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밸리 조성에 일등공신이면서도 게임계 외면…청년들의 성지되자 뒤늦게 '후회'

최근 김 부겸 총리가 판교에 있는 글로벌 게임허브센터를 방문했다. 정부가 준비한 청년 북돋움이란 좌담회의 자리에 참석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총리실에서 첫 번째로 기획한 아이템이 게임이었고, 판교라는 곳이었다.

판교 지역은 경부 고속도로를 따라 분당으로 내려가다 보면 주변에 광활한 농촌 풍경을 보여주던 한적한 곳이다.

2002년 손 학규 경기지사가 약 200만 평에 달하는 이 지역을 첨단 테크노밸리로 만들어 육성해 나가겠다고 발표하자 주변에선 그곳에다 누가 둥지를 틀겠느냐며 부정적인 여론이 비등했다. 실제로 입주 의향서를 조사해 본 결과, 업체들의 반응은 아주 시큰둥했다. 누가 거기까지 내려가 사업을 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냥  아파트나 지으라는 식이었다. 이같은 반응이 잇따르자 일각에선 이 계획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이 계획의 백기사로 등장한 것이 게임계였다. 당시 게임계는 제대로 된 둥지를 찾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하지만 경기도 판교로 사옥을 옮기는 문제에 대해서는 선뜻 결정하지 못했다. 다행스럽게도, 메이저군인 엔씨소프트와 넥슨, 위메이드, 웹젠 등이 판교 이전을 결정하자 게임업계가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2005년 판교 게임밸리는 드디어 첫삽을 뜨게 됐다. 이후 이곳 주변엔 제2 판교밸리가 조성됐고, 3 판교 밸리까지 구상중에 있는 등 게임계의 본산이자 청년들의 성지로 떠오르게 됐다.

판교 게임밸리는 정치적인 관점에서 보면 현 야당인 국민의 힘에 의해 잉태된 곳이다. 손 학규 지사가 한나라당 간판을 걸고 나선 지자체 선거에서 이긴 후 이 사업 계획이 만들어 졌고, 그 계획은 김 문수 지사(당시 한나라당)에 의해 구체화됐다. 이후 제2 판교 밸리 조성계획까지 한나라당(경기도지사 남 경필)에서 완성했다. 판교 게임밸리는 완전히 국민의 힘에 의해 타운이 조성된 것이다.

잠시, 얘기를 돌려 김 문수 전 지사에 대한 애상(哀想)이 담긴 에피소드다. 그를 처음 만난 건 인천 국제공항 출국장의 귀빈실에서였다. 이전, 그에 대해 많은 얘기를 들어온 필자로서는 판교 게임밸리에 대한 게임계의 입장을 정확히 전달해 줄 필요성을 느껴왔던 터라 그와의 우연의 만남을 아주 좋은 기회라고 판단했다.

필자는 출국 대기중인 1시간 30여분 동안 게임 산업계에 대한 총론을 김 지사에게 자세히 설명했다. 박 성범 의원(당시 한나라당)과 함께 얘기를 들은 김 지사는 가히 깜짝 놀라는 반응을 보였다. 게임산업의 규모가 그 정도 수준이냐는 것이다. 그러면서 반드시 이 산업을 바로 세워 미래 먹거리 산업으로 만들겠다고 필자 앞에서 다짐했다.

이후 그를 다시 만난 건 성남시에서 개최한 게임전시회를 앞두고 가진 전야제 행사장에서였다. 그는 환한 얼굴로 필자를 맞아주며, “ 모 기자 덕분에 이렇게 게임 전시회까지 열게 됐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그리고 한참 세월이  흐르고  그가 야인이 된 이후 더 이상 그를 만날 수가 없었다. 겨우 뉴스에서 들려오는 그의 안타까운 숨소리 뿐이었다.

유력 대선 후보자인 이 낙연 전 민주당 대표가 자주 판교 게임밸리를 방문한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뉴스가 아닐 정도다. 그는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판교를 들러 젊은이들과 대화를 즐긴다. 게임을 즐기는 만큼은 아니지만 게임에 대한 그의 지식은 아주 두터운 편이다.

그의 게임 소견은 그가 주일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닌텐도 등 게임엔터테인먼트사의 성장과 비전을 누구보다 옆에서 지켜 봐 왔기 때문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전남 도지사 시절에는 꾸준히 게임산업계의 본산인 콘텐츠진흥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그리곤 훈수 아닌 훈수를 두고 가곤 했다. 그런 그가 지금은 판교를 자신의 집 드나들 듯 오가고 있다. 청년들과의 교류를 위한다는 이유에서다.

과거 야당에서 깔아놓은 놀이판이 지금은 정부 여당 몫이 됐다. 공들여 쌓아놓은 젊은이들의 성지가 빨간색이 아니라 온통 파란색으로 채색되고 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제 1 야당인 국민의 힘의 자업자득이라고 일갈한다. 규제 억제책엔 고만고만했지만, 게임계에 대한 냉랭한 시선과 질타는 너무 뼈아팠다는 게 게임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쉽게 말해 멍석만 깔아놓았을 뿐이지 관리는 전혀 안한 것이다.

그렇다보니 국민의 힘에서 게임계에 정통하다는 인물을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겨우 하 태경 의원 정도라고 해야 할까. 판이 이러하니 누가 그 공을 알아 주겠는가. 이를테면 죽쒀 누구에게 준 격이 됐다 할 수 있다.

이제라도 눈을 제대로 뜨고 봐야한다. 필요하다면 제집 드나들 듯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열과 성을 다해야 분위기가 변한다. 당 대표만 젊은이로 세운다고 청년들이, 게임계의 태도가 바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하기야 미래 먹거리 산업인데, 여야가 어디 있겠는가. 쥐만 잘 잡으면 될 일이긴 하겠지만.

문제는 야당에만 있는 게 아니다. 여야를 대하는 게임계의 움직임도 과거와 다르게 보폭이 커지고 있다. 산업 규모가 달라지고 시장판이 확대되자 그럴 수 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산업계의 신경망이 온통 그쪽으로 쏠리는 듯 하다. 

정치권의 인사들은 내일이란 미래보다는 당장의 오늘만을 내다보는 속성 때문에 그들의 호흡을 따라 맞춰 가서는 아무 것도 이룰 수 없다. 따라서 너무 가까이 하거나 그렇다고 너무 멀리해서도 안된다. 그런데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  지금은 청년들, 게임계 내부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하물며 정치권까지 그러하지 않던가.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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