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쩍이는 새로운 콘텐츠 ' 가물가물' …'아타리 쇼크' 교훈 잊지말아야

1차 세계 대전이 끝남과 동시에 미국 경제를 휘몰아친 것은 극심한 경제 침체였다. 실업률이 30%에 가까웠고, 농산물은 남아 돌면서 농촌은 피폐해져 갔다. 이 틈바구니를 헤치며 혜성처엄 등장한 것이 영화와 아케이드 게임이었다. 영화는 공황으로 허덕이고 있는 도시 근로자들에게 꿈과 희망을 안겨줬고, 게임은 그들의 유일한 위락기구가 됐다. 이때 등장한 게임이 동전을 넣어서 작동하는 ‘페니 아케이드 (Penny Arcade)’였다. 그러나, 이후 특별하다고 할만한 새로운 장르의 게임은 나타나지 않았다.

‘핀볼’이나 ‘슬롯머신’등이 인기를 끌기는 했지만 그저 고만고만한 수준에 그쳤다. 게임 산업화를 주도한 아타리社 놀런 부시넬 창립자는 그렇게 주목받아온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그에게는 항시 시장을 일으켜 보겠다는 야망과 절박함이 묻어났다. 그의 히트작 ‘퐁’의 등장도 이같은 그의 집념에서 나온 역작이라고 볼 수 있다.

선술집에 있는 고장난 ‘퐁’을 고치면서 그 원인이 돈 주머니에 가득 찬 동전으로 인해 빚어진 ‘사고’ 였음을 그는 그냥 간과하지 않은 것이다. 고장난 ‘퐁’이 때 아니게 기계음을 낸 것이 아니었고, 그 기계음의 원인이 다름아닌 돈 주머니에 가득찬 동전 때문이란 걸 아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았다. 부시넬은 즉각 ‘퐁’이란 게임에 전자음이란 것을 사상 최초로 입혀 출시했다. 그리고 이 제품은 경쟁사 제품에 비해 5배 이상의 수익을 거두게 됐다. 그 사고 원인의 순간을 놓치지 않은 그의 안목이 비디오게임의 새 역사를 창조해 낸 것이다.

온라인게임 시장 개척은 한마디로 눈물겹다. 송 재경과 김 정주가 손을 잡고 만든 ‘바람의 나라’는 흥행시장에서 크게 빛을 발휘하지 못했다. 김 택진과 송 재경이 합심해 완성한 ‘리니지’는 그나마 조금 나았다. ‘바람의 나라’에서 얻은 팬들의 반응을 통해 화려한 그래픽 뿐 아니라 여러 장치들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이 때 고민에 빠진 건 김 정주였다. 당시 온라인게임은 월정액제가 유일한 수입원이었다. 이 요금체계는 PC 패키지게임보다는 좀 더 나은 조건이었지만 캐주얼 게임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김 정주의 넥슨에 있어서는 아주 불합리한 요금 구조였던 것이다.

왜냐하면 그 때만 하더라도 캐주얼 게임은 거의 무료 이용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장고 끝에 결정한 것이 그 당시 핫한 반응을 얻고 있는 ‘퀴즈퀴즈’ 란 게임에 대해 유료화를 단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PC방업계의 거센 반발을 사고 말았다. 캐주얼 게임을 사전 협의도 없이 유료화 했다는 이유에서다. 시장 상황이 아주 좋지않게 꼬이기 시작했다. 결국 막판 반전을 위한 타협안으로 제시한 것이 사상 초유의 게임 수익모델이 된 ‘부분 유료화’였다. 게임은 무료로 즐기도록 했지만 주요 핵심 기능은 사서 쓰라는 것이었다. 이 요금체계는 온라인 게임시장의 외형과 산업 규모를 급격히 확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된다. 진입 장벽을 낮추고 게임업체에 대해서는 안정적인 수입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처럼 아주 절박한 시기 때마다 게임산업은 이상하다 할 만큼 한단계씩 업그레이드 되는 모습을 보여 왔다. 게임업계는 그때 마다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왔고 제도권은 이를 수용했다. 최근 논란을 빚고 있는 ‘확률형 아이템’도 이같은 절박함 속에서 만들어진 상품이었다. 하지만 다소 위험 부담이 크다는 점에서 업계 일각에선 경계의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예상대로 ‘확률형 아이템’으로 현실 타개는 극복해 냈지만, 이로인한 사달은 끝내 피하지 못했다.

게임업계는 그러나 사태의 심각성을 그렇게 내다보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아주 미온적인 태도에다 일단 내리는 비는 피하고 보자는 식이다. 하지만 이같은 사행 상품으론 절대 게임산업이 한단계 올라설 수 없다는 것이다.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의 3대 해악이라고 하는 사행에 상당히 가깝다는 지적은 피할 수 없다. 또 무엇보다 게임에 대한 이미지를 제도권에 부정적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대안책이 필요하다 하겠다.

게임업계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뒷짐만 쥐고 있는 것은 예전과 같은 절박함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저급한 표현을 빌자면 얼굴에 기름기가 흐르는 배부른 시인이 됐다는 것이다. 배고픈 시인이 아니고선 가슴에 와 닿는 시를 완성할 수 없다. 오로지 기계적으로 양산할 뿐이다. 굳이 게임 때문에 다른 예술계의 현실을 지적하며 끌어들이긴 그렇지만 그러한 현실은 부인키 어려운 사실이다.

절박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권 혁빈 스마일게이트 창립자가 ‘크로스 파이어’란 작품 하나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것도, 김 기영 티쓰리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중국에서 ‘오디션’으로 거센 흥행 돌풍을 일으킨 것도 4전5기란 절박함과 7전8기란 도전정신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할 것이다.

게임계는 지금 목마름이란 게 없다. 그냥 자신들에게 주어진 지분만 잘 지켜 나가려는 얍삽함만 있을 뿐이다. 제도권에서 그렇게 논란이 빚어져도 ‘확률형 아이템’이란 마약같은 상품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주저앉을 것인가.

미국 게임시장을 주도해 온 아타리社가 빼어난 실적에 취해 손을 놓은 사이 터져 나온 것이 1983년 ‘아타리의 쇼크’ 사태다. 아타리社는 끝내 이 수렁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이듬해 분할 매각이란 운명에 처해지고 만다.  어느 순간, 번쩍이던 그  절박함의 교훈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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