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엄포로 불확실성만 키워 놔 … 제도권 도입을 위한 정책 마련 절실

최근 정부의 암호화폐 정책을 두고 이런 저런 말들이 많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국내외 경제 수장들이 암호화폐에 대해 비판적인 견해를 나타내면서 시장이 요동을 쳤다. 화들짝 놀란 투자자들은 투매에 나섰고, 암호화폐시장은 이로인해 한동안 몸살을 앓았다. 

합법도, 그렇다고 불법도 아닌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스탠스는 아직도 분명하지 않다. 내년 1월부터 암호화폐 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말과 어떠한 보호도 해줄 수 없다는 다소 이율배반적인 주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급기야 금융위원장은 암호화폐와 관련한 설화에 휩싸이며 국민청원에까지 등장하는 신세가 됐다. 명확하지 않은 정부의 스탠스가 시장의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는 셈이다. 

투자자들이 정부의 세금 부과 정책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은 제도권으로 받아들이겠다는 의미고, 그에 상응한 제도적 장치가 따라야 하는 것은 당연한 순서다. 세금만 걷으면서 건전한 시장 조성을 위한 아무런 장치도 마련하지 않겠다는 것은 누가 들어도 상식에 어긋나는 것이다. 주식시장에 비해 과다한 세금과 적용시기 문제 등 개선해야 될 과제들이 산적함에도 나몰라라 하는 정책에 대해 투자자들은 이래저래 불만이 쌓일 수 밖에 없다. 

정부의 암호화폐 고사작전이 그동안 지속적으로 이뤄져 왔음에도 시장은 오히려 없애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만큼 커졌다. 빗썸 회원은 500만 명을 돌파했고, 업비트의 앱 이용자는 320만 명을 넘어섰다. 중복 가입자를 감안하고, 여타 중소거래소의 회원들까지 포함하면 최소 700만 명 이상이 암호화폐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규모라면 경제활동 인구의 상당수가 암호화폐시장에 적을 두고 있다고 봐야 한다. 아니,  메이저 투자상품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보는 것이 옳은 판단이다. 

실제로 암호화폐의 1일 거래금액은 40조 원을 넘어서며 주식시장을 훌쩍 뛰어 넘었다. 정부의 '암호화폐 죽이기' 정책은 실패했다고 봐야 한다. 더 이상의 무리수는 투자자들의 저항만 키울 가능성이 커졌다 할 것이다. 이제는 제도권으로 흡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할 때다.  

특금법을 앞두고 시행하는 정보보호관리체계인증(ISMS)이나 실명계좌 발급 등의 문제를 정부가 직접 챙겨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실명계좌 발급 권한을 금융권에 떠넘기고 방관하는 비상식적인 정책은 책임있는 정부 당국이라면 할 수 없는 조치다.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기준을 충족한 사업자에 대해서는 자유롭게 영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제도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정부 당국자들이 유념해야 할 부문은 투자자들의 진정성과 바람이다. 그들은 투자손실을 보상해 달라는 것이 아니라 마음 놓고 거래할 수 있는 시장 환경을 조성해 달라는 것이다. 아무런 제도 정비책 없이 세금만 거두겠다는 황당한 정책이 아니라 그와 합당한  정책을 만들어 시행하란 뜻이다. 투명한 거래를 위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고,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해 나가는 프레임을 보여줘야 한다. 솔직히 정부 당국자들도 모른척 하고 있으나 이미 이를 인지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하겠다. 

특히 거래소들의 변칙적인 영업행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차단 등 징계가 이뤄져야 한다. 이들의 변칙적인 영업과 자기 배만 불리기 위한 황당한 거래 행태는 비단 어제오늘 일만은 아니다. 암호화폐 기업과 결탁해 입출금을 정지하고 가격을 올리는, 소위 가두리 작전을 비롯해, 시도때도 없이 입출금을 막거나, 마케팅이란 명목으로 신규 상장 암호화폐를 대거 강탈하는 행태는 갑질 그 이상이다. 그렇게 확보한 암호화폐를 상장시킨 후 시장에서 정당한 평가를 받기도 전에 가격을 끌어 올려 이를 팔아 치우는 행위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할 것이다.  

최근 모 대형거래소에 신규 상장한 A토큰은 상장 첫날 50원에서 순식간에 5만5,000원까지 상승하는 비현실적인 거래가 이뤄졌다. 이로인해 낮은 가격에 사서 높은 수익을 낸 투자자들도 일부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높은 가격에 추매했다 낭패를 본 투자자들이 적지 않았을 게 분명하다. 이런 황당한 거래가 잦을 수록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신뢰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언필칭, 이같은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는 책임 주체를 명확히 가려내 엄벌에 처해야 한다.

이런 거래가 일어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라는 것이 투자자들의 바람이자 요구다. 주식시장 처럼 일정시간에 급등락하는 종목에 대해서는 일시 거래정지를 시키거나, 거래소 상장을 미끼로 상장사의 암호화폐를 상식선 이상으로 요구하는 행위에 대한 제도적 징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모 거래소의 불법영업에 대해 압수수색과 자산동결 조치가 내려진 것처럼, 불법행위가 있는 거래소나 다단계 업체 등에 대한 징벌적 처벌이 가혹할 정도로 이뤄져야 시장이 더 투명해질 것이란 점이다. 또 민간전문기관에 상장에 필요한 업무를 맡겨 거래소 상장과 관련한 부도덕한 행위를 막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거래소를 비롯해, 정부 당국, 투자자 모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특히 정부는 암호화폐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고 공존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 박상기 전 법무장관으로부터 시작된 암호화폐에 대한 정부의 엄포는 이미 양치기소년 꼴이 된 지 한참이 됐다. 판을 엎겠다는 말도 안되는 정책에 집착하지 말고, 제도권 안착을 위한 현실적인 고민이 더 필요한 때라고 본다.

[더게임스데일리 고상태 미디어신사업국 국장 qkek619@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