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수면권ㆍ학습권 주장하며 졸속 처리된 악법 … 게임 산업 위축 및 인식 저하 등 많은 부작용 끝에 퇴출

그동안 국내 게임산업을 위축시키며 많은 논란을 불렀던 ‘강제적 셧다운제’가 마침내 폐지된다.

11일 국회는 전용기, 허은아, 권인숙, 류호정 의원이 발의하고 여성가족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청소년 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인터넷 게임 제공자가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심야 시간대 인터넷 게임 제공을 제한하는 규정인 ‘강제적 셧다운제’를 폐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강제적 셧다운제의 역사는 지난 2011년 ‘청소년 보호법’ 개정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소년들이 심야 시간에 온라인 게임을 즐기며 수면권과 학습권에 지장이 생긴다는 이유로 인해 졸속적인 통과가 이뤄졌으며, 이후 국내 게임산업에 큰 타격을 입힌 바 있다. 특히 게임을 부정적인 것인 양 법적으로 금지하며, 학부모를 비롯한 사회에 게임에 대한 인식을 크게 저하시키기도 했다.

강제적 셧다운제는 이후 잦은 실효성 부족 논란에 휘말리며 비판 여론이 줄을 이었다. 일부 전문가들은 셧다운제 시행의 이유였던 청소년 수면권에 대해 “게임이 문제가 아닌 학부모들의 과도한 교육열과 사교육 문화에 있다”며 셧다운제는 비난 대상을 잘못 찾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보호를 위한 지나친 국가 후견주의의 전형이라며 인권 주체로서의 청소년을 존중하고 게임 이용을 가족의 자율성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 또한 많았다.

특히 최근 e스포츠의 발전 및 게임이 문화 산업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이 같은 셧다운제 무용론에 불이 붙었다. e스포츠 선수를 꿈꾸는 학생들의 연습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견과 함께, 더 이상 게임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의견이 확산되며 강제적 셧다운제는 ‘시대에 뒤떨어진 악법’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갈 곳을 잃었다. 정치권에서도 여야 가릴 것 없이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하며 여론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였다.

'마인크래프트'

온라인 게임 ‘마인크래프트’의 청소년 이용 불가 논란이 촉발된 것이 결정적이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서비스하는 ‘마인크래프트’는 최근 보안 상의 이유로 게임을 플레이 하기 위해 로그인 시스템을 자사의 MS 계정으로 통합할 것을 선언했다. 그러나 국내 청소년들은 MS 계정을 만들 수 없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많은 수의 해외 게임업체들이 강제적 셧다운제 통과 당시 청소년과 성인을 구분해 게임을 서비스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청소년들의 계정 생성 자체를 막았고, MS 역시 이에 포함된 업체 중 하나였다.

마인크래프트 게임의 경우 국내에서 청소년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글로벌 흥행작이다. 특히 상상력을 발휘해 건물을 짓는 등 마인크래프트 게임 내의 창조적인 요소가 청소년들의 두뇌 발달 및 교육용 목적으로도 효과적이라는 것이 최근 다양한 연구 결과로 증명되고 있다. 국내 청소년들이 강제적 셧다운제를 이유로 마인크래프트를 플레이할 수 없게 되자 셧다운제 폐지 여론은 거세게 번졌다.

이후 전용기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 등에 의해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 내용이 담긴 청소년 보호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됐다. 또한 각종 세미나와 토론회 등을 통해 강제적 셧다운제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등 정치권과 학계를 막론하고 폐지론이 대세에 올랐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 역시 지난 7월 강제적 셧다운제 개선을 위한 자체 규제개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이에 호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이날 강제적 셧다운제 폐지가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셧다운제’는 10년간의 역사를 뒤로한 채 사라지게 됐다. 셧다운제 폐지를 주장한 허은아 의원은 이 같은 결과에 “게임 강제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수면권 확보라는 제도의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불필요하게 학부모와 청소년의 자율권을 제한한 규제였다”며 “원안의 `게임 중독` 용어의 삭제가 반영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앞으로도 불필요한 규제가 없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여, 대한민국의 미래인 청소년들의 행복추구권에 보탬이 되는 의정활동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게임산업협회 역시 앞으로 규제 도입 시 면밀한 검토와 평가가 이뤄지기를 바란다며 셧다운제 폐지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