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제고 ↑… 복지부만 돌진하는 모습 '안타까워'

 

대중문화예술인의 삶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난하고 고달프다는 것이다. 지금은 다양한 매체와 이를 수용하는 미디어 환경이 과거와는 판이하게 달라져서 조금은 나아졌다고 하지만, 상대적 빈곤과 고단함은 예전 그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빈곤 속에 풍요함을 느끼는 대중문화예술인은 소수에 불과하다. 과거, 예술인으로서  자긍심을 느낄 수 없을 만큼 사회적 냉대가 심했던 1960년대 후반까지는 광대 또는 ‘딴따라’ 란 소리를 듣는 게 더 익숙했다. 그들의 생활고 역시 아주 극심했다. 오죽하면 화가 이중섭은 그림 그릴 캠퍼스를 구하지 못해 담배 은박지에다 그림을 그렸겠는가. 또 동네 주변 낡고 허스름한 집들은 대부분 이들이 차지하고 살다시피 할 정도로 궁핍했다.

이를 보다 못한 박 정희 대통령이 용단을 내렸다. 이들에게 예술인의 혼을 심어 주고 자긍심을 갖게 하겠다며 ‘문화예술진흥법(문화예술법)’을 제정키로 한 것이다. 이때가 1972년 8월 즈음의 일이다.

이 법안의 골자는 문화 예술의 범위를 정하고, 문화예술 활동을 적극 지원하며, 전통 문화예술과 신조류의 대중 문화예술의 융합을 꾀한다는 것이다. 또 예술범위에 포함된 장르와 예술인에 대해서는 문화예술진흥기금을 통해 육성 지원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면서 문화예술 범위로 문학과 미술, 음악, 연예, 출판을 명시했다. ‘딴따라’, ‘광대’가 아니라 대중문화예술인으로 당당히 바로 서게 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이 제정된지 불과 두달 후 10월 정변이 일어났다. 박 대통령의 영구 집권을 허용한 유신헌법이 선포된 것이다. 이렇게 되자 대중문화예술인들은 크게 당황했다. 마치 박 대통령과 예술인들이 야합해 '문화예술법'을 제정한 것처럼 비춰졌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문학계 거두인 A씨 등 몇 명이 친 정부쪽 인사들과 만나 유신헌법 제정에 반대하지 않는 대신 '문화예술법' 제정 관철을  요구했다는 설이 돌았다. 이같은 소문은 지금까지도 상당한 설득력을 얻으며 전해져 오고 있다.

‘문화예술법’은 이후 예술의 범위를 두고 개정을 거듭한 끝에 무용, 연극, 영화인을 추가한데 이어 응용미술, 국악, 사진, 지난 2013년엔 만화를 예술의 범위에 포함시켰다. 그러나 영화와 함께 종합예술로 불리운 게임은 아이돌 문화라는 이름아래 예술의 범위 대상에서 제외했다.

게임업체들이 수출의 탑을 수상하고 나라에서 주는 각종 공로상을 받곤 했지만, 정작 대중문화 창달을 위한 목적의 문화 훈포상을 받은 이는 권 혁빈(스마일 게이트 창업자) 단 한 사람 뿐이다. 그 역시 정부로부터 보관 문화훈장을 받긴 했으나, 대중문화예술 창달이란 법제정 취지에 부합해서 훈장을 받았다기 보다는 수출실적을 올려 거둔 공로의 성격이 더 짙었다. 게임이 예술의 범위에서 제외돼 있었기 때문이다.

게임의 역사는 무려 60 여년에 가깝다. 1백 여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 영화와는 다소 거리가 있다. 하지만 게임과 영화가 종합예술을 표방하고 있다는 지향성은 다를 게 없다. 오히려 최근 들어서는 영화계에서 게임의 그 것을 더 가져다 쓰고 있다.

