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말 쏟아내는 그들에게 '속수 무책'…'자율'이란 소중한 자산 지켜나가야

확률형 아이템 판매를 둘러싼 논란이 가일층 달아 오르고 있다. 이에 대해 산학 간의 입장차도 뚜렷하고, 정부와 민간기업간의 견해차이도 적지 않다. 한편에서는 아이템을 랜덤식으로 판매하는 것이므로 확률을 밝혀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영업 비밀에 가까운 것이라며 기업 자율에 맡겨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렇게 되자 게임법 개정을 앞두고 있는 정부도 난처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굳이 여기서 외국의 사례를 끄집어 들 필요는 없겠지만(이에 대한 마땅한 비교치가 없기 때문이다), 카지노의 천국이라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일정 확률을 정해 시행토록 하고 있으나 이를 법으로 명문화해 강제하지는 않는다. 다만 확률에 대한 규칙을 어겼을 경우 강력한 행정 처분이 이루어지기 때문에 업소 문을 닫겠다고 각오하지 않는 한 확률을 조작하거나 기계를 만지작 거릴 수는 없다.

그런데 , 최근 이를 놓고 난장이 벌어지고 있다. 자칫 잘못했다가는 게임계에 큰 상처가 돌아가거나 상처뿐인 영광만을 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다. 이같은 배경에는 확률형 아이템의 판매 방식과 함께 때 아니게 이를 꼼꼼히 들여 다 보고 있는 몇몇 정치인들의 가세 때문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불과 몇 년 사이, 게임업계의 큰 수익원으로 자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게임 완성도 보다는 아이템 판매에 의해 그 게임의 성패가 갈라진다는 웃지 못할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업체별 아이템 판매 방식도 다양해져서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으면 그대로 낭패를 볼 수 있다. 따라서 표시된 아이템에 대한 내용을 숙지해 구입하거나, 획득 확률에 대해서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실제로 게임 유저들이 확률형 아이템 판매에 대해 적지 않은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도 바로 이같은 애매 모호함과 유사성이다. 사례별로 보면 일부 게임에서는 획득 아이템 확률이 매우 낮은데도 불구, 이를 랜덤식으로 지급한다고 광고하다 적발됐고, 또 다른 게임에서는 캐릭터 획득 확률을 크게 부풀리다 빈축을 사기도 했다.

해당 게임업체에서는 이에 대해 담당 게임 운용자들이 실적을 쌓기 위해 오버하거나, 기계 작동의 오류 때문이었을 뿐, 유저를 속이거나 기만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나, 성난 유저들의 호된 비판을 피하기엔 역부족인 듯한 인상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유저들은 한마디로 거짓 과장 광고에다 기만적인 방법을 통해 자신들을 우롱했다는 것이다.

이때까지만 해도 게임업체와 소비자(유저)간의 논란은 격론 수준이었다. 양측은 그간 紛亂(분란)이 생기면 서로 조율하며 입장을 좁혀 왔고, 그 마저도 여의치가 않을 땐 공정거래위에 가서 논박을 주고 받아 왔다. 기업과 소비자간 있을 수 있는 아주 국지전적 다툼이었다.

그런데 슬그머니 정치인들이 가세하기 시작하면서 분위기가 아주 험악해 졌다. 야당의 아무개 의원은 지난 3월초 자신의 페이스 북을 통해 게임업계에 대해 ‘악질’ ‘가짜’ ‘사회악’이란 극단적인 단어를 써가며 게임계를 거침없이 깎아내렸다.

3선의 지역구 의원인 그는 그러면서 ‘확률장사 5대악 게임’을 언급하며 주요 게임업체와 게임들을 들먹였다. 그러면서 공정하고 투명하게 확률을 자율적으로 공개하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 소비자를 쉽게 속이기 위한 의도적인 알리바이였다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과거 새누리(현 국민의 힘)당의 모 의원은 게임을 아예 우리 사회의 4대 악 가운데 하나라며 알코올 중독과 같은 맥락에서 게임을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큰 파란이 일었다. 말썽이 일자 뒤늦게 자신의 발언 수위를 낮추기는 했으나,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정치인들의 게임에 대한 사시적인 시각은 비단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기회가 주어졌다 하면 막말 등 극단적인 단어를 써가며 게임업계를 매도했다. 앞서 얘기한 아무개 의원 같은 이는 매출이 1조원이 넘는 기업들에 대해 ‘게임사’ 또는 ‘장사치’라는, 하대의 말을 서슴없이 내던져 그의 게임업계에 대한 인식이 얼마나 천박한지를 한눈에 보여 준다.

게임업계에 대해 함부로 말을 해서가 아니다. 욕에 가까운 막말을 해대는 의원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고, 국회엔 이런 의원들을 제지토록 하는 브레이크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인격은 커녕 품격도 없는 이들이 국민대표라는 게 창피 수준을 넘어 수치스러울 때가 많다. 특히 아무개 의원 같은 이의 발언은 업계와 유저들을 위한 중재적 언급이 아니라 싸움을 부추키는, 거의 선동 수준에 가깝다는 점에서 그의 가벼운 입 처신에 구설이 오르고 있다.

게임업계를 향한 정치인들의 잇단 막말은 가히 수준 이하의 그들 입도 그렇지만, 게임계가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

게임의 태생적 한계 때문이라는 이유로 너무 고개를 숙인 탓은 아닌지, 그래서 그 것을 조금이라도 덮어보려고 가슴조이며 부뚜막 솥뚜껑만 지켜 봐 오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해서 덩치 큰 경제지, 종합 일간지, 더나아가 방송에까지 얼굴을 내보이며 처지를 설명하고 다녔지만 그 결과는 어떠했는가. 한마디로 참담할 따름이다. 되레 또 한사람의 '시어머니'를 불러 들인 꼴이 됐다.

산업은 정치꾼 바람이 일면 바로 서지 못하고 흔들리게 돼 있다. 게임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산업은 그런 측면에서 '보이지 않는 손'에서 특히 자유로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게임계가 스스로 그 길을 지키고 가꾸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정치권 등 이른바 파수꾼이라고 자처하는 이들로부터 늘 휘둘리게 돼 있다.  자율이란 터전이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이다.

[본지 발행인 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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