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다시 부는 게임 한류 (3) 미국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게임업계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성과에 힘입어 가파른 성장세를 거듭해왔다. 그러나 앞서 수출 비중이 큰 중국이 판호 발급 지연 등에 따른 봉쇄 상태가 몇 년간 지속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때문에 중국에서의 공백을 대체할 해외 시장 개척에 대한 중요성 역시 꾸준히 제기돼왔다. 특히 미국은 중국에 앞서 가장 규모가 큰 지역 중 하나로 우리 업체들의 공략이 불가피한 곳으로도 꼽히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우리 업체들의 수출 성과 중 북미 시장의 비중은 9.1%로 조사됐다. 이는 중국(40.6%), 대만·홍콩(14.5%), 일본(10.3%), 동남아(11.2%) 등에 이어 5위에 해당하는 수치다.

미국이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시장 중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정작 우리 업체들은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기회를 놓치고 있다는 평이다.

미국은 콘솔 게임에 대한 선호도가 높고 비중이 큰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2019년 기준 미국 시장에서 콘솔 게임 규모는 3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뒤로 모바일게임이 30.5%의 비중을 기록하고 있다. 또 아케이드 게임 18.3%, PC 게임 12.8%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반면 우리 업체들은 콘솔 게임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크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때문에 미국 시장 공략에서의 수출 성과에 아쉬움을 남기게 됐다는 평도 없지 않다.

'퓨저'
'퓨저'

# 수출 비중 5순위 '난공불락'
그러나 최근 국산 게임이 콘솔 시장으로의 도약 조짐을 보이기 시작해 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기존 온라인게임 판권(IP)을 활용한 콘솔 게임을 비롯해 PC와 콘솔 간 크로스 플랫폼 영역을 개척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

특히 엔씨소프트가 지난해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를 통해 ‘퓨저’를 발매했다. PC와 더불어 플레이스테이션(PS)4, X박스원, 닌텐도 스위치 등 콘솔 플랫폼으로 선보였다. 엔씨웨스트는 이 같은 신작 출시 효과에 힘입어 12분기 만에 영업손익 흑자 전환에 성공하기도 했다.

엔씨소프트가 콘솔 플랫폼 시장 개척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퓨저’를 잇는 콘솔 게임의 등장에 대한 관심도 높다. 특히 ‘차세대 리니지’로 불리는 ‘프로젝트 TL’을 통해 PC뿐만 아니라 콘솔 플랫폼의 확대를 타진하고 있어 벌써부터 기대작으로 거론되는 중이다.

넥슨은 PC와 X박스 간의 멀티 플랫폼 게임 ‘카트라이더 드리프트’를 개발 중이다. ‘카트라이더’ IP를 활용한 캐주얼 레이싱 게임으로, 언리얼 엔진4 기반 4K UHD 고해상도 그래픽 환경, HDR 기술 등을 내세우고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레메디엔터테인먼트와 협업을 통해 X박스 플랫폼의 콘솔 게임 ‘크로스파이어X’를 개발 중이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글로벌 트리플 A급 콘솔 게임을 통한 ‘올해의 게임(GOTY)’ 최다 수상을 노린다는 포부도 밝혀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개발 스튜디오를 설립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게임을 선보인다는 목표로 대작 포지셔닝 신작 개발에 착수했다. 해당 스튜디오는 ‘퍼펙트 다크’ ‘호라이즌 제로 던’ 등의 작품을 주도한 개발자들이 주축이다.

'붉은사막'
'붉은사막'

# 콘솔 시장 개척 기대감 고조
앞서 북미 및 유럽 시장에서의 성과를 거둔 업체 중 하나로는 ‘검은사막’을 선보인 펄어비스가 꼽히고 있다. ‘검은사막 콘솔’은 X박스 플랫폼에 이어 PS 버전이 발매됐으며 각각의 크로스 플레이 및 최신 기기에서의 성능 향상까지 지원하며 호평을 받아왔다. 이를 통해 2년여 만에 330만명이 넘는 유저를 확보하게 됐다는 것.

