 변화를 체감하는 한해가 됐다. 게임업계는 이 같은 급격한 흐름의 전환 속 예상치 못한 사건들로 인한 충격을 견뎌내야 했다. 

지난 2년여 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게임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한편 언택트를 넘어 가상공간 메타버스가 급부상하게 됐다. 게임 역시 새로운 시대의 상징 중 하나로서 위상을 높여왔다.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와 더불어 블록체인 기반 생태계 및 웹3 시대가 화두로서 열기를 더해왔다. 이전까지의 사회적 가치가 크게 달라지는 시기로 여겨지며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게임업체들에 대한 기대감도 함께 고조될 수밖에 없었다.

일찌감치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추진해 온 업체들에 대한 관심 역시 뜨거웠다. 특히 그간 잠잠한 모습을 보여온 대형 업체들까지 블록체인 게임 시장 개척에 나서기 시작하는 등 지각변동의 조짐이 나타났다.

# 일상 회복 가속화 파급력 커져
그러나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과 함께 업계는 다시금 격변을 견뎌내는 시기를 맞이하게 됐다. 일상으로의 회복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과 같은 예상치 못한 변수까지 겹치며 글로벌 정세가 요동쳤고,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이 투자 시장을 위축시키며 이전까지 고평가를 받은 미래 가치가 재조정되는 충격의 연속을 감내해야 했다.

이는 앞서 블록체인 게임 시대의 원년이 될 것이란 기대감을 무색하게 만들기도 했다. 강경한 긴축 기조를 이어감에 따라 가상 자산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엎친데 덮친격 루나-테라를 비롯해 FTX, 그리고 위믹스 사태가 터지면서 '크립토 윈터'의 칼바람은 더욱 거세게 불게 됐다. 이로 인해 관련 업체들은 더욱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이는 이전과 비교해 관련 업계 전체가 위축된 분위기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게임은 앞서 포스트 코로나의 미래 먹거리로 각광을 받아왔다. 업체들은 재택 근무 환경 전환으로 인한 개발력 공백을 비롯해 미래 수요 확대에 대비한 인력 확충에 적극 나서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연봉 인상이나 보상 구조 강화 등의 열기도 고조돼왔다. 그러나 개발자 몸값이 치솟았고 인건비의 비중이 큰 게임업계의 부담이 가중됐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비용이 상승한 가운데 당장 이에 비례하는 매출 증대나 실적 확대를 기대하긴 어려워 오히려 게임업계의 위기감을 조성하기도 했다는 평이다.

연말에 이르러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87%를 넘어섰고, 누적 확진자가 2700만명에 달하게 됐다. 엔데믹 시대로의 전환 과정에서 일일 확진자가 폭증하며 진통을 겪기도 했으나 일상 회복을 단계적으로 밟게 됐다.

이로인해 정상 출근을 통해 업무 환경이 달라지는 업체들도 늘었다. 반면 일부 업체의 경우 재택 근무를 채택하는 등 뉴노멀의 단면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승리의 여신: 니케'
'승리의 여신: 니케'

# 신작 지연 속 서브컬처 게임 강세
올해는 업체들이 준비 중인 기대작들의 일정이 지연되는 경향이 계속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 펄어비스 등이 결국 올해 신작을 출시하지 않는 한해가 됐다는 게 단적인 사례다. 이 외 다수 업체들도 당초 예고한 라인업 중 상당수를 내년으로 미뤘다. 

물론 넥슨이 상반기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하반기 '히트2'를 내놓으며 시장 판도를 뒤흔드는 등 업체들의 도전이 결실을 맺기도 했다. 또 넷마블의 '세븐나이츠 레볼루션',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라인게임즈의 '대항해시대 오리진', 위메이드의 '미르M' 등 기대작이 다수 출시되며 시장에서의 경쟁 열기가 고조되기도 했다.

올해는 서브컬처 게임이 점차 영향력을 확대한 것도 이목을 끌게 됐다. 카카오게임즈의 '우마무스메 프리티더비'가 매출 순위 선두를 차지한데 이어 시프트업이 개발한 '승리의 여신: 니케'도 흥행 돌풍을 불러일으키는 등 MMORPG와는 다른 수요를 이끌어 냈다. 이 외에도 기존 서브컬처 게임들이 팬층의 지지를 받으며 인기 급등세를 보이는 사례가 반복되며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더해왔다.

연초에는 '로스트아크'가 스팀 등을 통한 글로벌 서비스 이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고 동시 접속자 132만명을 기록하며 스팀 선두권을 차지했으며 이 같은 열기를 꾸준히 유지하며 한국 게임의 저력을 보여줬다. 

'칼리스토 프로토콜'
'칼리스토 프로토콜'

# PC·콘솔 개발 역량 집중 '눈길
올해는 업체들의 글로벌 진출을 위한 새로운 도전이 점차 구체화되는 한해가 됐다. 특히 PC와 콘솔 타깃의 작품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으로 기대감을 더해왔다.

네오위즈의 'P의 거짓'은 독일 게임스컴 출품을 통해 기대작으로 꼽히며 화제가 됐다. 또 넥슨게임즈의 '퍼스트 디센던트' 등이 스팀을 통한 글로벌 테스트를 통해 존재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연말에는 크래프톤의 '칼리스토 프로토콜'이 발매되며 이목이 쏠렸다. 발매 초기는 최적화 문제에 대한 지적을 받은 것을 비롯해 호러 액션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게 됐다.

