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의 질서를 뛰어넘는 용기 필요 ...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 달라져

엘론 머스크의 줏대 없는 행동과 각 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은 한때 8000만 원대까지 치솟았던 비트코인 가격을 반토막 내버렸다. 암호화폐의 대표 상품인 비트코인이 이렇게 망가지다 보니 이더리움을 비롯한 알트코인들도 덩달아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고점에 물린 투자자들은 어디에다 하소연도 못하고 냉가슴만 앓고 있고, 이때다 싶은 비판론자들은 조롱 섞인 글로 투자자들의 염장을 지르는 판국이다. 

비트코인, 아니, 암호화폐에 투자하는 것이 그렇게 저주받을 일인가?
비판론자들은 암호화폐에 대해 사람들의 주머니를 터는 사회악으로 치부한다. 실제로 암호화폐가 종종 범죄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모든 암호화폐를 범죄와 연관된 것처럼 일반화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암호화폐 투자가 그렇게 지탄 받을 일이라면, 코인 투자로 수익을 얻었다고 발언한 제 1야당 당대표는 경선과정에서 탈락했어야 옳다. 경쟁 후보들을 저만치 따돌리고 당선된 것은 암호화폐 투자가 불법이 아니라는 것을 반증한다. 무턱대고 투자자들에게 손가락질 할 이유는 없는 것이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실체가 없다는 그들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금세 알 수 있다. 기업의 가치를 판단해 값을 매기는 것이 주식이라면, 블록체인 회사는 코인으로 그 가치를 대신한다. 기업을 키우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여느 기업과 마찬가지다. 개중에는 작정하고 만든 스캠 코인도 있고, 또 노력을 기울이긴 했지만 실패하고 만 프로젝트도 있다. 그렇다고 코인은 무조건 사기이고, 실체 없는 허상으로 치부한다면 블록체인 기업 입장에서는 억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허상이라면 세계적인 투자회사나 금융기업들이 왜 비트코인을 사들이고, 관련 금융상품을 만들겠는가?

암호화폐를 없앤다고 모든 사기사건이 없어지진 않는다. 코인이 그들의 표적이 돼 사기 수단으로 이용됐을 뿐, 코인이 사라진다면 또 다른 무언가를 이용해 사람들을 현혹할 것이다. 그것이 사기꾼들의 생리다. 이런 시행착오 역시 암호화폐가 시장에서 자리를 잡아 가는 과정이라고 본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여전히 불법 다단계나, 부도덕한 거래소에서 수 십배, 수 백배의 수익을 내세우는 사기에 당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믿을 수 있는 거래소에서, 스스로 공부하고 투자한다면 이런 사기는 최소화 할 수 있다. 사기꾼들은 투자자들의 무지와 욕심을 노린다. 조심하고 또 조심하면서 현명한 투자로 사기에 휘말리지 않길 바라는 마음이다. 

[주식시장과 코인시장]

증권거래 시장은 1603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증권거래소를 시작으로, 벌써 400년을 훌쩍 넘는 역사를 갖고 있다. 그 오랜 역사에도 여전히 각종 불법과 투기세력들의 작전이 난무한다. 금융사들은 선물, 옵션, ETF 등 각종 파생상품을 만들어 고객을 유혹한다. 선물과 옵션의 투기성과 변동성은 암호화폐보다 결코 덜하지 않다. 일반 투자자들을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게 하는 공매도는 수많은 개미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식시장 활성화라는 명목으로 운영이 재개됐다. 아직도 비상식과 헛점이 많다는 것이다. 새삼스럽게 놀랄 일도 아니다. 

이에 비해 2009년 1월 처음 세상에 등장한 비트코인은 역사가 이제 겨우 12년을 조금 넘겼을 뿐이다. 자리를 잡기 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 거꾸로 생각하면 그 짧은 역사에 이처럼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돌풍을 일으킨 투자 대상은 드물다. 이례적이라고 할 수 있다. 

1~2년 반짝 세간의 관심을 모으는 상품은 꽤 있지만, 10년 넘게 지속되며 주식시장을 뛰어 넘는 거래 규모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특히 젊은 층의 전폭적인 관심은 투자 대상이 전통 금융 상품에서 디지털 자산으로 전환되고 있다는 신호다. 기득권 세력의 집요한 고사작전이 지속되고 있지만 오히려 투자자는 꾸준히 늘면서 시장이 확대되고 있다. 결국은 신구세대, 그리고 기득권과의 싸움 양상이다.

[블록체인과 코인은 불가분의 관계다]

블록체인은 육성하고, 암호화폐는 규제하겠다는 정부 당국의 공허한 말은 이제 듣고 싶지 않다. 블록체인의 기본 운영 원리인 탈 중앙화를 위해서는 보상수단인 코인이 반드시 필요하다. 코인만 떼어낸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제대로 이해하고 그에 맞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한다.

블록체인 기업들도 분발해야 한다. 블록체인이 각 산업에 기반 기술로 채택되고, 역량을 발휘한다면 암호화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을 바꿀 수 있을 것이다. 많은 분야로 시장을 넓히고 있지만 아직은 미풍일 뿐이다. 본격적인 확산을 위해서는 판을 뒤집을 수 있는 기업이 나와야 하며, 우리나라에서 그런 기업이 나오길 간절히 바란다. 

최근 선거를 치르며 화들짝 놀란 정치권이 암호화폐의 제도권 흡수를 위한 법안을 발의하는 등 움직임이 있지만, 이 정도로는 한참 부족하다. 불법 다단계 사기 차단과 거래소의 철저한 관리, 불법에 대한 가혹한 응징으로 감히 장난질을 칠 엄두를 내지 못하게 해야 한다. 정부에서 원하는 요건을 갖춘 인증된 거래소라면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원천 차단되고 있는 ICO도 법제화 하는 것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암호화폐 1차 붐이 일었던 2017년 이후 투기 열풍과 암호화폐와 연관된 유사수신행위, 다단계 사기 차단에 집중됐던 정부 정책은 한동안 성공한 듯 보였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보면 이런 규제정책이 블록체인 산업 성장을 저해하는 기회상실 요인으로 작용했다고도 볼 수 있다. ICO를 양성화해 블록체인 기업들이 자금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진다면 기업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며, 떠돌고 있는 시중 자금의 투자처로도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손을 놓고 있지만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과 통신, 유통, 의료 분야에서의 본인인증(DID) 확산, NFT를 이용한 자산의 토큰화, 부동산 등기, 여론조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국내 블록체인 기업들도 사활을 걸고 기술 패권 확보를 위해 안간힘을 쏟고있다. 정부도 우리 블록체인 기업이 글로벌 리더가 될 수 있도록 과감하게 지원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렇듯 묘한 시점에 카카오 계열의 그라운드X에 대한 세무조사를 단행한 국세청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할 따름이다.

기존의 질서를 뒤엎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역으로 생각하면 먼저 질서를 뒤집는 자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물은 담기는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암호화폐도 마찬가지다. 야생의 울퉁불퉁한 모양으로 내버려 둘 것이 아니라 확실히 제도권으로 흡수한다면 번듯한 모양을 갖춰 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본다.

암호화폐에 대한 삐딱한 시선을 이제는 바꿔야 할 때다. 장강의 물을 거꾸로 흐르게 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사업국 국장 qkek619@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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