펄어비스는 연내 ‘붉은사막’을 선보이며 PC와 콘솔 시장을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받는 트리플A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 외에도 ‘도깨비’ ‘플랜 8’ 등을 예고하며 시장에서의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국산 게임이 스팀을 통한 PC 플랫폼에서의 흥행성을 검증한 뒤 콘솔로의 플랫폼을 확대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날 전망이다.

네오위즈는 ‘스컬’을 올 여름 닌텐도 스위치를 비롯, PS4, X박스원 등의 버전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작품은 앞서 스팀 발매 5일 만에 10만장의 판매량을 올리는 등의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이 회사는 또 현재 스팀에서 서비스 중인 ‘메탈유닛’ ‘사망여각’ ‘댄디 에이스’ 등을 순차적으로 콘솔로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콘솔 게임 퍼블리셔 CFK가 스팀 및 모바일에서의 국산 인디 게임들을 콘솔 플랫폼으로 발매하고 있다. 대형 업체뿐만 아니라 인디 규모의 스팀 게임들의 콘솔 진출 사례도 계속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통한 북미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도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이다.

일각에선 시장을 개척하는 단계의 국산 콘솔 게임이 당장 경쟁력을 발휘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향후 장기적으로 미국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선 이 같은 약점을 극복하고 돌파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반면 미국 시장에서 모바일게임의 급격한 성장세가 감지되고 있어 시장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질지 속단하기 이르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최근 모바일게임에 주력해 온 우리 업체들에게는 호재로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

# 코로나19 영향 모바일 급성장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북미 시장은 코로나19로 인한 폐쇄 활동이 길어짐에 따라 모바일게임을 새롭게 시작하거나 평소보다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조사됐다.

시장조사기관 NPD그룹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지역 모바일 유저 3억 370만명 중 활발하게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전년 대비 12% 증가한 2억 3870만명으로 조사됐다. 모바일게임의 뛰어난 접근성이 새로운 즐길거리를 찾는 유저들과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또 45세 이상이 전년 대비 17% 늘어 가장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고 24~44세 연령층이 13%로 그 뒤를 이었다. 같은 기간 2~12세와 13~24세 연령층은 각각 9%와 3% 늘었다. 전 연령층의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는 점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게임 플랫폼으로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

미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유저풀과 더불어 매출 규모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모바일게임 매출은 전년 대비 19.5% 증가한 182억 5010만 달러(한화 약 20조 3489억원)로 조사됐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는 것.

올해는 전년 대비 12.1% 증가한 204억 5450만 달러(약 22조 8067억원)가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됐다. 올해부터 2025년 연평균 9.7%의 성장률을 기록해 2025년에는 295억 8600만 달러(약 32조 9883억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다.

그러나 미국 모바일게임 시장에서는 캐주얼, 카지노, 전략 등의 장르가 인기를 끌고 있어 우리 업체들이 좀처럼 경쟁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평을 받아왔다.

미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순위를 보면, ‘로블록스’ ‘캔디크러쉬사가’ ‘콜 오브 듀티: 모바일’ ‘포켓몬GO’ ‘클래시 오브 클랜’ 등이 톱5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 외에도 배틀로얄 및 퍼즐 등의 게임이 상위권에 주로 이름을 올렸다는 것.

MMORPG를 비롯, RPG 장르가 압도적인 비중인 한국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이 미국에서의 선호 장르가 크게 달라 국산 게임이 안착한 사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이 상위권을 유지하며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도 꼽히고 있다. 그리고 컴투스의 ‘서머너즈 워’와 넷마블의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크로스’, 스마일게이트메가포트의 ‘에픽세븐’, 더블유게임즈의 ‘더블유카지노’ 등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리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도전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도 나온다.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

# 하이퍼 캐주얼 · 카지노 선호
넷마블은 잼시티, 카밤 등을 인수하며 북미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 사례이기도 하다. 카밤의 ‘마블 올스타 배틀’, 잼시티의 ‘디즈니 이모지 블리츠’ 등이 인기를 끌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넷마블의 역량 강화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 회사는 올해 ‘NBA 볼 스타즈’ 및 ‘마블 퓨처 레볼루션’ 등의 신작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할 예정이다. 각각 본고장인 미국에서 가장 큰 호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이다.

