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대장주’ 크래프톤, 선두업체로 인정받으려면…브랜드 평판 높이고 사회적 책임 다해야

사흘뒤면 코스피 상장 한 달째를 맞는 크래프톤이 게임대장주의 입지를 차츰 굳혀 가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10일 코스피에 입성하자마자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단숨에 게임대장주 자리를 꿰찼지만 상장 첫날 종가가 공모가를 하회하며 쓴맛을 봤다. 이후로도 8월 내내 공모가를 밑돌아 투자자들의 원성을 샀던 이 회사는 9월 1일 종가 50만7000원을 기록, 상장 이후 처음으로 공모가(49만8000원)를 돌파하면서 겨우 체면치레를 했다. 

당시 공모가 회복의 일등공신은 기관투자자들이었다. 연기금을 포함한 기관투자자들이 연일 주식을 매수한 것이 주가 안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기관이 주식을 쓸어담은 이유는 이 회사가 오는 9일 코스피200에 특례편입될 것임을 미리 예측했기 때문이다. 신규 상장일부터 15거래일 동안 평균 시가총액이 코스피 50위 이내면 코스피200지수 조기 편입이 가능하다. 이와 함께 이 회사는 BBIG K-뉴딜 지수 및 게임 K-뉴딜지수 편입도 확정됐다. 코스피에 상장한 지 채 한달도 되기 전에 명실상부 게임 업종은 물론 코스피 대표 종목 중 하나로 우뚝 올라선 것이다. 

크래프톤이 앞으로 안정적인 주가 상승을 견인하며 명실상부한 게임대장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선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 중 가장 먼저 맞닥뜨린 것은 바로 ‘중국 리스크’다. 주지하다시피 중국 시장은 크래프톤의 핵심 곳간이다. 중국판 ‘배틀그라운드모바일’로 불리는 ‘화평정영’을 서비스하는 중국 텐센트로부터 지급받는 로열티가 전체 매출과 영업이익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 6월 기업공개(IPO)에 돌입한 크래프톤은 금융당국에 제출한 증권신고서를 통해 “중국 텐센트가 개발·서비스 하고 있는 ‘화평정영’에 대한 기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수익배분 구조에 따라 수수료를 받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크래프톤과 텐센트가 지분관계 외에도 로열티를 주고받는 관계임이 상장을 앞두고 드러난 셈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 정부가 게임을 ‘정신적 아편’에 비유한데 이어 청소년의 평일 게임 이용을 금지하는 강력한 게임규제안을 내놓으면서 게임업계를 아연실색케 만들었다. 중국 정부가 대외적으로 내세운 규제 이유는 청소년의 건강과 수면보장이다. 하지만 이를 곧이 곧대로 받아들이는 순진한 이는 없다. 시진핑의 타킷은 테크기업, 그 중에서도 텐센트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텐센트는 크래프톤의 2대 주주일 뿐아니라 중국 사업의 핵심 파트너라는 점에서 중국의 이러한 행보는 이 회사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크래프톤은 제2의 중국 시장으로 떠오른 인도 시장에 적잖은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인도법인을 설립하고 지난 7월부터 자체적으로 ‘배그모바일’ 인도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지난 달에는 법인장을 새로 선임했다. 인도를 중동, 아프리카를 포함한 신흥시장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로 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중국 리스크와 함께 크래프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단일 히트작’ 문제다. 물론 글로벌 히트작인 ‘배틀그라운드’ 한 작품만으로도 당당히 코스피에 상장돼 게임대장주에 올랐지만 크래프톤이 주식시장 뿐 아니라 업계에서도 선두권 업체로 인정받기 위해선 그에 걸맞는 다수의 히트작이 필요하다. 이 회사가 하반기 글로벌 출시 예정 작품인 'PUBG:뉴스테이트'에 많은 공을 들이고 있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앞으로도 배틀그라운드 판권(IP)의 지속 성장과 신작 라인업의 잇단 출시로 크래프톤은 당분간 20조원을 훨씬 상회하는 압도적인 시총을 앞세워 게임대장주의 입지를 확고히 다져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당장 크래프톤를 게임 ‘빅4’로 꼽는 업계 사람들은 많지 않을 것 같다. 

게임 ‘빅4’에 편입되기 위해선 이른바 ’빅3‘로 불리는 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처럼 산하 문화재단을 통해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함으로써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좀 더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익 창출을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이 어린이전문병원을 세우고, 전국장애학생 e페스티벌을 개최하고, 해마다 수백억원의 기부금을 내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은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 필요한 대목이다. 이와 관련해선 장병규 의장의 높은 의지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근 게임을 포함한 산업 전반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ESG 경영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지만 이를 통해 단기간에 브랜드 평판을 높일 순 없다. 최근 엔씨소프트는 게임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브랜드 평판에서 1위를 차지했다. 넷마블은 대학생들이 가장 취업하고 싶은 게임업체 1위로 선정됐으며, 넥슨은 게임회사 취업을 준비하는 구직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업체로 꼽혔다.

이들 3사가 구축해 놓은 이러한 브랜드 평판과 기업이미지는 20년이 넘는 업력을 통해 차곡차곡 쌓아온 땀과 노력의 산물이다. 단순히 시가총액이 높은 게임대장주와는 차원이 다른 것이 게임 ‘빅3’의 위상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수 년전 '배틀그라운드'로 게임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던 크래프톤이 게임대장주에 안주하지 말고 업계 안팎에서 인정받는 품격 있는 게임회사로 발돋음하길 기대해본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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