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규제샌드박스' 통해 점수제 전격 수용…사행 극복이 최대과제 될 것

‘규제 샌드박스’를 만들어 제도권에 도입한 나라는 영국이다. 2014년 영국 정부는 구조물 안에 모래를 가득 채워 모래 터를 만들고, 이 곳에서 아이들이 마음 놓고 안전하게 흙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한 샌드박스((Sand Box)에 착안해 ‘규제 샌드박스’란 걸 만들어 세상에 선을 보였다. 

제도권의 각종 규제로 인해 사장되거나 묶여있는 신사업 및 아이템을 세상 밖으로 끌어내기 위해 만든 것이다. 영국의 ‘규제 샌드박스’는 이후 투자유치 및 산업 활성화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특히 영국의 핀테크 산업은 ‘규제 샌드박스’ 도입 이후 급성장하는 추세를 보여 전 세계 핀테크 산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실제로 아주 잘 나간다는 미국의 실리콘밸리 핀테크 산업(연평균 120%)의 거의 3배에 가까운 성장률(연평균 600%)을 나타내면서 ‘규제 샌드박스’에 대한 시장 실효성을 그대로 입증해 보였다.

이같은 소문이 알려지자 ‘규제 샌드박스’는 글로벌 각국의 신시장 개척을 위한 새로운 모델로 떠올랐고, 투자 유치 및 경제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

우리나라에서도 2019년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 혁신팀을 통해 주무 부처별로 ‘규제 샌드박스’를 운영하도록 해 제도 도입 2년 만에 총 410개 과제 가운데 185개 아이템을 사업화 또는 실증적 테스트를 완료하는 성과를 거뒀다. 또 벤처 캐피탈 등을 통해 1조4344억원의 투자유치를 이끌어 냈고, ‘규제 샌드박스’ 승인기업을 통해 3000여명의 고용 창출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중요한 것은 이같은 ‘규제 샌드박스’ 시행에 따른 기업들의 만족도인데, 상당수의 기업(90%)들이 이 제도의 실효성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아니면 정부의 고육지책이었을까. 이도 저도 아니었으면 면피용이었을까. 때 아니게 문화체육관광부가 게임산업계의 미운오리가 돼 버린 아케이드게임 가운데 이른바 ‘리뎀션(Redemption)게임’을 실증 특례 제도(규제 샌드박스)란 이름아래 시중에 선보이기로 한 것이다.

리뎀션 게임은 이른바 점수 보상형 아케이드게임으로 불리는 게임이다. 포인트 또는 포인트가 기록된 티켓 등을 모아 원하는 상품으로 교환하는 방식이다. 미국, 영국 등 외국 식당가에서는 쉽게 접할 수 있는 게임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4개 아케이드 게임 유통사를 선정해 2년간 시범 운용하고, 성과 여부에 따라 법률 개정을 통해 사업화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이 사업의 관건은 한마디로 사행 여부다. 정부는 포인트를 적립하거나 이를 통해 현물 또는 화폐로 교환하는 행위에 대해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정확히 표현하면 금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에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심정으로 제도화를 타진하고 나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덧붙이면 지금이라도 사고의 전단을 바꾼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간 정부는 게임 장르에 관한한, 편을 가르는 아주 못된 정책을 펴 왔다. 온라인 게임과 모바일게임에 대해서는 햇볕 정책을, 아케이드 게임 및 그 밖의 게임들에 대해서는 무신경 또는 무관심으로 일관해 왔다. 아케이드게임업계의 인큐베이팅으로 만들어진 온라인게임업계와 모바일게임업계의 태생적 족보를 철저히 무시한 채 그들을 차별해 왔다.

그 원죄는 ‘바다이야기 사태’였다 2006년 온 나라를 들쑤셔 놓은 이 사건은 겉으로 보기엔 게임 사행으로 빚어진 참사였지만, 실제로는 이같은 사업을 처음 시도함으로써 빚어진 운영 미숙과 상품권 남발로 인한 금융사건으로 봐야 한다. 만의 하나, 상품권 사업자를 그토록 많이 만들어 놓지 않았다면 ‘바다이야기 사태’와 같은 비극은 있지도, 빚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또 전국 방방곡곡에 들어선 오락실의 허용 결정도 패착이었다. 이 역시 전반적인 시스템 운영에 대한 인식 부족에서 나온 결과였지만, 시도별 쿼터제를 시행하거나, 대로변 주변엔 입주를 허용하지 않도록 하며, 입간판 세우기와 지라시 등을 뿌릴 수 없도록 하는 등 사전에 운용 세칙을 만들어 조율해 갔더라면 그처럼 의욕을 갖고 시작한 성인 게임 개황의 말로는 충격적이지 않았을 게 분명했다.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이후 게임산업계의 투명인간이 돼 버렸다.그 누구도 그들을 쳐다보지 않았다. 그 것은 철저한 외면이자 박대함, 그 것이었다. 오죽하면 이번에 정부에서 리뎀션 게임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선보인다고 하자 업계의 한 원로가 눈물까지 흘렸겠는가.

아케이드 게임은 등급 문제가 아니라 시스템 운용 과정의 미숙이 늘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아케이드 게임 만큼 단순한 게임은 없다. ‘바다 이야기’ 게임도 아주 쉬운 릴게임 장르다. 논란이 빚어진 것은 운용상의 문제였다. 이 게임을 통해 상품권을 퍼다 날랐고, 이 게임으로 도박의 수단으로 삼았을 뿐이다.

‘바다 이야기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으면 실패할 수 없다. 리뎀션 게임에 대해 큰 기대를 나타내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아케이드 게임업계는 이에 대해 이미 충분히 경험을 했고, 이를 극복해 왔다고 자부하고 있다. 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정부는 그간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아 왔다는 것이다.

아케이드게임은 사양 플렛폼이 아니다. 오히려 환경 친화적이며, 대면에 의한 친밀도를 높일 수 있는 가족형 게임이다. 그 때문일까. 경쟁국인 일본과 중국은 전략적으로 아케이드 게임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정부가 아케이드게임업계에 대한 차별 정책을 이즘에서 거둬들였으면 한다. 경쟁력 만큼은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하는 게 그들이다. 충분히 일본, 중국을 따라 잡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규제 샌드박스’가 아케이드게임업계의 새로운 희망의 등불이 되고 있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 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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