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박보균 장관 임명 강행…열린 마인드로 목소리 들어주길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으로 검사 출신 대통령이 탄생했다.

검사는 사회의 범죄를 단죄하기 위한 칼날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치밀함과 끈기, 그리고 사명감이 무엇보다 강조된다. 그런데 검사라는 직업의 이면에는 권력이라는 어두운 그림자가 늘 따라다닌다. 역대 대통령들이 검찰권을 장악하고 이를 무기 삼아 정적을 제거하거나 억제해 왔다는 것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권에서는 사활을 걸고 검찰의 수사권을 박탈하는 '검수완박'을 추진했다. 기소권을 갖고 있는 검찰이 수사까지 한다면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밖에 없다는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야 양측의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권력은 반드시 부패하게 된다'는 말이 있듯 절대권력은 위험하다고 볼 수 있다. 

이제 게임 이야기로 넘어가 보겠다. 윤석열 대통령의 경우 검찰이라는 직업 상 게임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요즘 젊은 검사들이라면 어려서 부터 게임과 친밀하게 지내왔고 검사가 된 이후에도 친구들과 가볍게 한 두 게임을 즐기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한창 젊은 혈기로 일했을 때 만 해도 검사가 게임을 한다면 '미친 것 아니냐'는 비난을 받았을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검찰이란 한 길을 걸으며 요직을 두루 거친 윤 대통령은 게임을 어떻게 생각할까. 아마도 주변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듣고 받아들이는 정도가 아닐까. 그런데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한다면 일국의 대통령이 모든 것을 다 잘 알 수는 없는 일이다. 특히 게임과 같은 첨단 ICT 기술과 산업을 이해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다. 대통령의 역할은 모든 것을 잘 아는 것이 아니라 적임자를 임명해 일 처리를 잘 하도록 하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후보시절 게임관련 공약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 완전 공개&국민 직접 감시 강화 ▲게임 소액 사기 전담 수사기구 설치 ▲장애인 게임 접근성 불편 해소 ▲e스포츠 지역 연고제 도입 등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이 공약들은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이지만 게임업계 전반을 아우르는 내용이라고는 볼 수 없다. 그렇다면 윤 대통령을 보좌해 게임산업을 이끌어 나갈 책임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에게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윤 대통령은 첫 문화부 장관으로 언론인 출신인 박보균 장관을 임명했다. 고려대를 나와 중앙일보에 입사한 이후 줄곧 언론인으로 부사장 대우까지 올랐던 박 장관은 고 전두환 전대통령을 옹호 하는 등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또 인사청문회에서 여러가지 특혜를 받았다는 의혹으로 곤혹을 치렀지만 결국 윤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문화부 장관이 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 게임과 관련해 주목할 만한 행보를 보여주지는 않았다. 그리고 박보균 장관 역시 현재까지 게임업계와의 접점이 없는 상태다. 

검사 출신 대통령과 언론인 출신 문화부 장관이라고 해서 게임을 모르고 망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문화와 체육, 관광 등 광범위한 범위를 담당하는 장관이라면 적어도 각 분야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는 할 수 있는 인물이 적임자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박 장관의 경우 정치부 기자로만 일관해 왔으니 산업이나 문화 등의 분야에서는 상대적으로 경험과 이해가 부족할 것이다.

역대 문화부 장관들의 면면을 보면 정치인에서 영화감독, 배우, 문화산업계, 전문관료 등 여러 직업군을 망라하고 있다. 이 중 게임산업 발전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장관들은 아이러니컬 하게도 정치인 출신이었다는 것은 흥미롭다.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표를 의식해 의견을 듣고 문제점을 해결해 주려는 마인드를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이른 바 전봇대를 뽑아 내고 규제를 없애 버리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기자 출신 박 장관이 소신을 갖고 문화산업계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고민을 해결해 줄 만한 역량이 있을까 하는 의구심을 버릴 수 없다. 

박 장관의 경우 기자 시절에는 예리한 분석과 송곳같은 문제지적이 필요했겠지만 문화부의 수장이 된 지금은 오히려 폭 넓게 의견을 수용하고 문제점을 깊게 고민하는 자세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세간에서는 퇴직한 기자들에 대해 '갑의 입장에서 굳어진 먹물을 빼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하곤 한다. 기자라는 직업도 하나의 특권의식에 젖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러한 갑의 마인드를 버리지 못한다면 다양한 분야에서 터져 나오는 목소리들을 경청하는 것이 쉽지 않으리라 본다. 

새로운 대통령과 문화부 장관을 맞이한 게임계는 지금 기대 보다는 우려의 분위기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염려를 불식시킬 수 있도록 대통령과 장관이 보다 열린 마인드로 게임업계와 소통하고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아 주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