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부사장 … 대규모 인재 채용 · 9개작 개발 박차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부사장.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부사장.

넥슨이 신규개발본부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새로운 형태의 프로젝트 개발에 매진하는 가운데 대규모의 특별 수시 채용에 나서 업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신규개발본부에서는 게임 시장을 선도할 대규모 프로젝트 개발에 몰두하면서도 창의적인 개발 DNA를 마음껏 발산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신규개발본부를 이끄는 김대훤 부사장과 만나 앞으로의 계획과 각오를 들어봤다.

현재 신규개발본부의 규모는 600여명에 달한다. MMORPG 신작을 비롯해 ‘프로젝트 SF2’ ‘HP’ ‘테일즈위버M’ 등 핵심 개발 역량을 집중한 대형 프로젝트와 함께 ‘DR’ ‘P2’ ‘P3’ 등 독특한 게임성을 앞세운 타이틀을 개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존 게임의 틀을 벗어난 멀티플랫폼 ‘MOD’, 그리고 차세대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한 ‘페이스플레이’ 등을 준비하고 있다.

신규개발본부는 웰메이드 게임을 만든다는 목표로 인력과 자원을 집중하는 동시에 게임을 소재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할 색다른 도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서로 다른 메모리 주소 값 저장 방식인 ‘빅 엔디안’과 ‘리틀 엔디안’에서 차용한 ‘빅 & 리틀’을 개발 모토로 삼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 같은 개발 모토에 대해 ”이전까지도 자율성에 의거해 다양한 시도들이 있었으나 이제는 전략적 배분을 분명하게 가져가려고 했다“면서 ”80%는 본연에 집중하고 나머지 20%는 창의적인 것에 사용하듯이 규모나 목적에 따라 내부 리소스를 배분해서 결과가 나올 때까지 꾸준히 진행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큰 규모의 작품을 잘 만드는 것, 그리고 개성 있고 기발한 작품을 빠르게 만드는 것은 회사 차원에서 관리 방식이 달라야 한다는 게 김 부사장의 시각이다. 이 같은 프로젝트 관리 측면에서 명확한 방향성을 세우겠다는 의도다.

개발모토의 ‘빅’에 해당하는 ‘신규MMORPG’ ‘프로젝트 SF2’ ‘HP’ ‘테일즈위버M’ 등 4개 작품은 넥슨의 또 다른 원동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자원과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신규MMORPG'
'신규MMORPG'

‘신규MMORPG’는 언리얼 엔진4 기반으로 개발 중인 대작 프로젝트다. 대규모 공성 전투 콘텐츠를 핵심으로 전략적 플레이 경험을 강화한 멀티 플랫폼 게임을 지향하고 있다. ‘서든어택’ ‘액스(AxE)’ 개발에 참여한 이익제 디렉터 지휘 하에 넥슨에서 시도하지 않은 대규모 인원이 투입돼 제작 중이다.

김 부사장은 이 같은 프로젝트에 대해 ”새로운 IP를 창조하는 것에 무게를 두고 깊이 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한다“면서 ”기존 MMORPG의 전투 엔드 콘텐츠인 공성전이 ‘그들만의 리그’로 흘러가는 편이었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캐주얼하게 즐길 수 있도록 개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부적으로는 ‘공성전의 대중화’를 목표로 삼고 있으며 비주얼 측면에서도 당연히 최상위권의 품질을 지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프로젝트 SF2’는 기존 캐릭터 수집형 게임과 완전히 다른 게임성을 지향하는 모바일게임이다. 언리얼 엔진4 기반 풀 3D 카툰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구현됐으며 고유한 전투 방식을 토대로 차별화된 재미를 제공하겠다는 각오다. 앞서 ‘슈퍼판타지워’를 개발한 이정근 디렉터와 100명 이상의 인력이 참여하고 있다.

김 부사장은 이 작품에 대해 ”상위권의 캐릭터 수집 게임 수작들과 대적할 수 있는 매력 및 연출을 보여주려고 한다“면서 ”도덕책 같은 이야기지만 모든 캐릭터의 쓰임새가 있고 다양성을 갖추면서 밸런스를 유지해 오래갈 수 있는 작품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어려운 일이지만 이를 해내기 위해 노력 중에 있다며 각오를 나타내기도 했다.