게임이란 장르가 ‘문화예술법’ 제정 50여년 만에 범위 지정이란 방점을 찍게 됐다는 소식은 실로 반가운 뉴스다. 말 그대로 때 늦은 감이 없지 않다. 그러나 이같은 감회를 말하긴 아직 이르다. 법안 개정이 국회 문화관광위원회만 통과하고 아직 본회의 의결을 남겨두고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요즘 한참 회자되고 있는 ‘K-콘텐츠’ 바람의 진원지는 다름아닌 게임이다. 그동안 자신들이 평가절하 해 온 게임 때문에 ‘K-콘텐츠’ 돌풍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드러내 놓고 얘기를 하지 않고 있을 뿐이다. 그렇지만 그 같은 사실이 현실인데, 이를 덮어두고 K-콘텐츠의 역사를 논할 수는 없는 노릇이 아니겠는가.

굳이 덧붙이면, 대한민국 게임과 e스포츠의 열기에 세계인들이 열광한 것이며, 한국 게임을 통해 대한민국이란 나라의 디지털 콘텐츠 문화의 저력을 맞보게 됐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어쨌든, 이번 법안 개정은 그간 변방 취급을 받아온 게임계의 위상을 새롭게 해 줄 것은 분명하다 하겠다. 게임은 무공해 산업에다 지식 시장의 보고로 평가받고 있다. 게임에 대한 부가가치는 여타 산업 그 것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그간 아이돌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그 원죄로 인해 외면 받고 하대를 받아 온 것이다.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DDR(딴따라)이 아닌 광대가 아닌 디지털 종합 예술인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다만 여기서 우려스러운 것은 이 중요한 시점에서 보건 복지부의 게임 중독 코드 도입 움직임이 잰걸음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를 두고 호사다마(好事多魔)라 하던가. ‘문화예술법’ 제정 이후 엉뚱하게 유신 체제가 출범한 것 처럼, 복지부의 게임중독 코드 도입 문제가 슬그머니 머리를 쳐들고 등장하고 있는것이다.  하지만 누누이 얘기를 해 왔지만 이 문제는 정부가 절대로 서두를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게임 강국인 미국과 일본도 게임중독 코드 도입 여부와 관련, 논의는 하고 있으나 전혀 진척이 없고, 중국 등 경쟁국에서도 아예 논의조차 하지 않고 있다. 특히 중국은 이번에도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때처럼 만만디(慢慢的) 전략을 쓰지 않겠냐는 관측이 없지 않다.

중국은 1995년에 WTO 회원국 가입을 선언했다. 전체 회원국 가운데 가장 늦게 조인서에 서명을 한 것이다. 이유는 단 한가지였다. 자국 이익에 부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예컨대 그 당시 중국은 미국 등 서방 쪽에서 요구하는 저작권 보호 및 자국내 불법 저작물 유통과 관련한 법안을 정비해 놓지 않았던 것이다. 따라서 선진국들이 이에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해 올 경우 속수 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서 들고 나선 것이 만만디(慢慢的) 전략이었던 셈이다.

복지부는 2025년 게임중독코드(KCD: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를 분류해 운용하겠다는 입장인 것 같다. 분류라는 것은 제도권 도입을 뜻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림없다 하겠다. 이 문제는 늦추거나  서두를 그런 시기적인 문제가 아니라 본질적으로 질병 코드 도입 자체가 어불성설이란 점이다. 

국회 문화관광위 덕분에 오랜만에 기지개를 켜려고 했더니, 때아니게 엉뚱한 곳에서 복병이 등장해 심사를 틀어지게 하고 있다. 만의 하나 그 것이 불가피한 조치라고 한다면 중국의 사례가 적당하다 하겠다. 그리고 도입 채택 문제는 그 다음 순이라고 생각한다.

 다시금 언급하지만 정부가 왜 그렇게 게임중독 코드 도입을 서두르려 하는지 모르겠다. 게임계는 ‘문화예술법’ 개정을 위해 수십년을 기다려 왔다. 그런데, 복지부는 그까짓 몇 년을 못참고  코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좀 지켜 볼 일은 기다려 봐야 하지 않겠나. 다소 안타깝게 보일 정도로 프레임을 짜고 있는 듯 해 하는 말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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