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컬처 게임의 등급 재분류 논란으로 업계가 시끄럽다. 게임의 서비스 연령 등급을 심의하는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지난달 '블루 아카이브' '페이트/그랜드 오더' '소녀전선' '명일방주' 등 다수의 게임에 등급재분류 결정 통보를 내렸다. 콘텐츠가 너무 선정적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심의 결과 '블루 아카이브'는 기존 15세 이용가에서 청소년 이용 불가 게임으로 등급이 상향됐다. 이 밖에도 국내에서 서비스 중인 여러 서브컬처 게임들이 등급이 상향되거나, 게임업체들이 등급 기준에 맞추기 위해 콘텐츠를 검열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서브컬처 게임의 선정성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수많은 게임들이 국내 서비스를 위해 선정적인(?) 이미지에 검열을 거친 바 있다. 지난 2017년 '소녀전선'의 국내 론칭 당시 유저들이 중파 이미지 검열 해제를 위해 일명 '666코드'를 활용한 것은 유명하다.

그 해 게임위는 서브컬처 게임을 강력하게 규제했다. 특히 유명한 것이 지금은 서비스를 종료한 '큐라레: 마법도서관' 사건이다. 공교롭게도 최근 논란이 된 블루 아카이브의 김용하 디렉터가 만든 전작이다.

게임위는 작중 등장하는 한 캐릭터의 수영복 이미지가 연령과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미지 수정을 권고했다. 해당 이미지는 노출된 부분을 온통 검게 칠하며 '해녀복'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큐라레는 서비스를 종료했으나, 이 사건은 게이머들의 뇌리에 강력하게 남았다. 사실 지금 와서 보면 해당 일러스트는 그렇게 선정적이지도 않았다.

어쩌면 게임위는 2017년 검열 사태처럼 이번 등급 재분류 논란도 조용히 묻혀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게이머들은 최근 몇 년간 게임업체의 확률형 아이템 논란, 소통 부재 등을 이유로 이들과 강력히 맞서 싸워 왔다. 이 과정에서 부당함에 맞서 목소리를 내는 법을 깨달았고, 이번 논란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 결과 게임위는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장에 불려 나가 등급 통합 관리 시스템의 부실 운용에 대해 지적 받았다. 또한 게임위를 대상으로 한 감사청구 운동이 진행 중이며, 위원회 폐지까지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유저들은 게임위의 "심의 과정과 심사위원의 전문성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선정성에 대한 게임위의 투명하지 못한 잣대, 게임에 대한 기본 지식 부족, 민원에 대한 소통 부재 등이 지적되고 있다. 게임위는 이 같은 논란에 대처하고자 "4개 분야에 13개 세부 실천으로 소통 강화에 나서겠다"고 밝혔으나 다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게임위는 "혁신하겠다"고 했으나 솔직히 큰 기대감은 없다. 인적 구성 개편, 현 상황에 대한 사후 조치, 미흡한 점에 대한 사과 모두 게이머들의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향후 게임에 대한 전문성이 있는 위원들을 합류시킬 것"이라는 말은 언제든 할 수 있다. 아니, 게이머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게임위가 "무언가 제대로 하겠다"는 말을 한 것이 더 불안하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논란이 모두 잘 해결됐으면 좋겠다. 무엇보다도 게이머들이 보다 양질의 콘텐츠를 받을 수 있도록 게임위가 보다 전문적으로 개편됐으면 한다. 하지만 매번 등급분류로 인해 논란이 반복되면서도 이를 계속 해결하지 못하는 것이 답답하기만 하다. 게임위가 게이머들과 눈높이를 맞출 수 있도록 좀 더 노력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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