'프로젝트 SF2'
'프로젝트 SF2'

신규개발본부는 앞서 ‘듀랑고’와 ‘마비노기 영웅전’을 개발한 이은석 디렉터의 신작 ‘HP’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채용을 통해 90명 이상의 개발 인원을 구축할 예정이며 칼, 창, 망치, 활 등 근접 무기를 활용한 전투 중심의 PvP 액션 게임을 지향한다. 전형적인 중세 팬터지 세계와는 다르게 현대적인 시각 요소가 가미된 비주얼과 화끈한 액션을 앞세운 PC 기반 고품질 게임을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넥슨을 대표하는 판권(IP)의 모바일 버전 게임 ‘테일즈위버M’는 원작의 강점인 2D 그래픽과 스토리를 계승 및 발전시키고 있다. 단순 PC 버전 이식을 넘어 기존 모바일 MMORPG보다 전략적인 전투의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제작 중이다. ‘테일즈위버’ ‘바람의나라’ 등의 디렉터를 맡은 심기훈 디렉터가 90여명의 인원과 함께 개발하고 있다.

대형 프로젝트는 역량을 집중하는 만큼 개발 기간의 장기화도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작품의 완성도나 시장에서의 경쟁력은 이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게 일각에서의 우려이기도 하다.

김 부사장은 프로젝트의 준비 기간이 너무 길어지게 되면 유저 기대 심리가 지나치게 올라가는 등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는 것에 동의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며 어느 정도 예측 가능한 개발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프로젝트에 따라 처음부터 끝까지를 완성해야 하는 것도 있지만 ‘엣지’를 갈고 닦아 만드는 방법도 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이를 다르게 관리하며 각각의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부사장.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부사장.

기존 넥슨의 프로젝트의 라인업에서는 독립성이나 자율성이 강한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으나, 여러 문제를 오로지 개발팀 스스로 풀어가야 하는 게 약점으로 작용하기도 했다는 것. 때문에 중앙에서 개별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분담하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김 부사장은 밝혔다.

그는 서버 엔진과 같은 엔지니어링 측면에서의 기능을 공통적으로 사용하는 것을 예로 들기도 했다. 또 관리적 측면에서도 중앙에서 지원을 하면서 각각의 프로젝트들이 핵심에 집중할 수 있고 그 외 나머지 것들에 대해 서로 협력하며 전체적인 완성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개발모토의 ‘리틀’에 해당하는 5개 라인업은 게임을 소재로 새롭고 창의적인 재미를 만기 위한 도전 프로젝트다. 게임 메이킹 플랫폼을 장르로 내세워 기존 게임 개발의 경계를 허무는 ‘MOD’, 그리고 차세대 AI 기술을 활용한 놀이 플랫폼 ‘페이스플레이’는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겠다는 각오다.

김 부사장은 이 같은 새로운 시도에 대해 ”게임과 비게임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가운데 콘텐츠나 서비스를 개발자만 만들 수 있는 시기도 지났다고 할 수 있다“면서 ”같이 놀 수 있는 디지털 플랫폼을 만들어보려고 하는데, 게임이라 보기에 어려울 수도 있지만 화상 채팅 솔루션이라 하기도 어렵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특히 ‘MOD’의 경우 유저가 게임을 제작하고 배포하며 운영할 수 있는 게임제작 플랫폼을 지향하고 있다. ‘로블록스’와 비슷한 부분이 있지만, 지금에서야 이를 따라한다고 잘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보다 깊이가 있는 게임 제작이 가능하도록 하거나 아예 쉬운 게임은 극단적으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는 등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테일즈위버M'
'테일즈위버M'

또 픽셀과 3D 환경이 어우러진 아트를 구현한 해저 탐험 테마의 ‘DR’, 빠른 템포의 전투와 스타일리시 액션을 앞세운 팀 대전 액션 게임 ‘P2’, 중세 팬터지 세계관의 던전을 모험하는 ‘P3’ 등도 신규개발본부만의 새로운 게임으로 개발 중이다. 특히 ‘DR’과 ‘P2’의 경우 PC ‧ 콘솔의 멀티 플랫폼을 지원한다는 것도 이목을 끄는 부분이다.

