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7 개발자, 롤러 스케이트와 슈팅 접목 배경 밝혀 … 70년대 영화 등 영감 얻어

폴 래비트 롤7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폴 래비트 롤7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라이빗디비전은 최근 스팀 및 플레이스테이션(PS)4·5 전용 '롤러드롬'을 발매했다. 

롤7이 개발한 이 작품은 롤러 스케이트 소재의 3인칭 액션 슈팅 게임이다. 롤러 스케이트를 통한 공중 묘기와 적을 처치하는 슈팅 액션이 서로 맞물리는 독특한 플레이가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작품은 앞서 '올리올리' 시리즈, '낫 어 히어로' 등을 선보인 롤7의 신작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코믹북 스타일의 아트 및 디스토피아 감성을 녹여낸 가상의 2030년 세계관 역시 이번 신작의 매력을 더한다는 평이다.

롤7의 폴 래비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작품 발매와 맞물려 인터뷰를 갖고 개발 의도 및 주요 특징들을 소개했다. 다음은 질의응답을 간추린 내용이다.

<일문일답>
# 특징 및 소감
- '롤러드롬'의 개발에 영감을 준 요소는 무엇인지. 롤러스케이트를 타면서 총을 쏘는 개념을 어떻게 떠올렸는지 궁금하다.

폴 래비트 디렉터 : '롤러드롬'의 초기 개념은 ‘이중 목적 디자인’에 중점을 둔 게임 잼 참가에서 시작했다. 이 대회는 두 목적에 부합하는 메커니즘을 제작해야 했는데, 여기서 스케이트 묘기를 부리며 총의 탄약을 충전하는 게임을 생각해 냈다.

- 레트로퓨처리즘을 비롯해 디스토피아 세계관에서의 롤러 스케이트 등을 설정한 이유가 있는지. 제목 선정에 대해서도 자세히 알고 싶다.
폴 디렉터 : '롤러드롬'은 70년대 공상과학 영화에서 영감을 많이 얻었기에, 당대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불안함을 많이 담았다. 예를 들어 기업에 대한 불안감이라던지, 사람들이 언론이나 정부에게 통제된다는 발상, 그리고 롤러드롬이 TV로 방영되는 유혈스포츠라는 점까지도 반영했다. 특히 여기에는 영화 ‘롤러볼’도 게임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 점은 게임을 마치는 시점에 확인할 수 있다. '롤러드롬'은 실제 존재하는 스케이트 경기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영화 ‘롤러볼’과 더불어 ‘비디오드롬’에서 도 영감을 얻기도 했다.

- 조작을 비롯해 전체적인 난이도에 대해 설명한다면.
폴 디렉터 : '롤러드롬'은 꽤나 도전적인 게임이고 이는 의도된 사항이다. 생존을 위한 유혈스포츠를 즐기는 것이며 이 과정에서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감정을 느꼈으면 한다. 어려울 수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공정하기도 하다. 우리는 어렵더라도 균형감 있고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개발 과정에서 기술을 조정하거나 무기와 적들이 잠금 해제되는 방식이나 시간 등을 비롯해 밸런스를 맞추는 데에 많은 시간을 들였다. 가장 어려운 최종 단계에 도달하기 전까지 다양한 플레이 스타일을 탐구하고 배울 수 있도록 했다.

- 달리고 적을 쏘고 동시에 트릭을 진행하는 등 자칫하면 너무 복잡해질 수 있는 플레이 디자인이다. 이를 어떻게 방지하고자 했는지 기획 측면에서 답변을 듣고 싶다.
폴 디렉터 : 이전 프로토타입에서는 스케이팅 메커니즘이 훨씬 많이 포함돼 있었다. 예를 들면 낙상 대미지, 그라인드용 밸런스 미터기 등이다. 그러나 모든 슈팅 메커니즘과 함께 스케이팅 메커니즘까지 담기에는 과했다. 그래서 이런 점을 간소화하고 가능한 우아하고 최소한의 메커니즘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럼에도 여전히 풍성한 조작감을 경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게임이 한결 나아지고 자연스러워질 수 있었는데,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많은 노력이 필요했지만 덕분에 이상적인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었던 것 같다.

