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글로벌 게임시장에서 뜨거운 오일머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이 나라의 게임산업을 사실상 주도하고 있다고 평가받는 새비게임즈 그룹은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다가오는 2030년까지 게임산업 육성을 위해 1420억 리얄(한화 약 54조2000억원)을 투자키로 하는 등 자국 콘텐츠 산업을 게임 및 e스포츠의 허브로 만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

새비게임즈 그룹은 최근 일본 게임업체와 한국의 게임업체인 넥슨에 잇달아 대단위 투자를 진행해 화제를 모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가 대주주로 있는 국부 펀드 'PIF'가 지분 100% 소유한 게임 퍼블리싱 업체이기도 하다.

실제로 PIF는 넥슨에 약 2조 2000억원을 투자하는 등 지분율 8.14%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올라서기도 했다. 또 엔씨소프트의 지분도 9.26%를 확보해 2대 주주 자리를 꿰 찼다. 경영에는 관여하지 못하겠지만, 2대 주주란 위치와 자리를 무시할 수 없는 게 현실이다.  

빈 살만 왕세자는 한국게임산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여왔다. PIF를 통해 투자가 진행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따라서 일각에선 사우디아라비아와 한국기업간 협업이 이뤄질 가능성도 없지 않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예컨대 기획 및 제작은 한국 기업에서, 투자는 사우디측이 각각 맡는 방식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이같은 움직임은 마치 10여년 전 중국이 모바일게임 산업 기반 구축을 위해 전력질주 하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중국은 한국 온라인게임 장르를 극복하려 무척 애를 썼다. 하지만 그 선을 넘어서질 못했다. 그러자 중국은 온라인 게임 장르를 버리고 모바일 게임 장르로 뛰어들었다. 중국 선전시 테크노 밸리엔 모바일 게임 랩(이른바 공장 형태)이 꽉 들어섰다. 그리곤 맹렬히 '한국 타도'를 부르짖었다. 

중국 모바일게임 개발 능력은 예전 중국 그 모습과는 상당히 달라져 있다. 퀄리티 뿐 아니라 운영 능력도 빼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투자한 만큼 거둬들이는 것이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잰걸음이 중국의 모바일 게임 장르 전환의 성공 시리즈를 벤치마킹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어쨌든 넘쳐나는 오일달러를 지식산업에 쏟아 부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지켜보면서 하고자 하는 의욕보다는 착잡하다는 심정이 앞서는 까닭은 왜 일까. 우리 대한민국 게임계의 현실이 너무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안에 묶여 있는 정책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현실 때문은 아닌지, 그런 안타까운 생각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대표적인 것이 규제 일변도의 정책이다. 글로벌시장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그럼에도 정책의 큰 틀은 포지티브 방식이다.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규제도 업계 자율이 아닌 정부 규제 쪽으로 가고 있고, 새로운 신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메타버스 장르에도 게임이 개입하지 못하도록 법을 따로 만들기로 하는 등 가로막이를 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듯 하다. 게임업계에 대해 손과 발을 다 묶어놓고 글로벌 기업과 무슨 경쟁을 하라고 하는 것인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바라건데, 정부가 재정적 지원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제발, 업체들 바람대로 규제의 발목만 잡지 말라는 지적을 하고 싶다. 사우디아라비아 처럼 막대한 자금을 투자하거나 중국처럼 정부가 나서 마치 빵공장을 만든 것 처럼 게임 랩을 만들어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간섭하지 말고 그냥 놔뒀으면 한다. 지금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10년이 아니라 5년 앞의 미래도 암울하다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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