미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다운로드 수치에서의 하이퍼 캐주얼 장르의 강세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 지난해 다운로드 순위를 보면, ‘헬릭스 점프’ ‘해피 글래스’ ‘라이즈 업’ 등의 하이퍼 캐주얼 게임이 톱5위에 이름을 올리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서다.

아주 짧은 시간 손쉽게 즐기는 간단한 구성이지만 점수 경쟁 등의 요소로 몰입감이 뛰어난 게임성의 하이퍼 캐주얼 작품들에 대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난다는 것. 이 같은 차이를 파악해 미국 시장을 공략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으로 제시되고 있다.

캐주얼과 더불어 카지노 게임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도 미국 시장의 주요 특징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표한 해외콘텐츠산업동향에 따르면, 모바일을 통한 카지노 게임은 PC보다 강력한 보안, 즉시 다른 유저들과 대전할 수 있는 환경 등의 요인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기기를 흔드는 등의 모바일 기기에서만 가능한 새로운 게임 방식, 실제 카지노와 연계된 실물 및 금전적 보상이 지급되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 ‘마이베가스’ ‘윈 슬롯’ 등은 라스베가스 관광상품을 리워드로 제공하기도 한다는 것.

'스토리픽'
'스토리픽'

# K콘텐츠 열풍에 시장 급변 전망 
그러나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함에 따라 미국 시장 역시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로블록스’의 인기 급상승과 같이 사회적 상호작용, 이를 포괄하는 메타버스에 대한 관심이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각에선 최근 미국에서 웹소설·웹툰 등 K콘텐츠의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평을 내놓고 있다. 주요 업체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시장 영향력 강화에 경쟁적으로 나서면서 시장의 변화도 더욱 가속화될 것이란 관측이다.

카카오는 최근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를 인수키로 했다. 이를 위해 1조원에 육박하는 규모을 투입한다는 점에서 파급 효과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네이버도 앞서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를 약 6억 달러(한화 약 6600억원)에 인수했다. 기존 네이버웹툰과 더불어 웹소설·웹툰을 통한 글로벌 영향력을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미국을 포함해 글로벌 시장에서 젊은층으로부터 웹소설·웹툰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이를 영상화한 드라마·영화의 흥행 사례도 늘고 있다. ‘스위트홈’ ‘이태원클래스’ ‘승리호’ 등이 넷플릭스를 통해 인기를 얻은 게 대표적이다.

때문에 웹소설·웹툰 IP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드라마·영화뿐만 아니라 게임화까지 활발하게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는 우리 업체들의 미국 시장 진출 전략 중 하나로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는 평이다.

컴투스가 최근 스토리게임 플랫폼 ‘스토리픽’을 글로벌 시장에 출시한 것도 이 같은 사례의 하나로 꼽을 만하다. 이 회사는 ‘스토리픽’ 글로벌 서버를 오픈하고 국내에서 인기를 얻은 여러 장르의 스토리 게임 14편을 우선적으로 선보였다.

‘스토리픽’은 앞서 한국형 좀비 열풍을 일으킨 ‘킹덤’을 비롯해 드라마 ‘스카이캐슬’, 영화 ‘늑대의 유혹’, 예능 ‘하트시그널’ 등 영화·드라마·예능 IP 기반의 이야기를 인터랙티브 콘텐츠로 제공해 관심을 끌었다. 이 같은 시도가 미국 시장에서의 경험으로 누적되며 향후 경쟁력을 발휘할 기반이 될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한편 미국은 코로나19에 대한 백신 접종률이 급격히 상승하고 있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향이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란 관측도 없지 않다. 최근 미국의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은 5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지역에서는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고 활동할 수 있도록 하는 등 방역 지침을 완화하는 추세다. 그간 폐쇄 환경에서의 생활에 대한 반발 심리로 인해 게임 대신 다른 엔터테인먼트나 여가 활동으로 관심이 향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가속화가 이뤄진 시대 흐름의 변화는 쉽게 멈추지 않고 계속될 것이란 예측도 나오고 있다. 때문에 새로운 것, '뉴 노멀' 시대에 어떻게 경쟁력을 발휘하느냐에 대한 우리 업체들의 고민 역시 깊어질 전망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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