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적인’ 사건 사고 끊이질 않아 … 게임의 본질은 ‘신뢰’임을 다시금 새겨야

어느덧 12월이다. 다사다난했던 2022년 임인년(壬寅年)도 채 한 달이 남지 않았다. 올해 게임업계는 그 어느해 보다는 힘든 한 해를 보냈다. 간혹 좋은 일도 있었지만 1년 내내 업계를 당혹케 하는 사건 사고가 끊이질 않았다. 고 김정주 넥슨 창업주의 사망 소식과 게임주 폭락, 그리고 위믹스 사태까지 그야말로 ‘충격 또 충격’의 연속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를 맞아 힘찬 출발을 다짐했던 게임업계는 새해 첫 달부터 예상치 못했던 여러 가지 악재에 휩싸였다. 미국발 긴축과 우크라이나 전쟁발발 우려가 커지며 시장 전반의 분위기가 크게 악화됐다. 특히나 게임업체들은 실적부진 전망에 P2E 사업 비관론까지 부각되며 역대급 주가 폭락을 경험했다. 그러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이 때부터 주요 상장 게임업체들은 공매세력의 주요 타깃이 되면서 주가 부양에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이 맘때 쯤이면 언론매체 마다 선정하는 올해 10대 뉴스에 ‘공매도’가 꼽힐 정도니 두말할 필요도 없다. 정부와 금융당국의 무관심 속에 공매세력의 지속적인 공격을 받은 대다수 게임주는 올들어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분명 과도한 낙폭임에도 오히려 반토막 난 업체는 선방했다는 얘기를 들을 정도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고 있는 유명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1년 새 60~70% 이상 폭락했으며 이런 추세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주가 폭락도 문제지만 게임업체들이 발행한 일부 암호화폐의 몰락은 업계 전반을 뒤흔든 층격 그 자체였다. 그도 그럴 것이 게임업계는 올해가 블록체인 게임 대중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주요 업체들 마다 원대한 사업계획을 발표하고 활발하게 사업을 전개해왔다. 지난해 이른바 ‘돈버는 게임(P2E)’ 열풍이 게임업계를 강타한 터라 크고 작은 업체들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우후죽순처럼 이 사업에 뛰어든 상황이다.

특히 이 시장의 선두주자인 위메이드는 자사의 블록체인 게임 플랫폼 위믹스 생태계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 ‘오픈 게이밍 블록체인’을 완성하고 위믹스를 게임계 기축통화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세웠다. 이를 위해 연내 위믹스를 기축통화로 한 100개의 블록체인 게임을 출시하겠다는 각오를 밝혀 새 먹거리를 찾던 게임업체들과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런데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암호화폐인 위믹스가 존폐의 위기에 처한 것이다. 지난달 24일 국내 5대 가상자산 거래소 연합체(DAXA)는 위메이드의 자체 발행 코인 위믹스에 대한 상장폐지 결정을 내렸다. 이번 사태로 연초부터 등락을 거듭해온 위믹스는 발표 당일 70% 이상 폭락하며 하루 아침에 동전 코인으로 전락하기도 했다.

위메이드는 즉각 이번 결정을 내린 DAXA와 소속 거래소들의 부당함을 주장하며 이들을 대상으로 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하는 등 발빠른 법적 대응에 나섰다. 법원이 심리에 들어갔기 때문에 7일쯤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결과를 모두가 숨죽여 저켜봐야 하는 처지다. 이처럼 게임업계가 올해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온 블록체인 사업의 운명은 한 치 앞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고비만 잘 넘긴다면 오히려 사업 전개에 있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본다. 게임업체 임직원 모두 이번 사태를 지켜보면서 신뢰의 중요성을 다시금 마음 한켠에 되새겼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필자가 생각하는 게임의 본질은 ‘신뢰’다. P2E 게임이 한창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당시에 한 게임업체 대표는 “블록체인 게임의 핵심은 돈이 아니라 재미”라고 역설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하지만 게임에 있어 재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신뢰 쌓기다. 아무리 재밌는 게임도 유저들의 신뢰를 잃으면 하루 아침에 망작으로 전락할 수 있는 게 작금의 시장 흐름이다. 

MZ세대 중심의 요즘 유저들은 공정과 신뢰를 금과옥조로 삼고 있는 듯하다. 트럭 시위나 마차 시위가 괜히 등장한 것이 아니다. 신뢰가 무너졌다고 판단한 유저들은 자비를 털어 시위에 나서기도 한다. 유저들의 이런 행동은 게임에 아직까지 애정을 갖고 있다는 방증일 수도 있다. 게임업체가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유저 소통에 나선다면 얼마든지 신뢰 회복이 가능한 상황이다. 

최근 구글 매출 1위를 달성하는 등 서브컬처 장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승리의 여신: 니케’도 유저 신뢰 회복에 안간힘을 쏟고 있다. 얼마전 판교에서 진행된 유저들의 시위를 지켜봤던 니케 운영진은 최근 유저들이 문제 있음을 지적한 확률 조작 논란에 대해 해명하고 즉각 수정하는 등 신뢰 회복을 위한 발빠른 대처를 보여줌으로써 한숨을 돌린 모양새다. 

지난 1년간 게임계를 지켜보면서 게임에 있어 유저와 유저간의 신뢰, 게임업체와 유저간의 신뢰는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는 점을 새삼 느꼈다. 게임산업을 둘러싼 대내외 여건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도 2022년 한 해 동안 유저들과의 신뢰 쌓기를 통해 좋은 작품 만들기에 매진해 온 게임계 임직원들에게 힘찬 박수를 보낸다.

끝으로 한 달이 채 남지 않은 12월에 좋은 소식이 쏟아져 게임업계가 유종의 미를 거뒀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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