- 레이싱 측면에서 속도감은 많이 느끼지 못했다. 근접 무기 없이 슈팅 플레이만 가능한 것도 특별한 의도가 있는 것인지 궁금하다. 
폴 디렉터 : 유저가 스케이팅, 슈팅, 움직임 세 가지 균형을 모두 맞춰야 하기 때문에 한번에 많은 일들이 펼쳐지게 된다. 그렇다보니 지나치게 빠른 진행으로 스케이트 묘기와 전투를 동시에 즐기는 걸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이런 것들을 고려한 결과, 충분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게임이 된 것 같다.
유저는 플레이 중 상당히 많이 움직이게 되는데, 만약 근거리 무기를 사용하면 적들을 지나치며 공격하기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봤다. 때문에 근거리 무기보다는 사거리가 있는 총을 고집하는 게 자연스럽다고 판단했다.

# 콘텐츠
- PvP 콘텐츠 및 멀티 플레이 요소도 잘 어울릴 것 같다. 향후 추가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폴 디렉터 : '롤러드롬'은 항상 싱글 플레이어 게임으로 구상돼 왔다. 완전히 새로운 혼합 장르를 창조해내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게임 모드를 제작하기 보다는, 장르적 측면에서 최대한 완성도 높게 구현하고 싶었다. 우리는 '롤러드롬'이 싱글 플레이어 게임으로 탁월하다고 생각하며, 팬들에게서도 많은 열정을 볼 수 있었다.

- 캐릭터 꾸미기 시스템에 대한 계획은 없는지 궁금하다.
폴 디렉터 : 카라 하산은 그녀 자체가 하나의 캐릭터다. 커스터마이징이나 꾸밀 수는 없다. '살기등등 모드'에서는 검은 점프 슈트를 착장한 카라를 만나볼 수 있다. 이 모드는 더욱 극한의 묘기와 전투를 테스트하고 싶은 유저에게 추천하는 모드다.

- 전반적으로 넓은 맵에 비해 등장하는 적의 수는 많아 보이진 않는다. 이는 난도의 조절 측면에서 의도한 것인지.
폴 디렉터 : 게임이 진행될수록 점점 더 많은 적들이 등장하는데, 이를 통해 게임 속 아레나는 더욱 붐비는 공간이자 도전적인 공간이 된다. 탈락하고 싶지 않다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주변에 등장한 적들을 인식해야 한다.

- PS5로도 출시되는 만큼,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기능을 활용하기 위한 어떤 노력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폴 디렉터 : 나는 듀얼센스 컨트롤러를 정말 사랑한다. '롤러드롬'은 듀얼센스 컨트롤러의 어댑티브 트리거나 햅틱 피드백 등을 통해 무기의 느낌을 생생하게 전달하고, 유저에게는 주변 상황을 인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등 특별한 기능을 잘 활용했다.

-세계관 확장이나 모바일 버전 개발, 출시 이후 업데이트 모드 및 콘텐츠에 대한 계획은 있는지 궁금하다.
폴 디렉터 : 우리는 지금의 스토리라인과 더불어 게임 출시에 집중해왔다. 또 현재 PC와 PS4·5에서 최고의 환경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금 구현된 4개의 무기로도 많은 것 같다. 무기가 추가될 십자키(D-패드) 자리가 없기도 하다.

# 아트와 사운드
- 색감 사용이 특이하다. 아트 스타일이 만화책 같은 느낌도 드는데, 영감 받은 부분이 있는지. 이런 외곽선을 강조한 독특한 스타일을 채택한 계기가 궁금하다.

폴 디렉터 : 아트 팀에서는 플레이 환경을 고려해 의도적으로 제한된 색상만을 사용했다. 이는 시각적 효과를 더욱 두드러지게 만들기 위해서인데, 이를 위해 색상이나 색채 강도에 대비 효과를 가미했다. 여기에는 고전 프랑스 코믹북과 벨기에 코믹북을 참고했다.
화풍은 뫼비우스, 에르제 그리고 자콥스 등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었다. 이들은 단순한 몇 줄의 선만으로도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었는데, 이런 미니멀리즘 작품을 참고했다. 오직 필수적인 것으로 담아냈고, 그렇지 않은 것은 과감히 버렸다. 색깔도 마찬가지로, 필요한 것만 표현했다.
‘명료한 선(Ligne Claire)’ 스타일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이런 느낌을 살려 게임의 매 장면이 손으로 직접 그린 듯한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