김 부사장은 ”과거 PC가 진입장벽을 낮추는 도구였다면, 지금은 PC와 콘솔이 같이 묶이며 깊이 있는 게임의 디바이스로서 특정 장르별 전문화된 재미를 요구하는 것 같다“면서 ”낮은 진입장벽으로 저변을 넓히는 것은 모바일의 역할로 넘어가게 됐다“고 진단했다.

콘솔 시장이 중요하지만 아직 경험이 부족한 것을 인정하기도 했다. 개성 있고 다양한 것을 선보일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차근차근 준비해 도전해 나가는 단계로 봐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이 신규개발본부가 추진 중인 프로젝트는 ‘기존 게임의 주류를 계승하는 것’을 비롯해 또 한편으론 ‘기본이 완전 다른 것’을 시도하고 ‘게임 섹터라 부르기 어려운 것’까지 크게 3개 덩어리로 나눠서 진행되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다수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개발조직 역시 변화를 거듭하게 될 전망이다. 세 자릿수 규모의 인력을 채용하고 있기 때문에서다.

신규개발본부는 ‘결국 모든 것은 사람으로 귀결된다’는 기조 하에 인재 중심의 조직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재미있는 게임을 개발하고 싶은 열정과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둔 인재들을 전례 없는 대규모로 모집하고 있으며, 성과에 따라 최고 수준의 보상을 지급하며 성취와 발전도 이룰 수 있는 인재 중심의 조직 운영을 선보인다.

김 부사장은 ”시장에서 기대하는 수준의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인력 규모를 정확히 정해놓지는 않고 있다“면서 ”필요하다면, 뛰어난 인재는 직군에 제한을 두지 않고 최대한 채용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부사장.
김대훤 넥슨 신규개발본부 부사장.

신규개발본부나 넥슨의 인재상은 아니지만, 김 부사장 개인의 시각에서의 인재상으로는 ‘에너지’와 ‘오픈 마인드’를 꼽기도 했다. 특히 기본적으로 소통과 협업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각자의 경험과 취향이 다르고 호불호가 갈리는 가운데 재미를 논할 수 있으려면 대승적인 사고방식이 중요한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대규모 인력 채용과 프로젝트 대형화 과정에서의 개발자 간 세대격차 등에 대해서도 김 부사장은 ”산업이 고도화됨에 따라 나의 게임을 만들겠다는 생각보다는 개발자로서의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는 경향이 나타나는 것 같다“고 봤다.

신규개발본부는 이 같은 측면에서 전문적 능력을 발전시키는데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모든 프로젝트를 최대한 서로 공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서로 교류하며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

그는 언택트 시대를 언급하며 개방적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서로 알아야 협력이 가능하다고 생각해 프로젝트의 정보 및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있다. PD 등의 전문가 간 소통에서 각각의 노하우나 경험을 나눠줄 수 있도록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환경을 조성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

특히 잡담 속에서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것들이 발현된다고 생각해 편하게 잡담하도록 장려하고 있다. 공통의 주제나 자유로운 대화 채널을 통해 이야기를 만드는 총대 역할도 세울 정도다. 과거 간단히 차 한잔 마시는 상황이었으나, 이제는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환경에서의 커뮤니티 도구를 통해 인위적으로 이 같은 소통에 대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

'HP'
'HP'

신규개발본부가 대대적인 인력 채용과 더불어 다수의 프로젝트를 예고함에 따라 실제 결과물에 대한 관심도 고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가운데 ‘HP’가 연내 프리 알파 테스트를 통해 신규개발본부의 차별성이나 완성도를 선보이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그 외 대다수의 프로젝트는 내년께 결과물이 모습을 드러낼 것이란 전망이다.

김 부사장은 ”내부에서는 3년 안에 IP라 불릴만한 것을 5개 넘게 만들어 보자를 외치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가 생각하는 IP의 기준은 유저들이 후속작을 계속 만들어 달라고 요구하거나, 다른 개발업체가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 싶다고 요청해 오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넥슨이 자체 개발 흥행작을 내놓은 시기가 꽤 됐는데, 그간의 여러 고민과 시행착오를 모두 모아서 잘 해보겠다는 각오로 도전을 하고 있다”면서 “이 같은 과정에 동참할 개발자들을 모시고 싶다”고 말했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저작권자 © 더게임스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