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민혁 모에플소프트 대표 인터뷰 … 원작 리소스 활용해 작품 확장성 고려한 리메이크 개발

왼쪽부터 모에플소프트 이창엽 기획, 조민혁 대표, 이승호 프로그래머
왼쪽부터 모에플소프트 이창엽 기획, 조민혁 대표, 이승호 프로그래머

‘소드걸스’는 유려한 미소녀 일러스트와 작품만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한때 국내 서브컬처 시장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온라인 수집형 카드 게임(CCG)이다. 2011년 웹 게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오프라인 TCG, 작품의 소설 및 만화 출시 등 다양한 판권(IP) 사업을 진행했다. 특히 이 작품을 통해 많은 국내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개발 및 서비스 주체인 개발업체 제오닉스가 2017년 폐업을 신고하며 작품 서비스 역시 끝을 맞게 됐다. 이에 많은 서브컬처 팬들이 아쉬움을 표했지만 점차 시간이 지나며 여느 작품처럼 잊혀지는 듯 보였다. 그러나 서비스 종료 이후 4년이 지난 최근, 소드걸스의 리소스를 활용한 신작 모바일 게임 ‘카나테일즈: 검과 소녀의 이야기’가 새롭게 출시를 앞두고 있다.

개발업체 모에플소프트의 조민혁 대표는 5년간 항해사로 근무하며 아시아 각국으로 컨테이너선을 운항하는 역할을 맡았다. 게임 개발과는 전혀 무관한 이력을 지녔던 조 대표는 오랜 팬이었던 작품인 소드걸스의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고, 고민 끝에 그 동안 항해사로 근무하며 모아온 자금을 바탕으로 소드걸스의 리소스를 구매해 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소드걸스의 서비스 종료 소식을 듣고, 작품이 이대로 묻히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모바일 플랫폼에서의 적합도, 경쟁 작품의 유무 등 다양한 각도에서 시장을 조사한 뒤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후 그는 오로지 작품에 대한 애정만으로 제오닉스와 연락을 취해 리소스 계약 의사를 밝혔다. 또, 작품 출시를 위해 독학으로 프로그래밍을 배우고 직원을 모아 지금의 모에플소프트를 창업했다. 단지 작품의 팬이던 입장에서 이제는 개발자가 된 것이다.

조 대표는 개발사명인 ‘모에플소프트(Moefulsoft)’에 대해 창작물 속 등장인물을 향한 애정과 사랑을 뜻하는 서브컬처 용어 ‘모에’와 어떤 것이 가득한 등을 뜻하는 접미사 ‘-ful’을 결합한 신조어라고 설명했다. 그는 “모에 가득한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의미를 사명에 담았다고 밝혔다.

모에플소프트가 개발 중인 ‘카나테일즈’는 지난해 개최된 게임 전시회 ‘지스타 2020 인디 쇼케이스’에 출품하며 소드걸스를 기억하는 많은 유저들의 관심을 끌었다. 또한 부산정보산업진흥원의 게임 콘텐츠 제작지원 사업에 선정되는 등 작품의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카나테일즈는 지난 8월 25일부터 29일까지 닷새간의 비공개 테스트(CBT)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오는 11월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돌입할 예정이다.

# 원작의 리소스에 개선을 더하다

‘카나테일즈’는 앞서 출시한 소드걸스의 일러스트, 작품성, 설정 등 리소스를 활용해 제작된 수집형 카드 게임이다. 작품은 크게 공립학교, 사립학원, 크룩스, 다크로어 등 4개 진영으로 분류되며 각 진영마다 특색 있는 캐릭터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중 등장하는 카드 종류는 3가지로 나뉘며 공격력과 체력을 지니고 직접 전투를 수행하는 추종자 카드, 다양한 특수효과를 지닌 스펠 카드, 라이프를 지니고 그 이상 데미지를 허용하면 전투에서 패배하는 캐릭터 카드가 있다. 전투에 영향을 미치는 추종자와 스펠은 카드마다 제각기 사이즈가 있으며, 필드에 총 10사이즈 이하로 최대 5장까지 놓을 수 있다.

조 대표는 ‘카나테일즈’의 장점에 대해 “미소녀 일러스트를 앞세운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전투 방식”이라고 밝혔다. 이 작품은 준비 페이즈와 전투 페이즈가 따로 구성돼 있으며, 30초 간의 준비 페이즈에서 카드를 배치한 뒤 전투 페이즈에 돌입하면 모든 요소가 자동으로 진행된다. 전투 페이즈에서는 매 턴 코인 토스로 선후공을 결정하고 추종자의 공격 순서와 공격 대상 지정까지 전부 랜덤으로 지정된다. 이로 인해 유저는 덱 세팅과 카드 배치만 완료한다면 복잡한 전투 양상을 생각하지 않고 가볍게 게임을 즐길 수 있다.

