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게임 한우물, 시장서 먹혀 … 독불장군 이미지 벗고 변해야

매년 어린이 날이 있는 5월과 크리스마스가 있는 12월에 반짝 인기를 끄는 게임업체가 있다. 바로 일본의 닌텐도다. 이 회사의 제품은 청소년들의 지속적인 사랑에 힘 입어 매년 5월과 12월에 호황을 누린다.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인기를 끈 작품은 '동물의 숲'이라는 콘텐츠다. 자극적이지 않고, 경쟁적이지 않으면서도 아기자기한 재미를 주기 때문에 청소년들과 여성 유저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부모들도 자녀가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을 하려고 하면 적극적으로 말리지만 닌텐도 스위치를 사 달라고 하면 '건전하고 유익한 게임기'라며 선뜻 돈을 쓰게 된다. 이런 이미지가 만들어 진 것은 그동안 닌텐도가 폭력적이거나 사행성이 강한 게임 콘텐츠를 멀리 해 왔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이 회사를 생각하면 왠지 배가 아프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속담처럼 질투심 때문만은 아니다. 분명 청소년들에게 인기가 많고 건전하고 유익한 게임들을 개발해서 바람직하기는 하지만 '독불장군'의 이미지가 강한 때문이다. 그동안 우리나라 유저들을 무시해 온 것도 적지 않고, 막대한 매출을 올리고 있으면서도 사회나 유저들에게 돌려주는 것은 거의 없다. 그러니 얄밉다는 마음이 생기는 것이다. 

닌텐도라는 기업은 어찌 보면 동전의 양면 같은 회사다. 이 기업에 열광하는 마니아들이 적지 않지만 일각에선 폐쇄적이며 갑질을 서슴치 않는다며 치를 떤다. 또 닌텐도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협력사들은 일방적인 요구에 애를 먹는다. 

지금은 '스위치'라는 제품으로 잘 나가고 있지만 스마트폰 등장 이후 닌텐도 '위'가 경쟁력을 잃으면서 사상 첫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빠진 적도 있다. 이때 많은 전문가들은 '닌텐도의 시대는 끝났다'며 이 공룡의 종말을 예고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닌텐도는 30년 만에 수 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적자를 기록하며 큰 충격에 빠졌다. 전문가들은 닌텐도의 부진에 대해 세 가지 악재가 겹쳤기 때문이었다고 분석했다. 먼저 스마트폰과 태블릿PC에 시장을 잠식당한 것이 첫째 원인이었다. 닌텐도는 그간 비디오게임 ‘슈퍼마리오’를 비롯해 닌텐도DS, 닌텐도 위(Wii) 등의 히트 상품으로 비디오게임 시장을 지배해왔다. 하지만 스마트폰과 태블릿PC가 등장하며 경쟁에서 밀리기 시작한 것이다. 또 주요 시장인 미국, 유럽의 경기침체로 수요도 줄었다. 마지막으로 엔고 탓에 가격경쟁력이 떨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하지만 이 회사는 '우리가 가는 길은 따로 있다'며 수많은 비난에도 불구하고 스마트폰 게임 개발에 나서지 않았다. 그리고 조만간 새 하드웨어를 내놓을 것이라고 호언장담 했다. 그리고 5년여의 시간이 흐른 후 이회사는 또다시 오뚜기 처럼 일어섰다.  2017년 3월에  휴대도 할 수 있고 거치형으로도 쓸수 있는 '스위치'라는 제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 제품은 출시되자 마자 선풍적인 인기를 누리며 날개 돋힌 듯 팔려 단숨에 위기에 빠졌던 닌텐도를 구해냈다. 2017년 3 월에 출시 된 게임은 그해 말까지  1486만 대가 판매됐다. 지난 2006년 12월에 출시된 위가 1년 만에 2013만 대를 판 것과 비교될 정도로 빅히트를 거둔 것이다.

닌텐도가 위기에 빠졌을 때마다 이를 딛고 벌떡벌떡 일어날 수있었던 비결은 뭘까.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크게 두가지로 분석해 볼 수 있을 것이다. 하나는 한우물 만 파는 게임 콘텐츠 자체의 경쟁력과, 다른 하나는 탄탄한 내실 경영이다. 

먼저 이 회사는 남들이 어떤 콘텐츠를 내놓든 개의치 않고 자신들만의 세계를 고집스럽게 밀고 나간다. 이 회사 작품들의 특징은 폭력적이지 않고 사행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사냥과 공성전 등이 주류인 우리나라 업체들의 MMORPG와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작인 '슈퍼마리오'는 횡스크롤 게임의 고전이며 지금도 계속 인기를 누리고 있는 스테디셀러다. 

다음으로 이 회사는 탄탄한 내실경영을 하면서 위기가 닥쳐와도 역전의 기회를 만들 때까지 참고 견디며 밀고 나간다는 것이다. 닌텐도 재무구조의 특성은 첫 번째 현금 부자일 뿐만 아니라 부채가 거의 없다고 한다. 이 때문에 외부의 압력이나 내부의 동요에도 흔들림 없이 그들이 가고자 하는 길을 고집스럽게 갈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무차입 경영이 꼭 좋은 것 만은 아니다. 미래를 위해 과감히 투자하고 적들의 기선을 제압해야 할 때가 있는데 이때 자기 자본만 바라보며 머뭇거린다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닌텐도는 분명 대단한 글로벌 기업이면서 또한 가장 일본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닌텐도가 향후 또다른 위기가 닥쳤을 때도 오뚜기처럼 다시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장담할 수는 없다. 시장은 변하고 그 변화에서 도태되는 순간 다시 따라잡는 것이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지금 닌텐도에게 필요한 것은 변화와 수용, 그리고 협력이 아닐까 생각된다. 독불장군은 강하지만 그만큼 분명한 한계를 갖고 있으니 말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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