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서도 금관문화훈장 수훈자가 나올 때가 된 것 같다. 정부가 정말로 게임을 문화예술의 한 장르이자 콘텐츠로 인정한다면 게임 종자사가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최근 중소업체 한 관계자는 지난해 연말 게임업계의 다양한 표창, 포장 수상과 관련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이같이 말했다. 장관표창, 산업포장, 공로상 등 모두 뜻 깊은 일이지만 엄밀히 말해 상의 격으로는 훈장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게임 관련 토론회, 행사 등이 열리면 정부부처 관계자들은 의례 “게임은 문화예술이자 콘텐츠의 한 장르로 육성에 힘을 쏟겠다"고 말한다고 언급했다. 그렇지만 실제 행보는 산업적 부문에만 치중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의견은 자격도 안되는 업종에서 단순히 떼를 쓰는것이 아니다. 당장 정부에서도 매년 게임이 콘텐츠 산업 수출 1위의 한류 콘텐츠라며 떠받들어 왔다. 그러나 문화 콘텐츠로서의 게임을 논할때면 이도저도 아닌 유보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게임 종사자가 문화훈장을 받는 것이 이상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해외에서는 이례적인 일이 아니다. 지난 2006년 일본 유명 게임 개발자 미야모토 시게루가 프랑스에서 예술문화훈장 슈발리에장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지난 2011년 자국 게임산업 발전에 공을 세운 게임과 게임 제작자들에게 훈장을 수여했다.

게임을 문화예술로 인정한다는 인식 부문에서는 한국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10년 이상 뒤쳐져 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훈장까지는 아니더라도 해외 각국에서 게임을 문화예술의 한 장르로 인정하며 이를 육성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삼고 적극적인 발전에 나서고 있다.

물론 현재 한국 게임에 대한 국내 유저들의 인식이 어떤지는 잘 알고 있다. 지나친 과금모델, 성공 게임의 아류작들, 고객인 유저에 대한 적대적 모습 등 그야말로 불신이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확률형 아이템 문제에 있어서도 게임업체가 거짓말하는건지 진짜인지 못 믿겠으니 법적으로 명시해 운영하자는 의견을 유저 다수가 옹호하고 있다.

이로 인해 일부 커뮤니티에서는 ‘믿거국(믿고 거르는 국산게임)’ ‘네다국(네, 다음 국산게임)’ 등이 실제로 사용되는 것을 보기도 했다. 다만 자격이 안되서 상을 못 받는것과 상을 받을 기회조차 없는 것은 엄연히 다른 문제다.

모든 유저들을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그나마 고르고 골라 차츰 상을 주다보면 정말로 꼭 상을 받아야만 될 사람들이 생기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또한 게임업계 종사자들 역시 훈장을 받을만한 분야에 종사하는 인재들로 인식되며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제고될 것으로 여겨진다.

단순 비교할 대목은 아니지만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 따르면 성인이 1년에 읽는 책의 수는 4.5권으로 집계됐다. 문화예술의 대표적 장르인 소설, 시 등을 1년에 다섯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게임의 경우 국내 유저 중 70% 이상이 즐기고 있는 대중적 취미다. 온라인 게임 ‘로스트아크’의 경우 지난달 새 캐릭터 업데이트 이후 동시 접속자 수가 26만명을 돌파했다.

어떤 문화콘텐츠가 디지털 시대에 더 파급력 있는지는 굳이 이야기 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문화예술로 끝까지 인정할 수 없으면 소관부처를 문화예술관광부가 아니라 다른 부처로 바꾸고 해당 부문에서의 공로로 상을 주면된다.

지난해 말 배우 윤여정씨가 대중문화인 중 처음으로 금관문화훈장을 받아 화제가 된 일이 있었다. 향후에는 게임업계에서 처음으로 누군가 훈장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할 일이 있길 바란다.

[더게임스데일리 강인석 기자 kang12@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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