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중기획] 다시 부는 게임 한류 (2) 중국

'차이나조이2019' 텐센트의 던전앤파이터 부스.
'차이나조이2019' 텐센트의 던전앤파이터 부스.

코로나19 사태 1년을 넘어서며 언택트 시대로의 전환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 게임업계도 이 같은 급변하는 환경에 어떻게 대응할지에 대한 고민도 깊어지게 됐다.

전 세계적 팬데믹을 겪게 됨에 따라 글로벌 규모의 언택트 흐름에서의 격차가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계속되고 있다. 빅마켓의 공룡 업체들이 광폭 행보를 보이는 가운데 우리 업체들이 경쟁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이 심화될 것이란 관측도 적지 않은 편이다.

특히 중국은 판호 발급 지연 등으로 빗장을 걸어 잠근 불합리한 경쟁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우리 업체들이 큰 성공을 거둔 거대한 기회의 땅이었으나 이제는 압도적인 규모와 급격한 성장 속도로 우리를 위협하는 존재가 됐다는 평이다.

게임이 문화콘텐츠 수출 일등공신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은 온라인게임의 역할이 크다. 과거 온라인게임을 해외 곳곳에 수출하며 위상을 드높여왔고, 이 가운데 중국 시장에서의 성과가 큰 비중을 차지해왔다.

10여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 같은 인기는 여전하다고 할 수 있다. 넥슨의 ‘던전앤파이터’가 매년 조 단위의 매출을 올려왔으며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의 ‘미르의 전설’, 웹젠의 ‘뮤’ 등이 큰 인기를 끌고 재생산된 콘텐츠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FS 2019 그랜드 파이널' 현장 전경.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FS 2019 그랜드 파이널' 현장 전경.

# 박리다매와 평가절하는 옛말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게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우리 업체들의 주요 수출 국가 및 권역으로 중국이 40.6%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대만‧홍콩 14.5% 동남아시아 11.2%, 일본 10.3%, 북미 9.1% 등과 비교하면 중국 시장의 중요성이 더욱 실감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같이 수출 실적이 가장 큰 중국이 수년간 판호 발급 지연으로 난항을 겪고 있어 우리 업체들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실정이다. 또 수출길을 막는 것뿐만 아니라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훼손하는 동북공정 문제까지 겹치면서 앞으로 더욱 복잡한 양상의 난항이 예상되고 있다.

과거 우리 업체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통해 중국 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중국 시장이 거대한 규모를 바탕으로 급격한 성장세를 기록하며 이제는 오히려 한국 게임을 추월하게 됐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 편이다.

현재 중국을 넘어 전 세계 1위 업체로 꼽히는 텐센트는 ‘크로스파이어’ ‘던전앤파이터’ 등 한국 게임을 서비스하며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확대한 이후 공격적인 투자 및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우며 공룡업체로 거듭나게 됐다. 가장 인기 있는 온라인게임 ‘리그오브레전드’의 라이엇게임즈를 비롯, ‘클래시 오브 클랜’ 등을 통해 모바일 시대를 대표하는 업체인 슈퍼셀 등 유력 업체들을 인수하며 업계 안팎으로 충격을 가져다줬다.

또 단순 물량 공세로 평가절하 당하던 중국 게임들이 오히려 품질 측면에서도 우위를 점하기 시작하면서 한국 시장을 점령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중국의 게임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한 배경을 살펴보고 앞으로 한국 업체들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할지 재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수입 막으며 내수 키워

중국 게임의 급격한 성장세는 당국이 펼친 진흥 및 제한 정책 영향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진흥책을 통해 자국의 게임 개발역량을 강화하는 동시에 외국 게임 수입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규제해왔다는 것.

판호 발급이 대표적인 규제 정책으로, 중국 당국은 내수 시장 보호를 위해 고강도 수입 허가 제도를 시행해왔다. 이에따라 외국 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중국 게임업체들과 합작을 통해 규제를 우회하기도 했다.

중국은 사회주의 체제 아래 국민경제 발전 및 민족문화 정신 함양 등 ‘국익 우선’ 원칙에 입각한 정책 수립해왔다는 평이다.

특히 2006년부터 게임산업을 포함한 문화산업 전반의 기초 인프라 조성을 위한 친시장적인 정책들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후 2011년 모바일 기기의 보급이 급격히 확대되는 것에 주목하며 국제경쟁력 확보 및 해외시장 진출에 대한 전략을 제시해왔다.

세금감면, 진입장벽 완화, 인프라 구축, 관련 설비‧기술‧서비스 표준화, 연관 산업 육성, 지역별 산업 클러스터 건설 등을 포함해 게임산업 발전을 위한 정책들도 다수 내놨다는 것.

