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에 그 흔한 어젠다 조차 안보여…각종 규제부터 먼저 풀어야

한국 경제에 빨간 등이 켜졌다. 미국발 금리인상 움직임이 가파르게 전개되고 있는데다, 인플레이션 감축법에 의한 대미 수출에 먹구름을 안기우고 있다. 또 미-중 간 때 아닌 힘겨루기로 한국 경제는 말 그대로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지는 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미국 수출시장 뿐 아니라 중국 시장까지 몇 달째 무역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이런 식으로 나가다간 한국경제가 빨간 등이 아니라 급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문제는 수출 뿐 아니라 내수마저 가라앉고 있다는 점이다.

그 때문인지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 성장률 또한 긍정적이지가 못하다. 기관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크게 2%선 앞뒤를 넘지 못하고 있다. 상당히 암울한 전망치이다. 하지만 그나마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고되지 않은 것 만으로도 큰 다행이라는 생각이다.

우리나라처럼 자원이 부족한 나라에서는 자본을 최대한 굴려야 한다. 달러가 넘쳐나는 중동 오일머니 국가들은 돈의 증발을 걱정해야 하겠지만, 한국과 같이 그렇지 못한 나라들은 투자대 효과를 철저히 계산하며 국가 경제를 운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이들의 전공이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면 참 고민스럽다 해야 할 것이다. 실물 경제와 맞닿아 있는 현안이라고 하지만, 지금도 대부분 부동산 전공자(?)들이 나라 경제를 이끌고 있다. 어찌보면 불가피한 면도 있다 하겠으나, 너무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만을 알고 있다면 그건 요즘말로 말하면 루저형이다.

미국과 중국 등 강대국 사이에서 이겨낼 수 있는 묘책은 끊임없이 얻어낼 수 있는 산업 성장동력을 이끌 어젠다를 개발해 이곳에 힘을 집중해야 한다. 10.26 사태로 생을 마감한 박 정희 대통령은 경제 개발 5개년 계획이란 시대의 어젠다를 내 던지며 경제를 회생시켰다.

빈한한 나라 자본을 가지고 조선 철강 등 중화학공업을 일으켜 세웠고, 한국경제의 초석을 쌓은 것이다. 이후, 시대의 어젠다는 우리 곁에서 슬그머니 사라졌다. 농업이 아니라 섬유가 아니라 조선, 철강이라는 당시의 내일을 내다보는 어젠다는 부동산을 필두로 한 건설 경기에 묻혀 새롭게 탄생하지 못한채 자춰를 감췄다.

김 영삼 정부에 이어 바통을 이어받은 김 대중 정부가 딱 한가지 서로 합창하며 만들어낸 어젠다는 정보화 시대 실현이었다. 이쪽 저쪽에서 정보화 촉진 사업이 전개됐고, 반도체, 정보, 통신 인프라가 나라 경제의 새로운 먹거리가 됨을 알게 된 것이다.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등 디지털문화가 개화되기 시작했고, 이같은 호재들은 나라 자본을 끊임 없이 되새김질 했다. 경제가 기지개를 켜는 순간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 무함마드 빈살만 왕세자가 곧 방한 한다 해서 화제가 되고 있다. 그는 정치인으로서의 무게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큰 관심을 이끌어 내는 세계 최고의 갑부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이번에 방한하는 이유는 한- 사우디간 협력 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재미있다. 표면적으로는 총 사업비 5000억 달러(682조원)에 달하는 미래형 신도시 ‘네옴시티’ 조성을 위해 한국기업과 협력사업을 모색하기 위해 왔다고 밝히고 있으나 그들의 눈과 귀는 온통, 자신들도 한국처럼 지식산업을 키워 나갈 수 있을 것이라며 디지털 경제의 미래에 빠져 있는 것이다.

게임업체들을 방문하고, 한국 대중 음악의 근거지로 불리는 A사를 살펴 보는 한편, 한국 영화 시장에도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 달에는 사우디 정부측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투자 논의를 하고 돌아간 것으로 알려지자 우리 정부측 관계자들도 크게 고무된 모습이다.

주변에선 빈 살만 왕세자의 일련의 움직임에 대해 사우디 국민들에게 사실상의 국가 어젠다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이같은 행보를 통해 그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나라로 불리는 것을 싹 지우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라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영인들의 움직임도 달리 나타난다. 대부분의 경우 안정 위주의 경영 방식을 채택, 운용하게 되지만, 도전과 모험을 그칠줄 모르는 경영인들은 그렇지가 않다. 대표적인 인물이 재일동포 손 정의다.

그는 최근 소프트뱅크 측근들의 이탈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또 투자하는 것 마다 손실을 보면서 그를 비아냥 대는 가십성 기사 또한 적지 않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실제로 그는 위워크라는 회사에 100억 달러를 투자해 거액의 손실을 봤고, 영국의 한 핀테크 기업에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나 파산을 피하지 못했다. 소프트뱅크의 지난해 손실금액은 무려 270억달러 (35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고 있다. 새로운 어젠다를 던지며 재기를 다짐하듯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그의 최고의 승부수로 불리는 동시에 최대의 성과를 거두기도 한 중국의 알리바바의 지분을 매각하고 반도체 설계업체인 영국의 ARM의 상장 추진을 타진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기업이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피스톤처럼 움직이고 달려 나가는 것은 신념과 같은 그의 도전 의식과 리더십 때문이다.

한쪽만 아는 루저형의 정부 관리로는 실타래처럼 얽키고 설킨 한국 경제를 이끌어 나갈 수 없다. 또 경제가 조금 어렵다 하니까 집안 곳간 지키기에만 열을 올리는 경영인으로는 돈의 셈법을 제대로 구현할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할 것이다.

나라 경제가 어려울 때마다 선봉에 서 온 업종 가운데 몇 안되는 곳 중 하나가 게임계다. 국제통화기금(IMF)사태 뿐 만 아니라 2008년 리먼브라더스 금융위기 때에도 오롯이 앞만 보고 달려 온 것이 대한민국 게임계였다. 그렇다면 게임계가 또 이번에도 일정부문 역할을 맡아줘야 하지 않을까.

그러나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7개월째를 맞이했다. 그렇다면 그 흔하디 흔한 어젠다 하나 정도는 발표하면서 기업들을 부양하고 이끌어줘야 하지 않을까. 그럼에도 규제의 대못만 찍고 있다면 그건 아니라는 생각이다.

게임도 게임이지만, 경제를 살리기 위한 방안에 골몰해야 할 시점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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