- 애니메이션, 그리고 폭발 이펙트의 질감이나 화풍 역시 굉장히 독특하다. 제작 과정에 대해 소개한다면.
폴 디렉터 : 처음에는 폭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내기도 했다. 70년대 영화에서 고전 스타일의 폭발을 그려볼까 생각했었는데, 이런 폭발은 대부분 연료에 불이 붙은 것 같이 불타는 화염 수준으로 과했다. 
'롤러드롬'에 어울리는 스타일로 폭발 효과를 제작하는 건 꽤나 어려운 일이었다.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폭발이란 주로 연기 구름이나 폭발 중심에서나 약간의 불꽃 정도일텐데 그마저도 연기 구름에 감춰져 있을거다. 연기와 함께 잔해들이 날아다니기도 한다. 애니메이션 ‘아키라’는 이런 폭발 표현을 굉장히 잘 보여주는데, 이는 '롤러드롬'의 폭발 효과에 있어 참고 자료 중 하나였다.

- 시각적인 표현에서 가장 집착한 부분은 무엇이었는지.
폴 디렉터 : 최소한의 색상 구성, 단순함과 미니멀리즘 등 여러 강력한 원칙이 있었다. 건물과 기계는 브루탈리즘에서 영감을 얻었다. 날카로운 각도와 더불어 단순한 평평한 지면도 많이 사용했다. 게임의 모든 것이 70년대의 기술로 제작된 것처럼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덕분에 너무 과장되지 않으면서 그럴 듯해 보이는 멋진 환경을 제작할 수 있었다. 사실 시각적 표현은 '올리올리 월드'에서의 기술도 적용했지만, 좀 더 잔인하고, 성숙하고, 진지하고, 현실적인 방식으로 표현했다.

- 공개한 초기 프로토타입과 현재의 아트 스타일이 다르다. 70년대 풍으로 아트 스타일을 디자인한 이유가 있을까.
폴 디렉터 : 가장 초기 개발 단계에서는 70년대의 어두운 면을 긴밀히 살폈다. 철컥거리는 로봇이 등장하고 심오한 스토리를 갖춘 오래된 디스토피아 영화를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세계관에 기반한 배경과 게임의 시각 표현을 전개해 나가면서, 현재와 같은 아트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었다.

- 그래픽이 호불호가 있을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어떤지.
폴 디렉터 : 모두가 우리 아트 스타일을 좋아할 수 없다는 점은 알고 있다.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랑하는 것을 만들었을 뿐이다. 누군가에게는 이런 세계와 시각 요소가 마음 속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될 거라 믿는다.

- 70년대 신디 음악 스타일이라고 명시했다. 비슷한 시기 유행한 락, 팝, 디스코 장르도 있었을 것 같은데 신디 위주로 사운드를 구성한 이유가 있을까.
폴 디렉터 : 사운드트랙에서는 이탈리아 디스코와 프로그레시브 락의 느낌도 받을 수 있다.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신스웨이브 풍의 음악을 작곡하는 건데, 70년대 느낌을 담아야 했다. 그래서 이탈리아 작곡가 조르지오 모르더, 그리스 음악가 반젤리스의 초기 음악, 그리고 미국 음악가 웬디 카를로스의 느낌을 사운드트랙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 롤7 스튜디오
- '롤러드롬'의 주요 타깃층이 궁금하다.

