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 오라'는 식의 권위적인 태도가 문제…시대정서 반영한 심의잣대 절실

게임 심의를 놓고 또다시 논란이 빚어지고 있다. 구설의 중심에 서 있는 게임은 나트리스에서 개발한 P2E(플레이 투언 : Play To Earn) 장르의 ‘무한돌파 삼국지 리버스’란 작품이다. 내용으로만 보면 아주 평범한 게임이다. 

문제는 게임 코인을 받고, 이를 가상화폐 거래소에서 돈으로 환전하는 등 게임 내 사행 행위가 적지 않게 벌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게임물관리위원회측은 이 게임에 대해 두말할 나위 없는 사행 게임이라며 자율등급분류 결정을 취소해 버렸다. 이렇게 되면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게 된다.

그러자 게임 개발사측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매일 같이 임무를 부여하고, 이를 완료하게 되면 코인을 지불하는 등 오직 게임 내 재화로만 활용하는 게임에 대해 사행이라는 꼬리를 붙여 서비스를 못하게 하고 있다며 게임위측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이다.

양측의 1라운드 판정은 법원측에서 최근 임시효력 정지 처분이란 조치를 내림에 따라 등급분류 결정 취소에 따른 개발사측의 불이익은 돌아가지 않게 됐다. 법원측은 양측의 다툼은 있을 수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기업에 치명적일 수 있는 등급분류 취소 결정으로 서비스를 못하도록 하는 것은 다소 무리라고 본 것이다. 따라서 양측 다툼을 들어 본 이후 판결을 해도 늦지 않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일단 원고 입장에 서서 임시 효력 정지처분이란 조치를 내려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법원의 선 조치는 최근 절차적인 것을 우선시하는 사법부의 정서상, 원고측인 게임 개발사의 손을 먼저 들어준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판결에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같은 움직임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과거와는 다르게 상당히 진보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으며, 그 흐름 역시 대단히 빠르게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정부와 기관의 대응 움직임은 한마디로 거북이 걸음에다, 사법부와는 초록은 동색인 처럼 마치 같은 배를 타고 있는 동지가 아니냐는 식의 착각 속에 머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전 정부인 박 근혜 정부에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탓인지, 아니면 시대적 흐름이 마치 질풍 노도와도 같은 시대로 변한 때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한가지 확실한 것은 예측 불허의 진보적인 판결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의 사법부가 시대의 추이를 봐가며 이를 반영한 판결을 내려 왔다면 , 최근에는 선도적인,  아주 범상치(?) 않은  판결문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는 것이다.

게임위의 고민이 커지고 있음을 부인키 어렵다. 예전엔 말없이 따라오라고 함 그렇게 됐다. 공연윤리위원회 시절엔 그 권위가 가히 절대적이었다. 함부로 심의 잣대를 두고 입을 열지 못했다.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다소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심의 결과에 문제를 삼는 이들이 곧잘 등장했고, 이같은 행위가 결국 정부의 사전 검열에 해당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까지 나왔다. 결국 이같은 바람은 심의 기관의 대 변혁을 불러오게 하는 기폭제가 됐다.

게임위는 영등위와 분리되면서 새로운 위상을 정립하게 된다. 초대 김기만 위원장은 게임위에 대해 권위적 기관이 아닌 서비스 제공 기관으로서의 역할을 당부하며 이를 실천하는 데 온 힘을 기울였다. 하지만 떨쳐 버릴 수 없었던 한계점은 사회의 여과 장치이자 보편적 정서를 담아 내는 제도권의 최후의 보루라는 심한 중압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이다.

특히 게임 사행성에 대해서는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여 아케이드 게임의 경우 게임위가 산업을 사실상 고사시켰다는 혹평이 나올만큼 심하게 다뤘다. 더욱이 새로운 그릇(콘텐츠 플렛폼)이 나타나면 체질적으로 배타적인 현상을 드러냈고,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산업 비전에 대한 소명 의식은 크게 떨어졌다.

결정적인 문제점은 유저 및 개발자들과의 눈높이에서 너무 동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현상은 한쪽이 동일선상에서 있지 않거나, 아니면 같이 마주보려 하지 않으려 하거나, 이도저도 아니면 사안에 대한 경중을 제대로 가리지 못할 때 나타난다. 그런데, 최근 1~2년 사이, 이런 일들이 너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일방적 통행만큼 위험한 곡예는 없다. 특히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산업계에선 가장 경계해야 할 덕목이다.

이같은 일련의 엇박자에 대해 업계에서는 게임위의 권위적인 태도 때문에 빚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게임위가 여전히 업체들의 생사 여탈권을 자신들이 쥐고 있다고 착각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발상은 절대적 권위주의 시대에서나 있을 법한 생각이다.

게임위의 가장 큰 미덕은 ‘미워도 다시한번’이라고 한다. 심의를 빌미로 겁박하거나 응징하지 말고  객관적이고도 이성적으로 판단하라는 뜻이다.

게임위가 자기 주변을 꼼꼼히 살펴보는 노력을 기울였다면 최근과 같은 논란과 수모를 과연 불러 왔을까. 기관의 고객 눈높이는 내려 보는 것이 아니라 올려 보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좀 더 낮은 곳으로 내려와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또다시 분란과 수모를 피할 수 없다.

권위는 일방적이고 고압적인 태도에서 절대 빚어지지 않는다.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일관되게 이뤄질 때 비로소 권위라는 이름이 잉태되는 것이다.

게임위가 지금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게 아닌지, 냉철하게 자신들을 되돌아봤으면 한다.

[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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