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플랫폼 타고 K웹툰 승승장구 … 차세대 게임 플랫폼 주도권 잡아야

지난 달 프랑스 유력매체 르몽드는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이제는 한국의 웹툰 마저도 세계 곳곳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고 대서 특필했다. 오랫동안 일본만화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한국만화는 지난 2000년대 초를 기점으로 종이로 인쇄된 만화책이 아닌 스마트폰에서 스크룰 방식으로 볼 수 있는 웹툰 플랫폼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웹툰 플랫폼이 세계 만화시장의 판을 바꿔놓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 최대 만화 소비국으로 꼽힌다. 독일 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2020년 프랑스에서 총 5310만 부의 만화책이 판매됐다. 이는 4000만 부가 판매된 2016년에 비해 9% 증가한 수치다. 

이처럼 만화를 즐겨보는 프랑스가 점차 웹툰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고 있다. 시작은 지난 2011년 한국 웹툰을 기반으로 하는 ‘델리툰’이라는 플랫폼이 처음 론칭됐는데, 예상치 못한 대성공을 거두면서부터다. 이에 올해 1월에는 프랑스 만화출판 시장점유율 2위의 출판 기업인 델쿠르가 론칭한 베리툰을 비롯해 이즈네오, 웹툰팩토리, 웹툰라인 등이 가세해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아직까지 종이 만화책에 비해 시장규모는 작지만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너도나도 웹툰 플랫폼 선점에 나선 모양새다.

K웹툰 플랫폼은 프랑스, 벨기에, 독일 등 유럽은 물론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이한 점은 세계 최대 만화 소비국이자 만화 종주국임을 자처하는 일본에서 마저 K웹툰 플랫폼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카카오재팬이 운영하는 ‘픽코마’는 지난해 일본 만화앱 1위를 차지했다. 네이버의 ‘라인망가’가 2위로 그 뒤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한국의 두 기업이 일본 웹툰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웹툰 플랫폼을 구축한 네이버와 카카오 등은 국내를 넘어 세계로 진출하며 성장 가도를 달리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수십개의 웹툰 플랫폼이 운영되고 있다. 이를 발판삼아 웹툰 시장도 해마다 높은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2014년 2000억원 규모였던 웹툰 시장이 지금은 연간 1조원이 넘는 주류 콘텐츠 산업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을 정도다. 

웹툰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최근 발간한 ‘2020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콘텐츠산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반면 만화는 두자릿수 매출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수출은 전년대비 무려 36.7% 급증하는 등 해외에서 확고한 입지를 구축한 웹툰 플랫폼을 발판삼아 전 세계 팬들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스위트홈’ ‘이태원클래스’ ‘승리호’ 등 인기 웹툰을 소재로 제작한 영화와 드라마 등이 글로벌 OTT 플랫폼인 넷플릭스를 타고 국내외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최근들어 게임업체들도 사업다각화 및 판권(IP) 확보 차원에서 웹툰 사업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추세다.

한국 만화 산업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매김한 웹툰 플랫폼을 기반으로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에 게임산업은 플랫폼의 주도권 확보에 실패한 탓에 ‘재주부리는 곰’으로 전락했다는 비아냥 속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국내 게임업체들은 막대한 비용을 들여 게임을 제작하고도 유통 플랫폼을 선점하지 못한 탓에 글로벌 플랫폼을 장악하고 있는 구글 등에 30%의 수수료를 고스란히 떼이면서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특히 중소업체들은 직원들에게 돌아가야한 수익의 대부분을 울며겨자먹기 식으로 유통 플랫폼에 빼앗기고 있다며 울분을 삼키고 있다. 구글이 전날 7월부터 일부 수수료율을 인하키로 발표했지만 이 또한 생색내기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발생한 구글 사태의 본질은 시장지배적 사업자 지위를 악용하는 구글의 갑질도 문제지만 이에 앞서 게임업계가 유통플랫폼의 중요성을 간과한 데서 비롯됐다고 할 수 있겠다. 물론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한때 카카오플랫폼은 신작 모바일 게임의 성패를 좌우하는 절대적인 플랫폼 중 한 곳이었다.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등 수많은 히트작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저런 이유로 그 막강했던 게임플랫폼으로서의 명성은 오래가지 못했다. 

원스토어 역시 마찬가지다. 이통3사와 네이버가 힘을 모아 구글 대항마로 출범시킨 토종 앱 장터인 원스토어는 수수료인하 등 나름 애를 썼지만 지금은 그 주도권을 구글에 완전히 빼앗기고 허명만 남아 있을 뿐이다. 최근 KT와 LG유플러스가 수백억원을 투자하기로 하는 등 떠들썩한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구글이 장악한 국내 앱 플랫폼의 판도를 흔들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최근 주식시장에 때아닌 메타버스 광풍이 휘몰아치고 있다. 그 중심에는 지난 10일 뉴욕 증시에 상장한 미국 게임업체 로블록스가 있다. ‘초딩들의 놀이터’라고 불리는 로블록스는 레고 모양의 개인 아바타를 이용해 자신만의 게임과 세계를 만들어 친구들과 공유한다. 이 곳에서 이용 가능한 게임만 5000만여 개에 달한다. 게임 제작의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면서 이 곳에서 활동하는 개발자만 약 200만 명에 이른다고 하니 게임 플랫폼의 새로운 혁명이 아닐까 싶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가상·증강현실(AR·VR), 자율주행차,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들이 우리 생활에 접목되면서 이전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 갈 것으로 보인다. 예컨대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된다면 게임 등 콘텐츠의 핵심 플랫폼은 스마트폰이나 콘솔이 아닌 자동차가 될 수도 있다. AR·VR과 AI를 활용해 만든 게임을 자율주행차에서 즐기는 것을 상상을 해보자. 어떠한 게임이 나올지 예측하긴 힘들겠지만 한가지 만은 확신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에 채택되는 게임플랫폼이 미래 게임 시장을 주도해 나갈 수도 있다는 것을…

우리 게임업계가 지금이라도 차세대 게임 유통플랫폼에 좀 더 많은 관심과 열정을 쏟길 기대해본다.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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