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의 큰 관심을 끌었던 크래프톤의 일반 공모주 청약 결과가 당초 우려했던 대로 크게 부진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마감된 크래프톤의 일반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불과 7.79대 1, 청약 증거금으로 모은 금액은 겨우 5조 358억원에 그쳤다.

증권가에선 이를 놓고 크래프톤의 공모주 청약이 사실상 참패한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기관 수요예측에 이어 공모주 청약까지 이처럼 저조한 결과가 나옴에 따라 향후 투자심리에도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크래프톤의 청약 부진의 원인을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겠다. 시장에서는 무엇보다 크래프톤 주가가 너무 높게 책정됐다는 것이다. 향후 신작 출시 및 기업인수 합병(M&A) 등으로 기대감을 줄 수는 있겠지만 상장 시점에선 그다지 영향을 줄 수 없는 소재라는 것이다.

공모 방식도 그랬다. 크래프톤 공모가는 49만8000원, 청약에 필요한 증거금은 최소 249만원이다. 증권사 3곳에 모두 청약을 넣으려면 최소 747만원이 필요하다. 소액 투자자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상장 추진 초기부터 이 회사에 대한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공모가 기준으로 보면 이 회사의 기업가치는 약 24조원에 달한다. 이는 기존 국내 게임 대장주인 엔씨소프트(17조 7800억원)와 일본에 상장해 있는 넥슨(19조 9000억원)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어느 누구도 크래프톤을 그렇게 평가하지 않는다. 이에따라  상장 이후 가격 조정 가능성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크래프톤의 고평가 논란은 이 회사가 '배틀그라운드'라는 한 작품의 매출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에 기인하고 있다. 온라인부터 모바일까지 다양한 작품을 성공시킨 엔씨소프트나 넥슨 등에 비해 내세울 대표작이 빈약하다는 것이다. 공모주 청약을 앞두고 터져 나온 차이나 리스크에 대한 부담과 직장 내 괴롭힘 문제도 악영향을 줬을 것이란  증권가의 분석도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 회사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 증권사들의 무리수가 청약 참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지적을 면키는 어려울 것 같다. 크래프톤의 기업가치가 정말 엔씨소프트와 넥슨과 견줄만 하다고 판단한 것일까. 만의 하나, 그랬다면 시장흐름을 대단히 잘못 읽은 결과라고 아니할 수 없다.

또 이 회사가 기업 공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브랜드 파워는 여전히 미약하고, 산업계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 또한 아주 미미하다는 점은 큰 약점이다. 외국 증권가와는 달리 이처럼 보이지 않는 부문에 대해 국내 증권가에서는 제대로 평가를 하지 않고 있는 데,  앞으로는 이러한 점도 감안해 공모가를 정하는 것이 옳다 하겠다.

결국  증권사들이 시장 과열 분위기에 편승해 쉽게 가려 했다가 급제동이 걸린 꼴이 된게 아닌가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공모주 청약을 마친 크래프톤의 주식은 10일 코스피 시장에 상장될 예정이다.  예상외의 성적을 가지고 시작하는 것이긴 하지만 성경 말씀대로, 시작은 미약했으나 나중은 창대할 지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볼 일이다. 그러나 이 기회에 주가를 부양하는 지름길이 오로지 실적이란 생각을 지웠으면 한다. 이젠 거기에다 하나를 덧붙여야 한다고 한다. 그 기업에 대한 시장 정서와 사회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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