폴 디렉터 : 토니 호크와 '둠'을 좋아한다면, 분명 '롤러드롬'도 좋아할 거다. '롤러드롬'은 스케이터 장르라기보단 슈터에 가깝지만, 둘다 매력적인 요소라고 본다. 이 외에도 인상 깊고 완전 차별화된 게임을 찾는다면 '롤러드롬'에서 신선하고 특별한 경험을 만끽할 수 있을거다. 

- '올리올리' 시리즈의 스케이트 보드에 이어 롤러 스케이트를 소재로 사용했다. 롤7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는지 궁금하다. 이전 시리즈와 분위기는 다르지만 플레이 메커니즘은 비슷한 것 같다.
폴 디렉터 : '롤러드롬'은 '올리올리 월드'와는 매우 다른 스케이팅 게임이다. 어떤 면에서는 스케이터보다는 슈터 장르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롤7 스튜디오에게 스케이팅은 많은 의미를 갖고 있다. 나를 포함해 많은 팀 멤버들이 스케이트보드나 롤러스케이트를 타고 둘 다 즐기는 이들도 있다. 이런 경험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나눠주고 싶을 정도로 멋진 것이다. 
하지만 게임 스튜디오로써 우리는 스케이팅에만 특별히 집중하기보다는 거친 느낌의 ‘플로우’ 상태의 게임을 창조하는 발상에 더 중점을 뒀다. 이런 개발 이념은 우리 게임의 공통적인 철학이다.
'올리올리' 시리즈와 '롤러드롬'은 서로 다른 특징이 뚜렷한 게임이다. 그러나 유저가 완전 몰입할 수 있도록 하는 '플로우' 상태가 두 작품을 연결하는 공통적인 콘셉트라고 할 수 있다. ‘플로우’ 상태는 롤7 스튜디오 게임의 핵심이자 15년 간 개발해온 파트 중 가장 뛰어난 부분이기도 하다.

- '롤러드롬'에서는 폭력성을 여러 측면에서 작품에 담으려고 한 것처럼 느껴진다. 이전 시리즈와 비교해 의도적으로 변화를 꾀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폴 디렉터 : 우리는 특정한 의도를 담으려고 하진 않았다. '롤러드롬'은 스타일리시하고 폭발적인 게임이지만 플레이할 때는 무표정으로 하게 된다. 물론 설정상 디스토피아적 요소가 있지만 게임 플레이 스타일 측면에서는 꽤 직설적으로 즐길 수 있다.

- 내년까지 플레이스테이션 독점 게임인데, 이와 관련 소니의 지원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폴 디렉터 : 플레이스테이션은 오랜 파트너로, 2013년 당시 ‘인디 이니셔티브’에서 최초의 '올리올리' 게임을 많이 도와준 이후 계속 친밀하게 지내왔다. '롤러드롬' 제작 과정에서도 일찍이 플레이스테이션에서 즐길 수 있다면 멋질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플레이스테이션과 협의했고, 이후로도 계속 멋진 협력자이자 파트너로 지내왔다.

- 소규모 개발업체임에도 1년에 두 작품을 낼 정도로 부지런함을 보였다. 전혀 상반된 프로젝트 두 개를 동시에 진행한 셈인데 어려운 점은 없었나 또, 이런 일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으로 보는가.
폴 디렉터 : 스튜디오가 운영되는 방식 덕분이다. 2018년 당시 우리는 ‘크런치 모드 없이, 게임을 제작하는 데에 뚜렷한 파라미터 지표를 가지고’ 개발에 임하기로 했다. 이후 생산성 측면에서 목표에 꾸준히 집중해왔고, 덕분에 지난 6개월 동안 두 작품을 출시하며 결과적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이는  스튜디오 개인 모두가 훌륭한 일원으로서 뛰어난 집중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개발부터 기획, 아트, 스토리, 관리, 인사 등 모두가 협업했다. 궁극적으로 '롤러드롬'의 성공은 업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람들이 모인 덕분이다. 소규모 팀이면서 팬데믹 시기에 원격으로 개발하고 상대적으로 적은 리소스로도 두 작품을 모두 완성했다. 이는 정말 놀라운 성과로, 우리 스튜디오의 성취와 모든 팀원들이 자랑스럽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