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시대 거대도시의 용병 생활 구현 … 육체와 인격, 삶에 대한 질문 던져

CD프로젝트레드의 ‘사이버펑크 2077’이 발매됐다. 이 작품은 플레이스테이션(PS)4 및 X박스원, 그리고 스팀을 비롯한 PC를 통해 즐길 수 있다. PS5 및 X박스 시리즈X‧S의 하위호환 플레이도 지원된다.

이 작품은 2077년의 거대 도시 ‘나이트시티’ 배경의 오픈월드 게임이다. 신체 개조가 일상이 된 시대, 기술력을 가진 기업이나 무장 집단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발휘하는 세계다.

또 작품명으로 내세운 만큼 사이버펑크의 장르적 요소들로 구현된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고층의 건물이 빽빽하면서도 복잡하게 얽힌 도시는 현대의 한 장면 같으면서도 자동차가 날아다니는 비현실적인 모습이기도 하다. 또 한편으론 곳곳에서 빛나는 저질스런 네온, 불량배가 어울리는 길거리, 왜색이 짙은 도박장, 퇴폐적인 유흥가 등이 뒤섞인 곳이다.

때문에 도시는 고도로 개발된 것 같기도 하면서도 빈민들이 점거한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공존한다. 도심지와 거리가 멀어지면서 밀도가 낮아지는 모습을 비롯해 외곽 도로의 황야, 쓰레기 매립지, 늘어선 풍력 발전기 등이 세계관의 다채로움을 더한다.

‘사이버펑크’의 시대는 신체에 칩을 삽입해 정보를 주고받거나 바로 기계와 연결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네트워크 세계와 상호작용이 뇌의 과부하를 주는 등 신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도 한다.

개인이 경험하는 시각 및 청각 등 정보를 데이터로 기록하고 이를 편집하거나 감상할 수 있는 ‘브레인 댄스(BD)’ 등 현실에서 없는 공상과학 요소들이 구현됐다. 단순 기록 정보뿐만 아니라 인간 그 자체의 데이터화가 이뤄지는 게 ‘사이버펑크 2077’의 세계다.

이 같은 세계의 거대 도시 나이트시티를 살아가는 용병 ‘V’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남성 및 여성을 비롯한 외형 커스터마이징을 거쳐 노마드, 부랑아, 기업 등 3개의 출신 중 하나를 선택해 게임을 시작하게 된다.

노마드는 도시 외곽 ‘배드랜드’에서 패밀리를 중심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말한다. 부랑아는 도시의 폭력이나 범죄 등과 함께 성장해왔다는 설정이다. 기업 출신의 경우 세계관 최대 기업인 ‘아라사카’ 사원 중 한명이었으나 뜻하지 않게 용병으로의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이 작품은 선택한 인생 경로(출신)에 따라 출발점이 달라지기도 한다. 또 종종 대화에서 출신 전용 선택지가 제시돼 캐릭터의 성향을 드러낼 수도 있다.

출신과 더불어 신체, 지능, 냉정, 테크 능력, 반사 신경 등 5개의 특성을 어떻게 성장시키느냐가 변수로 작용한다. 캐릭터 능력치의 영향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닫힌 문을 강제로 개방하거나 대화에서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등 차이가 나타나기도 한다.

이 같은 출신과 특성에 따른 변수는 매력적이긴 하지만 사건의 결과와는 연결되지 않는 편이다. 이들의 차이가 어떤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내기보다는 지금의 V가 어떤 인물인지를 보다 세세하게 설명하는 것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플레이 초기에는 이 같은 선택에 대한 무게감이 클 것이라 예상하며 고민도 깊어지는 편이다. 그러나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차 이 같은 고민이 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내려놓게 만든다.

그렇다고 이 같은 변수의 매력이 완전히 없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자신이 생성한 캐릭터의 특징을 나타내고 몰입하는 과정을 돕는 측면에서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요소가 되기 때문에서다.

*아래 내용은 '사이버펑크 2077'의 주요 이야기 및 결말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본격적으로 나이트시티에서의 용병 생활을 시작한 V는 세계관 최대 기업 아라사카 총수의 아들로부터 어떤 물건을 훔쳐오는 의뢰를 수락하게 된다. 목표물은 아라사카 기업이 내세운 불사의 기술이 담긴 바이오칩 ‘렐릭’이다.

그러나 이를 손에 넣는 과정에서 아라사카의 총수가 살해당하는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계획이 틀어지며 V는 쫓기는 신세가 된다. 또 도주 과정에서 보관함이 충격을 받아 바이오칩이 훼손될 위기에 처하자 임시방편으로 몸에 칩을 삽입하게 된다.

조용히 처리하려던 계획이 실패하자 V가 의뢰 중개인으로부터 배신을 당해 총을 맞는 것까지가 이 작품의 프롤로그다. 이후 돌연 밴드를 탈퇴하는 로커이자 아라사카 타워를 공격하는 ‘조니 실버핸드’를 플레이하게 된다. 또 테러 이후 탈출에 실패하고 아라사카에 붙잡힌 조니의 모습을 비롯해 알 수 없는 내용들로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된다.

