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위원장 후임에 교수 하마평…이상과 현실 속 실천력 있는 인물이 발탁돼야

정부 산하 기관에 임원 인사 바람이 일 전망이다.

연말도 아닌데, 굳이 이때 쯤 인사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대선 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대선을 마치고 새 대통령이 선출되면 이내 곧 조각이 이뤄지고, 이후 산하기관장에 대한 인사가 이뤄지는 시점이 딱 6~8월 ,이때 쯤이기 때문이다.

정부 산하 기관장들은 내각의 각료들과 달리 임기가 보장되는 데다, 비리 등으로 얽히지 않는한 자리를 굳건히 지킬 수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각료보다 나은 보직이 아니냐는 우스갯 소리까지 나오기도 한다. 특히 야당에서는 보은인사, 나눠먹기 인사에 이어 이젠 캠코더 인사로 번졌다며 문 재인 정부의 기관장 인사를 깎아 내리고 있다. 이를테면 끼리끼리, 코드 맞는 이들끼리 다 해 먹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기관장 임명을 둘러싼 인사 파동은 적지 않다문 재인 정부가 들어서고 난 이후 다소 이같은 문제점이 줄어들었다고 하나 그 양상은 크게 달라졌다고 볼 수 없다. 특히 박 근혜 정부 시절엔 크고 작은 논란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적인 사건은 지금은 고인이 된 코미디언 자니 윤 씨의 관광공사 사장 임명을 둘러싼 청와대와 주무 부처간 대립이었다. 당시 청와대에서는 자니 윤씨를 공사 사장에 임명하려 했으나,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극력 반대했다. 대신 홍보 대사 또는 상임 이사 자리를 제안했다. 그러나 청와대에선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반발한 이는 주무부처 장관인 유 진룡이었다. 유 장관은 청와대측 입장은 이해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받아들일 수 있는 안은 아니라며 임명 방침 철회를 요청했다.

결국 이 사건으로 말미암아 유 장관은 자리에서 물러나고 말았지만, 정관가에서는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쏟아져 나왔다.  

사실, 그 시기 관광공사는 큰 어려움을 겪던 때였다. 새로운 패러다임에 밑그림을 그려야 할 처지에 있었던 것이다. 유능한 전문인 또는 전문관료 출신이 들어와 판을 새롭게 짜야 한다는 관내 여론이 비등했다.

유 장관은 몇 년이 지난 후 필자와 만난 자리에서 당시 사건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 자니 윤 씨에게는 대단히 미안한 일이었지만 그에게 사장 자리는 너무 앞서간 것이었다. 그 시기 관광공사는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처지에 있었다. 그래서 청와대 입장도 있고 해서 상임 이사직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받아 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2018년, 여 명숙 게임물 관리위원장 후임으로 이 재홍 숭실대 교수가 임명되자 주변에선 깜짝 놀랐다. 조용하면서도 그리 나서는 성품이 아닌 이 교수가 바람 잘 날 없는 게임위의 수장으로 임명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기대반 우려 반의 반응이 교차했다. 더군다나 그는 문 재인 정부와 특별한 관계도 없었다. 고작 19대 대선 과정에서 게임계의 지지 성명을 이끈 게 고작이었다.

일각에선 결국 이 교수도 폴리페서(Politics+Professor)가 아니었느냐며 그의 활동에 대해 평가절하 하는 듯 했지만, 그러나 그를 아는 사람들은  게임 전문가임엔 분명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최근 시장 와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케이드 게임업계를 위해 추진한 리뎀션 게임장 도입 배경도 알고 보면 이 위원장의 아이디어였다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그만큼 게임 플렛폼과 상관없이 그가 속속들이 게임계의 살림과 처지를 안다는 뜻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이 위원장이 재임 여부와는 관계없이 학교로 돌아가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후임 인선이 복잡해 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에 대해 이 위원장 후임 인선 작업을 현재 진행 중에 있다고 밝히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후임 위원장으로 물망에 오르고 있는 이들이 하나같이 교수다. 이렇게 되면 여 명숙, 이 재홍 위원장에 이어 3대째가 모두 교수직에 몸 담고 있던 이가 맡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업계가 때 아니게 교수직의 인물이 아닌 제 3의 인물의 발탁을 고민해 달라고 정부에 요청할 만도 하다.

필자는 위원장 하마 평에 오르 내리고 있는 3인의 교수 가운데 두 분은 친밀한 관계에 있는 분이고 다른 한분은 안면 정도 있는 편이다. 하지만 전문성과 인품은 세 분 모두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빼어나고 좋은 분들이다. 문제는 자질과 능력도 그 것이지만 결단과 용기가 필요할 때 소리를 낼 수 있느냐의 여부다.

유 장관은 정부 내 몇 안되는 빼어난 전문관료(테크노크라트)로 불렸다. 그가 자신의 자리를 보전하려 했다면 아마도 더 승승장구했을 터이다. 하지만 그는 가차없이 아니다 할 때는 아니라는 메시지를 보내는 결단과 용기를 국민들에게 보여줬다.

교수가 전문 지식인으로서, 현실에 참여, 민주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행위에 대해 오로지 ‘폴리페서’란 이름으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온당한 평가와 자세는 아니라고 본다. 그건 다소 앞서가는 지적이자 부정적인 프레임만 내세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상과 현실을 어떻게 접목시킬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실천력이 있느냐의 여부다.

그저 일신의 영달을 위해 배워온 지식을 과시해 보겠다는 것이라면, 또 그간 그런 모습만 국민과 산업인들에게 각인시켜 보여져 왔다면 자신을 드러내려는 모습은  자중해야 지식인의 도리가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인사는 만사라고 했다. 아마도 초가을까지 정부 산하기관 임원 인사 바람이 이어질 전망이다. 부디 좋은 인사 발탁이 있었음 한다게임위원장의 경우 연이어 교수들이 맡아 왔기 때문에 이번엔 곤란하다는 것은 또다른 역차별 논란의 소지가 있다는 점에서 고민스럽긴 하지만, 더나은 대안이 있다면 과감한 선택도 필요하다고 본다. 무엇보다 시장과 산업을 위해서 말이다.

[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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