2012년에는 중국 당국이 애니메이션과 더불어 게임을 ‘신흥문화산업’으로 규정하고 관련 기술 그리고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단말기 제작 수준의 향상을 추진하기도 했다. 2015년에 들어서는 게임산업 전반에 적용되는 규범을 비롯해 산업 육성 및 지원 방안을 제시했다. 이와 맞물려 수입 게임에 대한 관리 감독을 강화하고 게임 내 위법행위 단속에도 나섰다.

또 독자적인 지식재산권을 가지고 민족정신을 다루는 교육용, 운동용, 체감형 게임을 장려하기도 했다.

이후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의 신기술에 대한 정책도 다수 내놓기 시작했다. 뿐만아니라 e스포츠 개최를 적극 지원하고 국제적으로 확대하는 것을 지원해왔다.

이 가운데 전통문화 및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을 포함한 게임을 장려하는 정책을 꾸준히 내놓으며 강조해오기도 했다.

그러나 2019년부터는 지방정부 차원에서 진흥정책을 추진하는 것과 함께 중앙정부의 미성년자 보호 입법과 사후 관리 감독이 강화되는 양상이 상충하면서 지역 게임 산업 진흥정책의 효과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는 평이다.

베이징시위선전부는 게임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13개 조치들을 제시하고 2025년까지 베이징시의 게임산업 연간 총생산액을 1500억 위안(한화 약 25조 8285억원)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기도 했다. 또 국제 인터넷 게임 도시 구축을 위해 게임 연구, 인터넷 신기술 응용, 게임 사회 응용 추진, 게임 이론 연구, e스포츠 산업 브랜드 등 5개 센터 건립을 추진했다.

중국은 이 같은 진흥 정책을 통해 산업간 융복합 및 신시장 개척을 통한 게임산업 경쟁력 강화가 예상되고 있다. e스포츠 분야에서는 중국 ‘리그오브레전드’ 프로리그 ‘LPL’의 사례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LPL’은 지역 연고제 문화를 형성해 지역별 전용구장을 설립하고 마케팅 및 스폰서 등 막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를 통해 팬 문화가 견고해지고 게임산업의 발전과 더불어 상업 및 관광까지 활성화됐다는 평이다.

출처 픽사베이.
출처 픽사베이.

# ‘네것 내것’ IP 독식 우려

중국은 외국 게임에 대한 사전심사 등을 통해 수입 절차를 철저히 관리해왔다. 한국에 대해서는 사드 배치와 같은 외교적 문제와 얽힌 한한령으로 불공정한 경쟁 상황을 지속해 오고 있다.

중국은 자국의 미성년자 게임 이용에 대한 제한을 중심으로 규제 정책을 펼쳐오기도 했다. 과몰입 방지를 위한 피로도 시스템 및 이용시간 총량제 등을 도입하거나 권고해왔다는 것.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판호를 발급받지 못하도록 하는 등 규제 강화 양상을 보여 왔다.

또 한편으론 최근 중국 당국이 게임심사 채점제를 시행하며 판호 심사에 활용키로 한 것도 논란이 되고 있다. 관념지향, 원조창작, 제작품질, 문화적 의미, 개발정도 등 5개 항목을 평가하는 가운데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판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같은 심사조건 중 일부 항목이 우려를 사고 있다. ▲관념지향 항목의 사회주의 핵심 가치관에 부합하는지, 정확한 역사관·인생관·가치관·세계관 구비 여부 ▲원조창작 항목의 과학, 역사적 사실 또는 합리적인 상상을 기반으로 디자인했는지 ▲문화적 의미 항목의 중화 우수 문화를 전파 또는 확산 가능한지 항목 등이다.

이는 중국 당국이 꾸준히 강조해왔으나 최근 한복, 김치, 갓 등 우리 한국의 전통문화가 자국의 것이라는 억지주장을 펼치며 논란이 반복돼왔다는 점에서 향후 큰 문제로 발전할 여지가 있다는 평이다. 채점제의 정확한 역사관이나 사실을 평가할 때 이 같은 중국 관점의 억지주장을 잣대로 내세울지도 모른다는 지적이다. 이에 한국 업체들의 수출 과정에서 제약을 받는 것은 물론 외국 업체들이 잘못된 역사관에 동조할 가능성까지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은 이 같은 규제 정책을 펼치는 한편 판권(IP)을 발굴하고 강화하는 것에 매진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소설, 드라마, 영화 등의 IP를 활용한 게임 개발을 정책적으로 지원해왔다는 것이다.

