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만 되면 거침없이 쏟아내는 강요의 '매질'…이젠 어엿한 성년, 과거처럼 되지 않을 것

솔직히, 이런 움직임이 있을 때마다 본능적으로 예후라는 것을 사전에 감지하기도 한다. 그 이유에 대해 자문하게 되면 직업적 특성 때문이라고만 하기엔 조금 애매한 부문이 있다. 예민한 성격 탓도 그렇고, 아니면 긴장을 늦추지 않고 끊임없이 촉을 세우며 사안을 바라보는, 자기보호 본능이 기계적으로 발동한 때문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박 근혜 정부 시절, 유독 안방극장을 점령하기 시작한 TV CF 광고는 게임이었다. 오죽하면 게임 광고에 얼굴을 내밀지 못한 스타는 진정한 스타가 아니라는 말이 돌 정도였으니까 게임광고의 넘침과 범람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그러나 뒤늦게 알려진 사실은 지상파 TV의 경영난 돌파 의지와 게임업계의 스타 마케팅 전략이 맞아 떨어지면서 이같은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됐다는 것인데, 어찌됐든 표면적으로 보기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격이 됐다.

게임업계가 본격적으로 제도권에 진입한 시기가 바로 이 때라고 보는 게 맞다. 이전의 게임업계에 대한 제도권의 시선은 불량한 아이돌 문화의 주산지였을 뿐이다.  특히 ‘ 바다이야기 사태’ 로 빚어진 게임업계에 대한 제도권의 불안한 시선은 규제에 대못을 박는, 게임업계와는 일정한 거리감을 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게임업계가 슬그머니 제도권에 진입한 것이다. 그 것도 사회적으로 가장 영향력이 있다는 지상파 TV를 통해서. 결과적으로 게임업계는 성년으로서의 위상을 제도권으로부터 인정받게 됐지만, 그 위치 만큼의 사회적 책임감은 실감하지 못했다. 아니, 생각하지도 못했던  것 같다.

제도권으로 진입한 게임업계에 대해 정부, 특히 주무부처인 문화부는 아주 조심스런 반응을 보였다. 한마디로 아직은 이르다는 것이었다. 부처 일각에선 게임 TV광고를 강력히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자칫 화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상파 TV 및 케이블 방송사의 강력한 반대와 저항으로 손을 놓고 말았다.

제도권에 진입하면서 가장 먼저 다가온 곳은 정치권과 이른바 제도권의 메이저 언론이다. 남경필 전 경기지사 같은 이 등이 협회장직을 역임했기 때문에 낯설지 않을 것이라고 했겠지만 그렇치가 않았다. 친 게임계 인사들도 있었지만 반 게임계 인사들의 수가 훨씬 더 많았다.이렇게 되자 대관 업무의 중요성이 날로 증대됐다.

메이저 언론의 관심은 게임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일부는 게임의 미래 지향적인 비즈니스를 보고 덤벼든 경우지만, 일부 매체는 그렇지가 않았다. 또 성향에 의해 시시비비가 다르게 나타났다. 더욱이 게임 지면이 늘어나면서 옥석 구분없이 각가지 형태의 기사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럴 때마다 게임업계는 이를 피하지 못한 채 난타를 당했다

최근 모 신문에 이런 기사가 게재됐다. 게임학회장과의 인터뷰 형식으로 소개된 이 기사는 게임업계의 사행 문제와 모 기업의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해 신랄히 비판한 내용이었다. 요약을 하면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가 도를 넘어섰고, 이렇게 하다가는 게임업계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아주 극단적인 용어를 써가며  게임산업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쏟아냈다.

이같은 기사 내용이 알려지자, 업계에선 큰 파장이 일었다. 인터뷰어도 그렇고, 그 상대 인물에 대한 평판이 쏟아졌다. 일각에선 학회장직에 대한 논란도 컸다. 일례로 어떻게 그같은 직책을 가지고 있는 분이 게임계를 그처럼 저급하게 몰아붙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마치 시민단체 대표나 할법한 얘기였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편에서 보는 시각은 달랐다. 일부 과한 측면이 있긴 하지만 충분히 학자로서 지적할 수 있는, 게임업계를 향한 고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학회장의 지적대로 게임업계의 확률형 아이템 판매 방식은 어떤 식으로든 개선돼야 한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언필칭, 이런 저런 얘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누구에게나 주어진 자유다. 하지만 왜 그런 내용의 기사가 게임 학회장의 이름으로 나가게 된 것이냐는 것이고, 때 아니게 라고는 할 수 없지만 굳이 이 시점에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문제 제기가 한 사람에 의해 왜 계속적으로 회자되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게임 학회장은  반 게임계 인사도 아니다. 게임계를 누구보다 잘 아는 인사라는 평을 듣는 이다. 그렇다면 게임업계 역시 그가 지적한 부문에 대해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그의 지적은 한참을 앞서 갔다는 게 게임업계의 평인 것 같다. 학자의 지적이라기 보다는 마치 정치인이 쏟아내는 발언인 듯 매우 거칠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정치의 계절이 다가온 것은 분명해 보인다. 대선이 다가오고 있고 그 다음엔 총선이다. 그럴 때 마다 어김없이 그들의 매뉴로 올라 오는 게 다름아닌 게임이었고,  게임업계는 요동을 쳤다.

예컨대, 원하든 아니면 그렇지 않든 게임계도 이젠 제도권에 진입하게 됐다. 어엿한 성년이 된 것이다. 

중요한 것은 피할 수 없다면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사안이 터져 나올 때 마다 상처를 찢고 아파할 이유가 없다.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방향에서 실타래를 풀어 나가려는 의지가 더 중요하다. 과거처럼 일희일비해선 건설적인 대안을 만들거나 제시할 수 없다. 그 것이 다름아닌 제도권에서 살아가는 게임업계의 지혜라  할 것이다.

또다시 게임업계에  태풍이 몰아닥칠까. 그러나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 과거엔 모르고 당하거나, 알면서도 모른척 하며 그렇게 당했는지 몰라도 지금은 아니다. 적어도 이젠 제도권의 성년이 됐기 때문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hrgame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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