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명 운집했던 '광안리 대첩'도 옛추억 … 1인 방송 등 달라진 환경 반영해야

상암동에 자리잡은 국내 최대규모의 e스포츠 전용경기장이 코로나19 사태와 새로운 e스포츠 방송환경의 변화로 인해 기로에 서게 됐다. 

서울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건립한 이 경기장은 그동안 게임방송사인 OGN(구 온게임넷)이 운영을 해 왔다. 그런데 올해 말로 운영계약이 만료되면 더 이상 연장 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OGN은 왜 이런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일까.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게임방송의 핵심 콘텐츠인 대형 e스포츠 대회가 크게 줄었고 코로나19로 인해 관객을 수용하는 것도 어려워 진 것 등이 크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방송을 하지 못하면 광고나 협찬 등이 쉽지 않아 경기장을 운영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0여년 전 게임방송 하나 만으로도 적지 않은 수익을 올렸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일이다. 우리나라는 e스포츠의 종주국이라 할 수 있다. 세계에서 최초로 e스포츠 구단과 프로게이머란 직업도 만들어졌으며 이를 기반으로 게임방송사가 탄생했다. 

e스포츠의 인기가 최정상을 찍었던 것은 17년 전인 2004년 부산 광안리에서 벌어진 '스타크래프트' 프로리그 결승전이 열리던 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변변한 e스포츠 경기장이 없었던 당시에 게임방송사와 e스포츠협회가 부산의 광안리 해변에서 프로리그 결승전을 개최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백사장에 야외무대를 설치하고 이곳을 찾은 팬들을 대상으로 결승전을 치르겠다는 것이었다. 성공을 확신할 수 없는 모험이었지만 결과적으로 그 누구도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 

2004년 7월 17일에 열린 '스카이 프로리그 2004 1라운드 결승전' 경기는 '한빛 스타즈'와 'SKT T1' 경기로 치러졌다. 같은 날 사직 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올스타전 관중이 1만 5000명이었다고 하는데 이날 광안리 백사장을 찾은 팬들은 10만관중에 달했던 것으로 추산된다. 이날의 경기는 게임인들 뿐만 아니라 방송인들과 인반인들의 관심을 집중시켰고 e스포츠의 위력을 전 세계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같은 분위기를 등에 업고 온게임넷이라는 케이블방송사에 이어 지상파 방송사인 MBC에서도 MBC게임이라는 독립된 게임방송사가 만들어지는 등 e스포츠는 청소년들의 가장 인기있는 종목으로 급부상했고 임요환과 이윤열, 홍진호, 박정석 등 걸출한 네명의 프로게이머가 '4대천왕'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한 시대를 풍미했다. 당시 청소년들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 1위가 프로게이머였다는 사실도 관심을 끈다. 

그러나 이러한 e스포츠의 대중적인 인기도 오래 가지 못했다. 청소년들의 관심과 방송의 트렌드가 바뀐 것이다. e스포츠의 성장을 이끈 것은 '스타크래프트'라는 명작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 작품은 뛰어난 e스포츠 요소들을 두루 갖추고 있었지만 영원한 인기를 누릴 수는 없었고 '스타크래프트2'의 등장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여년의 세월이 흐르면서 인기종목이 바뀌었다. 지금은 수많은 e스초츠 종목 가운데 '리그오브레전드'라는 작품이 독보적인 영향력을 과시하며 타 종목들을 압도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방송환경도 급변했다. 게임방송사가 주관하던 경기가 게임 종목사들의 손으로 넘어갔다. 또 과거에는 전문가들이 나와서 해설과 함께 e스포츠 경기를 중계하는 것이 정석이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1인 방송이 인기를 끌면서 한 명의 유튜버가 수십만명, 더 나가서는 수백만 명의 구독자들을 이끌면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톡톡 튀는 그들의 방송진행은 기존 방송사가 따라갈 수 없는 것이었다.

이러한 변화는 게임방송에서만 벌어지는 현상은 아니다. 그 사례로는 지상파 방송사의 정규 프로그램에서 사라진 개그코너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 때 대한민국 젊은이들의 절대적인 관심을 끌었던 KBS 2TV'의 개그콘서트'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이 프로그램은 1999년 9월 4일 첫 방송을 시작한 이후 큰 인기를 끌며 무려 20여년을 이어갔다. 하지만 결국 2020년 6월 26일 마지막 방송을 보내며 문을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대한민국 최장수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이었지만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에서 개그프로그램이 사라졌다고 해서 개그맨들의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유튜브라는 새로운 시장에 도전한 것이다. 개그맨들은 1인 방송인으로서 다양한 코너를 마련해 제2의 전성기를 누리기도 한다. 물론 모두가 1인방송으로 성공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 시장 역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정글이기 때문이다. 

다시 게임방송으로 넘어와서 생각해 본다. 이제 과거처럼 수만명이 광안리에 운집하거나 수백명의 관람객이 경기장에 모여 e스포츠에 열광하는 시대는 지난 것 같다. 게임방송사가 차지하던 막대한 영향력도 크게 줄어들었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어선 안된다.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고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내야 하기 때문이다. 

상암동 e스포츠 전용구장의 활용방안을 놓고 서울시와 e스포츠 관계자들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 듯 보인다. 이번 기회에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수백명이 한 자리에 모여 경기를 관람하는 시설은 꼭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활용도가 높지 않다면 규모를 줄이고 대신 1인 방송인들이 자리 잡고 e스포츠를 중계할 수 있는 시설을 추가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방법 말고도 다양한 대안들이 나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열린 마인드다. 현실적으로 여러가지 난관들이 있겠지만 서울시나 정부 관계자들이 과거의 굳어진 틀에 얽매여 있기 보다는 새로운 시도를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시대가 변하고 있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는다'는 말 처럼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김병억 더게임스데일리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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