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재경 초대 회장 … 투자자 보호 방안 마련해야

최근 국내 대형 거래소를 비롯해 몇몇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상장 코인을 무더기 퇴출시키면서 심각한 갈등을 빚고 있다. 하루아침에 날벼락을 맞은 투자자들의 원성이 커지면서 송사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이번 퇴출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상장심사단계부터 잘못됐다는 지적이 있다. 상장피를 비롯한 여러가지 이해관계로 인해 상장심사단계에서 수준 미달 코인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것이다. 특정 기업에 가치평가를 독점적으로 부여한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최근 대학 교수를 중심으로 '가상자산가치평가원'이라는 암호화폐 평가 단체가 등장하며 이목을 끌고 있다. 보안을 전공하는 교수와 공공기관 종사자 등 60여 명으로 구성된 가평원은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평가를 슬로건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초대 회장으로 선임된 한국폴리텍대학교의 박재경 교수에게 가평원 설립 취지와 향후 활동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가상자산가치평가원의 설립 취지는 무엇인가?
나는 보안을 가르치는 교수지만 암호화폐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제자들이 아르바이트 등으로 애써 모은 돈을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크게 손실을 입고 절망하는 모습을 보며 도대체 암호화폐가 무엇인지 관심을 갖고 공부했다. 그 결과 국내에서 발행된 암호화폐가 엉터리가 많고, 거래소 심사도 허술하다는 것을 알았다. 블록체인이라는 것이 보안 중심 기술이며 파생된 것이 암호화폐라는 관점에서, 보안 전문가로서 도의적 책임을 느꼈다. 암호화폐 산업의 건전성 확보를 위해 사회공헌 차원으로 단체를 만들게 되었다. 

박재경 가상자산가치평가원 초대 회장
박재경 가상자산가치평가원 초대 회장

조직 구성은?
가상자산 가치 평가라는 업무가 나 혼자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가 몸 담고 있는 한국컴퓨터정보학회에서 설립 취지를 얘기하고 함께 할 사람들을 모집했다. 전국의 ICT 전문 교수들을 중심으로 인원이 꾸려졌으며,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인원도 참여했다. 가평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교수들은 대부분 ICT 관련 산업 현장에서 오랜동안 실무 경험을 쌓은 분들이 대부분이다. 기업을 보는 안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에 평가가 가능한 것이다. 별도의 단체가 아닌 한국컴퓨터정보학회 부설 기관으로 출범한 것도 ICT 단체에 소속된 전문가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명분을 얻기 위한 것도 있다. 현재는 참여 인원들이 무료로 평가를 진행하다 보니 여러가지 한계가 있다. 하지만 설립 취지에 공감하는 인원이 꽤 있으며, 올해까지 시험 운영 후 내년 부터는 체계적인 조직을 갖출 예정이다.

프로젝트 평가 기준은?
1차 평가는 백서와 홈페이지, 기사, 재무제표, 특허, 기술문서 등 12가지 항목의 서류를 갖고 평가를 진행한다. 이후 현장 실사를 통해 실제 업무를 진행하는 지, 대표를 비롯한 핵심 멤버들의 사업 의지와 계획 등을 눈으로 확인한다. 지난번 7개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공개한 후 몇몇 업체에서 심사 의뢰가 들어왔다. 그 중 요구하는 서류를 온전히 제출한 2개 프로젝트에 대한 심사를 진행 중이며, 첫 업체에 대한 평가가 18일 공개된다. 두 번째 업체에 대한 평가는 30일 공개 예정이다.

민간단체 자격으로의 평가 한계 극복 방안
민간단체로서의 한계는 분명히 있다. 공신력을 얻기 위해 국회를 비롯해 금융위, 은행연합 등을 부지런히 찾아 다니며 방안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암호화폐 프로젝트에 대한 평가를 독점적으로 진행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경쟁체제로 가는 것이 투명성 확보와 의뢰 업체의 비용절감 등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본다. 무엇보다 암호화폐의 제도권 진입에 일조하겠다는 것이 단체 설립의 궁극적 목표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시대에서 암호화폐는 분명 작지 않은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수준 미달의 프로젝트들이 무분별하게 거래돼 투자자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것을 최소화 해야 할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프로젝트를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직을 운영하기 위한 자금 조달
현재는 무료로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조직이 확대되고 일이 많아진다면 의뢰 업체에 일정 비용을 받을 생각이다. 그렇다고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이 되진 않을 것이고, 운영을 위한 최소한의 비용을 생각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약 200만 원 정도의 비용이 될 것이다. 암호화폐가 제도권으로 안착하고, 정부에서 가평원의 존재가치를 인정해 최소한의 정부 예산을 받을 수 있다면 공신력을 바탕으로 보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조직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다. 평가를 의뢰하는 기업의 부담을 줄일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평가를 의뢰한 프로젝트가 백서나 사업계획 등은 미진하지만 아이디어가 좋아서 미래 가치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적극적인 컨설팅으로 좋은 아이디어가 사장되지 않고 산업화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것이다. 회장인 나를 비롯해 많은 참여 인원들이 실제 산업현장에서 기업을 경영하거나 핵심 멤버로 경영에 참여한 경력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향후 계획은?
암호화폐는 이제 대세가 되었다. 결국은 온전히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고,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보호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코스피, 코스닥에 이어 투자자들이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는 투자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단계다. IPO가 쉽지 않은 스타트업들이 암호화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기업 운영을 원활히 할 수 있다면 그 또한 국가 경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가상자산가치평가원은 이 시스템이 원활이 돌아가도록 하기 위한 수단이 될 것이다. 암호화폐 업계의 건건성 확보를 위해 또 다른평가 단체가 등장하는 것도 환영한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기자 qkek619@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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