이후 V가 삽입한 바이오칩이 조니의 인격을 데이터화시킨 것임을 알게 되면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V가 총을 맞고 사망하자, 삽입된 바이오칩이 육체를 빈 저장소처럼 인식해 조니의 인격을 재구성하면서 되살아나게 됐다는 설정이다. 이로인해 V는 조니의 기억을 공유하게 되는 동시에 환각처럼 조니의 모습이 보이게 된다.

그러나 앞으로의 재구성 과정에서 DNA를 비롯해 뇌의 신경망 등 육체가 망가지고 단기간에 죽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같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시한부의 처지로 V와 조니 두 인격이 하나의 육체에 공존하는 상황을 해결해 나가는 게 주요 스토리 라인이라 할 수 있다.

V는 당초 절도를 의뢰한 ‘이블린 파커’ 그리고 바이오칩을 제작한 아라사카의 직원 ‘엔더스 헬맨’의 행방을 찾아가게 된다. 또 한편으론 아라사카 총수의 심복이었던 ‘타케무라’의 요청에 기업 승계의 판도를 뒤흔드는 것을 돕기도 한다.

아라사카 타워 지하의 데이터 요새인 ‘미코시’를 통해 V와 조니의 인격을 데이터화시켜 분리한 뒤 다시 육체로 이동시키는 방법도 제시된다. 이 같은 이야기들을 따라가며 나이트시티를 감상하는 게 이 작품의 재미다.

또 보조 임무들을 통해 주변 인물들과 관계를 쌓아가는 과정에서 작품 세계관의 공백을 채워나갈 수도 있다. 특히 브레인 댄스 편집자 ‘주디’, 배드랜드의 노마드 출신 ‘팬앰’, 과거 조니의 밴드 멤버인 ‘케리’ 등에 대한 보조 임무는 수차례의 진행을 통해 캐릭터의 깊이를 더해가도록 구성됐다.

이는 나이트시티에서의 직업이나 삶의 방식, 문화를 보다 자세히 그려내면서 작품 세계관을 풍성하게 만든다. 사람의 기억을 편집하는 브레인 댄스를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하는 주디의 모습에서 허구의 기술이지만 설득력을 더하고 공감하도록 이끌어간다는 것이다.

또 리더와 갈등으로 패밀리의 합류를 주저하는 팬앰이나 뮤지션으로서의 고집에 범죄행위도 불사하는 케리 등의 모습에서 나이트시티의 인물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짐작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외에도 자율주행 택시 인공지능(AI) ‘델라메인’을 통해 풀어내는 AI의 반란 이야기도 흥미로운 편이다.

이 작품은 곳곳에서 세계관의 정보를 노출하고 있다. 엘리베이터에 설치된 화면의 뉴스, 이동수단의 라디오, 수많은 기록장치(샤드)를 통해 이 세계의 역사나 사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환경오염이나 동물 전염병, 국가와 외교, 산업 및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 작품에 대한 상상력을 더 넓게 뻗어갈 수 있도록 돕는다. 크롬의 임플란트를 신체가 거부하는 부작용이나 정신적 영향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공상과학의 요소들을 채워넣고 있다.

또 한편으론 미래 세계 우리가 겪게 될지도 모를 쟁점이나 갈등을 암시하기도 한다. AI가 쓴 소설이 문학상을 타거나 신체 개조한 운동선수, 안드로이드와의 관계 등을 언급하고 있다. 신체 개조에 대한 인간성이나 종교적 관점 등에 대한 논쟁도 일상의 하나처럼 배치됐다.

음성 현지화를 통한 성우들의 연기로 이를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작품의 큰 장점이다. 남성과 여성 V 각각의 매력 역시 게임을 다시 시작하게 만드는 동기부여가 되는 편이다.

이 작품은 결말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몇 개의 선택지를 제시한다. V와 조니 둘 중 어느 인격으로 아라사카 타워에 침입할 것인지 또는 아라사카의 후계자 싸움에 협력해 보상을 받을지를 결정해야 한다.

그러나 목적을 달성해도 이미 육체의 변형이 진행돼 V의 인격을 받아들여도 얼마 살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사실만 확인하게 된다. 이 작품은 이를 통해 인격 및 기억을 데이터화시킬 수 있는 시대를 가정하며 이에 대한 가치관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시한부 인생의 육체로 돌아가 인격을 동일시할 것인지, 아니면 사이버 세상에서의 인격을 유지할 것인지를 비롯해 삶 그리고 육체와 인격 간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이끌면서 이 작품은 끝난다.

X박스원X 및 PS5를 통해 플레이한 결과, 익히 알려진 것처럼 간헐적으로 비정상적인 종료 오류를 경험했다. 또 프레임 저하를 비롯, 오브젝트, 캐릭터, 인터페이스 등이 잘못 동작하는 사례도 다수 발견됐다. 그러나 걱정했던 것에 비해 큰 문제없이 결말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 이상의 작품이 됐다고 평하고 싶다.

[더게임스데일리 이주환 기자 ejohn@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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