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판호' 앞세운 쇄국정책 심화 우려 … P2E 등 규제 문제 풀어낼 해법 나와야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지금 국내 게임업계가 처한 현실이 딱 이렇다. 올해도 어느덧 1분기가 훌쩍 지났지만 기대했던 희소식은 들려 오지 않고 안팎으로 우울한 뉴스만 쏟아질 뿐이다.  

올들어 한·중 수교 30주년과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중국발 훈풍을 기대했던 게임업계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는 중국 정부의 게임 ‘쇄국정책’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임을 ‘정신적 아편’에 비유하면 강력한 게임 규제 정책을 펼쳐온 중국 당국이 한국 등 해외 작품에 대한 판호 규제를 넘어 자국내 유저들과 해외 게임과의 모든 접점을 완전히 끊고 나설 태세다.

중국 방송 규제 당국인 광전총국은 지난 15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허가받지 않은 온라인 게임의 라이브 스트리밍을 전면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해외 게임과 이를 바탕으로 한 e스포츠 대회 및 게임쇼를 스트리밍하기 위해서는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또한 모든 온라인 플랫폼은 향후 청소년들이 스트리밍 호스트들에게 과도한 돈을 지출하는 것을 방지하고, 게임 과몰입을 막기 위해 플랫폼에 ‘청소년 보호 모드’를 적용해야 한다. 

이번 조치에 대해 중국 당국은 “한동안 무질서한 온라인 생방송과 10대의 게임 중독과 같은 문제에 대한 우려가 널리 제기됐고 실효성 있는 대책에 대한 시급한 요구가 있었다”는 설명을 덧붙였지만 실상은 중국 유저들의 해외 게임 이용 및 접근을 원천 봉쇄하겠다는 뜻임을 미뤄 짐작해 볼 수 있다. 

이러한 중국 정부의 잇단 규제에 현지 게임업체들은 어떠한 저항도 없이 곧바로 후속 조치를 취하고 나서 눈길을 끈다. 일례로 중국 최대 게임회사인 텐센트는 오는 5월 31일부터 중국을 제외한 해외 게임에 접속할 수 있게 지원해온 서비스를 중단한다고 즉각 발표했다. 그간 텐센트는 '게임 부스터'라 불리는 일종의 가상사설망(VPN) 서비스를 제공해왔다. 인터넷 속도가 느린 중국에서 게임 유저들은 해당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 속도를 높이는 동시에 중국에 들어오지 않은 해외 게임에도 공공연하게 접속해왔다. 최근 국내에서만 서비스를 시작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에 중국 유저들이 몰려올 수 있었던 것도 바로 이런 VPN 서비스 덕분이었다.

국내 게임업계에는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중국의 게임 쇄국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당국이 최근 온라인 게임 신규 판호 발급을 재개했지만 게임 규제는 계속될 것이며, 특히 한국을 포함한 외국 게임의 중국 시장 진출 가능성은 밝지 않다는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일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8개월여 만에 새로 판호를 발급한 45개 게임 작품 명단을 발표했다. 그러나 모두 중국 중소 게임업체들의 작품이며, 텐센트 등 대형 게임업체는 물론 한국을 포함한 외국 게임 타이틀은 단 1개도 없었다. 중국은 2019년 외국 게임 180편에 대해 판호를 발급했지만 2020년에는 97편, 2021년에는 76편만 발급했다. 하지만 올해는 외국 게임에 대한 판호 발급이 언제쯤 재개될 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당국의 막무가내식 게임 규제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 정부의 게임 관련 규제도 게임 업계를 곤혹스럽게 하긴 마찬가지다. 새 봄을 맞아 활짝 꽃피울 것으로 예상했던 블록체인 게임 사업이 오히려 게임업계의 발목을 붙잡고 있는 형국이다. 현 정부는 물론이고, 지난 대선 당시 블록체인 게임 시장 활성화를 위해 플레이투언(P2E) 게임 관련 규제 철폐를 약속했던 정치인들 역시 한 달이 지나도록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올들어 P2E 게임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위메이드를 비롯해 컴투스 그룹, 네오위즈, 넷마블 등 다수의 업체들이 블록체인 게임 생태계 구축을 위해 분주한 행보를 보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업체의 주가는 연일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블록체인 게임 시장의 성장 잠재력을 믿고 적극 투자했던 투자자들과 블록체인 게임 사업을 통해 실적 개선을 꾀했던 업체들 모두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우울한 소식은 이 뿐만이 아니다. 다수의 게임업체들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에도 시장 전망치에 미달하는 부진한 성적을 거뒀을 것으로 예측된다는 증권가의 관련 보고서가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수혜 기간동안 흥행 신작을 내놓지 못한 업체들도 반성해야겠지만, 게임규제 등 대내외적인 여건도 업체들의 실적 부진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업계가 새로운 성장의 모멘텀을 찾지 못한다면 국내 게임산업은 더욱 위축될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현재 국내 대다수 게임업체들은 P2E게임과 메타버스에 사실상 올인한 모양새다. P2E게임과 메타버스 모두 블록체인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인 만큼 이와 관련된 규제 해소가 시급한 상황이다.

게임 업체들이 힘껏 날개짓을 펼칠 수 있도록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과 박보균 문화부 장관 내정자는 중국 판호와 P2E 규제 등 관련 문제를 신속히 파악해 하루속히 해법을 내놓길 기대해 본다. 게임업계도 화창한 봄의 기운을 느껴봐야 할 것 아닌가.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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