IP 기반 게임의 시장 규모 및 전체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는 점에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2019년 기준 중국 모바일 시장 IP 게임 규모는 1295억 위안(한화 약 22조 2986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또 모바일게임 전체 매출의 7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 IP 라이선스 취득, 퍼블리싱 및 플랫폼 영역을 텐센트와 넷이즈가 과점하는 구조라는 것도 눈여겨 볼만한 부분이다. 2019년 기준 두 업체의 영업이익이 전체의 75%를 차지한 상황으로, 중소 게임업체들은 약 15~20%의 수익만 확보되는 수준이라는 것. 또 당시 신생업체가 2504개인데 반해 1만 8710개 업체가 폐업했다는 것도 특이사항으로 지적되고 있다.

'원신'
'원신'

# 신기술 투자 격차 대비해야
그러나 텐센트와 넷이즈 외에도 중국 업체들의 글로벌 시장 영향력은 점차 강화되는 추세다. 미호요가 선보인 ‘원신’의 모바일 버전이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매출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300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며 이목을 끌기도 했다.

이 작품은 모바일과 PC 간의 크로스 플레이뿐만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PS)4의 멀티 플랫폼 게임이라는 점에서 매출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앞서 중국산 게임이 자국에서의 성과가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과 달리 ‘원신’은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크게 확대한 사례로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이 같이 중국 업체들이 당국의 규제 강화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기술력을 강화하고 해외 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는 것도 주목할 만하다는 평이다. 코로나19 이후 변화를 예측하기 어려운 시점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다면 글로벌 경쟁 구도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여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또 앞으로도 여전히 한국 업체들의 대중국 수출길이 험난할 것으로 예상돼 격차를 좁히는 일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중국 당국이 체제에 위해를 가하거나 사회질서 공고화에 반하는 요소들에 대한 전면 차단 기조를 강화하고 있어 한국 업체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또 중국이 VR‧AR 등 실감형 기술을 비롯해 5G,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컴퓨팅 등을 주요 정책적 과제로 설정하고 고도화를 추진해왔으며 이를 통해 신제품 개발 및 협력이 활발하게 이뤄졌다는 것도 우려가 되는 부분이다. 이 외에도 블록체인 및 가상자산을 활용한 게임에 대한 규제를 마련하고 이를 활용한 게임의 출시가 늘어나는 추세라는 것도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게임업계는 이 같은 신기술의 융합,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의 도입을 미래 시대 대비책으로 예상하고 있다. 때문에 한국 업체들도 급격한 변화를 예측하고 서둘러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틀그라운드'
'배틀그라운드'

# 글로벌 성공이 우회 지름길
지난해 기준 중국 게임 시장 규모는 약 4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이자 여전히 국산 게임의 수출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그냥 손을 놓기는 어려운 계륵 같다는 평도 나온다.

그러나 당장 게임업체들이 어떻게 손을 써볼 수 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는 실정이다. 4년여 만에 판호 빗장이 풀리며 기대감이 고조되기도 했으나, 이후 실질적으로 시기적절하게 우리 업체들이 게임을 수출하고 성과를 내는 사례로는 이어지지 않는 실정이다. 때문에 중국의 보여주기식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시각도 적지 않은 편이다.

반면 이 같은 불공정한 상황 속에서도 ‘배틀그라운드’와 같은 한국 게임이 중국에서의 큰 인기를 끌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기회가 여전하다는 긍정적인 전망도 있다. 다만 새로운 성공을 위해 불공정한 경쟁 구조를 하루빨리 해소할 수 있도록 국가적 차원에서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틀그라운드’가 글로벌 시장에서의 돌풍을 불러일으킨 이후 텐센트를 통해 모바일 버전이 유료 결제 요소 없이 시범적으로 중국에 출시되기도 했다. 그러나 판호 발급이 지연되면서 결국 서비스가 무산됐다. 문제는 텐센트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서비스를 종료하는 동시에 이와 유사한 '화평정영'을 출시하면서 사실상 한국 게임을 베껴 이득을 취하는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공룡 업체로 꼽히고 있으나, 인기 있는 한국 게임을 불합리하게 가져다 쓰는 것을 자행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글로벌 경쟁력 차원에서 격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때문에 중국 시장을 겨냥한 수출 전략도 필요하겠지만, 오히려 전 세계적 인기를 얻는 것이 죽의 장막을 뚫기 위한 지름길이 될 지도 모른다는 평이다. 한국 업체들이 글로벌 무대에서 중국 이상의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지에 대해 고민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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