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탓이라 하지만 너무 심해…'아타리' 재현되면 산업공동화 우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전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 세계 경제 성장률을 3.2%로 예상하는 등 당초 지난 4월 전망한 예상치보다 0.4% 포인트 낮게 잡아 발표했다. 미국과 중국 등 서방 주요국들의 경기하락에 기인한 것이다.

또 한국 경제에 대해서도 보수적인 입장을 나타내 올해 한국 경제는 2.3%의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주력인 반도체, 자동차 등이 수출둔화 현상으로 물동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을 반영한 듯, 국내 주식시장은 연일 하락 장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증시가 동시에 요동을 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동반 현상으로 빚어지는 낙폭의 고통은 상대적으로 국내 증시가 더 심하고 오래가는 편이다.

그러나 그간 호조세를 보여온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관련 주식들이 거의 폭락 수준을 보이고 있다는 데 대해 전문가들은 다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경제 지표에 따라 크게 흔들리는 제조업 관련 주식과 달리 게임 등 엔터테인먼트 주식은 호가를 정하는 결이 상당히 다른 편이다.

게임주의 경우 경제 흐름 보다는 작품 흥행에 따라 실적이 달라지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가까운 사례는 1998년 IMF사태 때다. 게임계는 이 시기 전후로 온라인게임시장을 태동시켰다. 그리고 엔씨소프트, 넥슨, 넷마블, NHN, 엠게임, 위메이드 등 오늘날 게임 메이저로 불리우는 기업들을 양산해 냈다. 마치 광산 노동자들이 불가피하게 머물던 할리우드에 영화사들이 몰려들면서 미국의 영화사를 바꿔놓은 것처럼 게임계는 부도가 난 나라 경제 틈바구니 속에서 수출효자 산업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한 것이다.

최근의 게임 주의 폭락에 대해 의외라는 증시 전문가들의 시각은 합리적인 지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낙폭의 크기가 너무 심하다는 것이다. 게임주 가운데 대장주라고 불리는 주가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반토막 나는 가 하면 현재까지도 흥행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 주식들이 끝없이 추락하고 있다면 이를 어찌 설명할 것인가. 한마디로 게임산업계에 빨간 등이 켜졌다고 봐야 한다.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첫 직장이면서 정보통신업계에 첫 발을 내디딘 곳이라고 해서 알려진 아타리(Atari) 사는 게임회사다. 이회사는 그러나 게임계에서는  게임 흥행사 놀런 부시넬이란 인물이 세운 기업으로 더 알려져 있다.

그는 비디오 게임 ‘퐁’이란 작품을 통해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아케이드 게임과 비디오 게임계에 이름을 날리기 시작한 그는 본격적인 사업을 위해 1972년 회사를 설립하고  승승장구했다. 불황에도 끄떡하지 않고 성장세를 이어 갔다. 잘 나가는 영화사 중 하나인 워너 부라더스로부터 투자유치도 끌어 냈다.

그런 아타리가 1982년 이른바 ‘아타리 쇼크’라는 증시 폭락으로 몰락의 길을 걷게 될 줄 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미국 경기 침체에도 끄덕하지 않고 버텨온 아타리의 철옹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진 것은 증권가의 무책임한 예상치 전망과 터무니 없는  주가 남발이 결정적이었다. 내부적으로는 구조적인 문제점도 없지 않았다. 로열티만 받고 서드파티(게임개발 협력사) 수를 크게 늘렸다는 점, 크리스마스 등 성수철을 앞두고 급조해 올린 게임이 흥행가도에서 실패했다는 점, 그리고 이 시기 등장한 퍼스널컴퓨터(PC)의 등장과 내부 결속을 다지지 못한 경영진의 갈등 등 여러 요소들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지만 이 보다는 증시에서 만들어진 좋지 못한 소문과 나쁜 주가 형성이 미국 최대 게임업체인 아타리를 절벽 아래로 밀어 넣은 것이다.

이후 아타리는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프랑스의 인포그램즈에 매각된 이후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또 아타리의 큰 공백은 슬그머니 일본의 닌텐도가 들어와서 그 자리를 채웠다. 미국 비디오 게임시장은 이후 마이크로소프트에서 X박스를 내놓고 시장에 진입하기 이전까지 소니 등 일본 게임업체들에 의해 옴짝달싹을 하지 못했다.

게임계가 최근 게임주 폭락에 대해 큰 우려의 반응을 나타내고 있는 것은 주가 흐름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는 데 있다. ‘아타리 쇼크’로 인해 빚어진 현상은 산업축소와 외산게임의 득세였다. 당시 무려 30억달러에 달했던 미국 게임시장이 30분의 1로 축소 됐고, 주력 시장인 비디오게임시장은 닌텐도, 소니에 넘겨주다시피 했다. 사실상 산업공동화 현상을 불러온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국내 게임산업계의 경우 주가 요동 뿐 아니라 정부의 게임 규제 강화란 엉뚱하게 들이닥친 화살 시위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다 새로운 수요처로 기대를 모아온 메타버스 시장과도 거리를 두겠다는 정부의 방침이 알려지고 있고, 블록체인 게임에 대해서는 일언지하 말을 하지 않고 있는 등 태도를 감추고 있다.

정말, 게임계를 이렇게 방치하면서 사양길로 밀어넣을 참인가. 시장은 한 순간에 날아가고 산업은 아차 하는 순간, 망가진다. 미국 비디오 게임시장은 아타리의 몰락 이후 20여년을 표류했고, 지금도 그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임주에 대해 시장 원리만을 주장할 게 아니라 정확한 정보에 의해 유통될 수 있도록 특단의 대책이 강구돼야 할 것이다. 예컨대 공매도 제도는 반드시 척결돼야 한다.

또 게임에 대한 정부의 잇단 규제책 역시 멈춰 세워야 한다. 이른바 그같은 정책들은 정부가 개입하지 않아도 산업계 내부에서 충분히 해결 가능하다는 점에서 업계 자율에 맡겨 정리되도록 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아타리 쇼크’와 같은 가히 괴이한 현상을 2022년 하반기 대한민국 증시를 통해 재현되는 일이 있어선 곤란하다 하겠다. 터무니없는 게임주가, 아무리 경기 침체탓이라곤 하지만 해도 너무 하다 해야 할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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