오랜 기간의 원작 서비스를 거치며 구성된 탄탄한 스토리 역시 작품을 즐기는 요소 중 하나다. 작품의 스토리는 에피소드 던전을 클리어하며 내용을 확인하거나, 다양한 카드의 일러스트와 플레이버 텍스트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갑작스럽게 대륙에 나타난 난폭한 몬스터들과 이를 계기로 발견된 사용자의 능력을 각성시키는 미지의 금속 ‘탈렌티움’. 이를 두고 전개되는 여러 등장 인물들의 이야기는 큰 호평을 받아 소설과 만화 등 다양한 매체로 선보이기도 했다.

모에플소프트는 작품을 새롭게 출시하며 전작의 요소를 답습하기도 했지만, 다양한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원작에서 너무 강한 효과를 지녔던 카드의 효과를 조정하고 한 눈에 효과를 파악할 수 있도록 밸런싱 및 간소화를 실시했다. 또한 다른 카드 게임들이 업데이트마다 새로운 효과 키워드와 작품 시스템을 추가하는 것처럼, 차후 작품의 확장성을 고려한 기본 설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조 대표는 “앞으로의 업데이트를 통해 유저들에게 다양한 즐거움을 줄 수 있도록 튼튼하고 유동적인 게임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고 이에 대해 설명했다.

이 밖에도 카드 프레임, 배틀 등 다방면에서의 유저 인터페이스 변경, 카드의 제작 및 분해 간소화 등 편의성 확보, 던전의 개편 등을 실시했다. 또, 작품을 더욱 입체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각 에피소드 던전에 어울리는 배경 및 BGM을 추가하고 다양한 컷 신을 삽입하는 등 2011년에 출시된 원작을 2021년도의 모바일 게임 환경에 맞도록 여러 방면에서 개선했다.

조 대표는 이미 한번 완성된 작품의 리소스를 활용해 다시 출시하는 것에 대해서 장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점으로 “원작을 즐기며 좋은 추억을 쌓았던 팬들을 고객으로 확보할 수 있고, 이미 오랜 서비스를 통해 게임성이 검증됐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또한 가장 큰 장점은 운영을 통해 쌓였던 노하우와 선례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점으로는 작품 개선을 통해 원작과 달라지는 부분에 대한 기존 팬들의 아쉬워하는 목소리인데, 조 대표는 이를 유저들과 꾸준한 소통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 있게 답변했다.

# 테스트 피드백 토대로 개발 순항 중

‘카나테일즈’는 약 1년간의 개발 기간을 거쳐 지난달 드디어 비공개 테스트로 유저들에게 첫 선을 보였다. 닷새간의 테스트 기간 동안 300명의 테스터들이 작품을 즐겼고, 많은 부분에서 모에플소프트에 피드백을 전달했다. 조 대표는 작품을 개발하며 가장 보람찼던 순간으로 비공개 테스트 기간을 꼽으며 “여러 난관을 거치며 개발해 온 게임 콘텐츠들을 처음으로 유저들에게 공개할 수 있었다”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지만 유저분들의 기대와 격려에 큰 힘을 받았다”고 테스터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테스트 기간 중 유저들에게서 전달받았던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출시까지 남은 2개월간의 시간을 통해 고쳐 나갈 계획이다. 터치와 드래그, 홀딩 등 카드 조작 관련 미흡한 부분은 이미 개선을 진행 중이고, 유저 인터페이스와 편의 기능 역시 수정 방향을 고심 중이다. 개선 진행 상황은 작품 개발자 노트 등을 통해 유저들에게 공유될 예정이다.

모에플소프트의 일정은 당분간 가득 들어차 있다. 작품 출시 이후에도 ‘동아리 시스템’ ‘친선전’ ‘믹스카드 제작’ 등 여러 콘텐츠를 추가할 계획이다. 해외 서버 출시 역시 염두에 두고 있다. 가장 큰 목표는 원작 ‘소드걸스’의 작품 진척도를 따라잡고 ‘카나테일즈’만의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이다.

끝으로 조 대표는 “지금까지 기다려주며 응원해 준 모든 유저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꼭 멋진 게임으로 돌아오겠다”라며 말을 맺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상민 기자 dltkdals@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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