3년 만에 정상 개최된 지스타에서도 이 같은 업체들의 달라진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모바일 위주의 게임쇼에서 벗어나 한층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했다는 반응이 잇따랐다.

지스타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을 통한 유저와의 만남 역시 재개되는 한해였다. 특히 e스포츠에서도 리오프닝의 바람이 불게 됐다.

'리그오브레전드' 전세계 강팀들이 맞붙는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이 부산에서 개최됐고,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서머 결승전은 강릉에서 열렸다. 그간 제한된 오프라인 대회의 아쉬움을 해소하며 팬층을 다시금 집결시켰다.

그러나 봉쇄 조치가 이뤄진 중국으로 인해 항저우 아시안 게임이 연기된 것은 e스포츠계의 반갑지 않은 소식이 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통해 e스포츠가 첫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나 정작 대회가 뒤로 미뤄지며 국제적 위상을 드높일 기회 역시 다음을 기약하게 됐기 때문이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 '게임 패싱' 논란 등 정부와 '거리감' 여전
올해는 새 정부가 출범함에 따라 게임업계의 새로운 정책 방향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기도 했다. 새 정부의 내각 인선으로 게임업계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는 박보균 전 중앙일보 편집인이 임명됐다.

그러나 문화부 장관과 게임계 간의 접점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을 받으며 우려를 사게 됐다. 이후 정부 역시 게임에 대해 거리를 두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업계에 부담을 가중시키는 규제를 더하진 않았으나 그렇다고 특별한 진흥책을 내놓지도 않아 무관심에 가깝다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 장관이 대통령 업무보고 과정에서 게임에 대해 일체 언급을 하지 않는다며 '게임 패싱' 논란이 불거진 것도 단적인 사례가 됐다. 이를 의식한 듯 게임진흥정책을 서둘러 공개했으나 한류 수출 성과에 잘못된 사례를 선정하는 오류를 범하면서 몰이해에 대한 질타를 받기도 했다. 

등급심의 절차 및 분류 기준 등을 비롯해 게임물관리위원회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게임위 측의 등급 통합 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한 부실 운용 의혹까지 제기됐다. 이에 게임위가 '게임이용자 소통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쇄신을 예고하기도 했다.

올해 역시 게임 관련 법안들이 발의되며 정치권의 관심을 확인할 수 있기도 했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공개를 비롯해 게임등급 분류에 따른 행정 절차, 게임보안기술, 청소년 PC방 이용시간 제한, e스포츠 프로게이머 임금 체불 방지 등의 내용을 담은 법안들이 발의됐다.

게임을 문화예술로 정의하는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도 이목을 끌게 됐다. 애니메이션, 뮤지컬과 함께 대중 문화예술로서 자리매김 하게 됐다. 이를 통해 게임인의 위상을 높이고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 나가는 것까지 기대되고 있다.

이 외에도 게임과 메타버스 간에 대한 제도권의 견해도 쟁점이 되기도 했다. 메타버스가 게임법의 제약을 받지 않도록 관련 법안을 만들어 가는 규제 개선을 추진했기 때문에서다. 그러나 게임과 메타버스 분리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제기됐고 메타버스에 특혜로 인한 역차별이나 시장 질서에 혼란을 준다는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크립토 윈터' 시대 게임계 충격 잇따라
블록체인 기반 플레이 투 언(P2E)을 비롯해 사행성 및 환금성 등에 대한 논의는 이렇다 할 진전 상황을 보이진 못했다. 이 과정에서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서는 업체들이 늘어갔지만, 가상자산의 가격이 급락하고 거래가 줄어드는 '크립토 윈터' 시기를 맞으며 점차 신중한 모습을 보이게 됐다.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FTX 파산, 그리고 위믹스 상장폐지까지 시장에 충격을 주면서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개척 역시 우려를 사게 됐다. 암호화폐에 대한 의문이나 경계심이 커지며 비관론 역시 불가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블록체인 사업을 전개해 나가겠다는 업체들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일부 계획을 수정하거나 가속 폐달에서 발을 떼며 속도 조절을 하지만, 당장 완전히 손을 놓지는 않겠다는 입장이 대세가 되고 있다.

일각에선 이 같은 위기가 시장 성장의 기반이 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아직 미래 가능성이 크게 열려있는 만큼 도전을 멈추진 않겠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별세와 이후 상속 절차 및 넥슨의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도 계속되는 한해가 됐다. 유정현 NXC 감사 및 두 자녀가 상속 절차를 완료했으며 향후 경영권 승계 및 지분 매각 계획이 없는 것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올해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 펀드(PIF)가 조 단위의 금액을 투자해 넥슨 및 엔씨소프트 등 주요 업체들의 지분을 매입하며 이목이 쏠리기도 했다. 사우디가 게임 및 e스포츠 등에 대한 막대한 투자를 예고하긴 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접점이 드러나진 않고 있다.

또 넵튠이 온라인게임 '이터널 리턴' 판권(IP)을 활용한 모바일게임에 대한 중국 판호를 받기도 했으나 대중국 수출길이 가로막힌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 않는 한해를 보내게 됐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