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한복‧아리랑 등 한국 전통문화까지 기웃 … e스포츠까지 넘보지 않을까 우려

몽골제국에 맞선 고려의 30년 항몽전쟁이 끝난후 쿠빌라이가 중원에 세운 원나라는 갖가지 무리한 요구를 하며 고려에 대한 간섭을 본격화했다. 특히 원은 양국 간의 통혼과 함께 공녀를 요구했다. 충렬왕은 원 세조의 공주를 맞아들여 부마가 됐으며, 해마다 백여명의 고려 여인이 공녀로 끌려갔다. 원에 끌려간 공녀는 대개 황실의 궁인이나 황족의 시녀가 됐다. 원 말에는 궁중의 급사나 시녀 대부분이 고려 출신 여성이었다. 이 때문인지 원나라 각지에 고려식 복식과 음식, 기물이 유행했다. 이를 두고 '고려양(高麗樣)' 또는 '고려풍(風)'이라고 했다. 과정이야 어찌됐든 고려는 당시 세계를 주름잡던 몽골 중심의 천하에서 유일하게 자주권을 지키면서 자국의 문화를 꽃 피운 셈이다.

'고려풍'을 일으킨 데에는 원에 유입된 빼어난 고려문물이 큰 역할을 했다. 원 세조는 고려인이 기술이 뛰어나고 유학경서에도 능통하다고 찬사를 보내면서 '고려국유학제학사'를 설치해 고려 유학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도록 했다. 충선왕은 원나라 수도에 '만권당'이라는 학당을 열어 두 나라 석학이 만나 학문교류를 하는 장으로 만들었다. 원에 고려의 뛰어난 불전 사경본이 수출되고, 고려의 바둑 고수들이 초빙되기도 했다. 물론 '고려풍' 못지않게 몽골의 여러 이색풍속인 '몽골풍'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다. 이는 주로 복식과 음식, 언어 등 생활문화 영역에서 일어났으며, 그 여파는 오늘날까지도 미치고 있다. 이와 같이 '고려풍'과 '몽골풍'으로 대변되는 양국 간의 교류에서 보듯 비록 이질문명이지만 서로의 문화를 존중하며 생산적 융합이 이루어질 때 상호 윈윈하는 문화교류가 이뤄진다.

최근들어 아시아권을 넘어 북미와 유럽, 남미, 중동, 아프리카 등 전세계로 '한류(韓流)' 붐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반발해 일부 국가에서는 역풍도 불고 있다. 혐한 서적이 베스트셀러가 되는 나라가 있을 정도다. 또한 한류 확산을 막는 것이 어려워지자 아예 한국의 고유문화를 자기껏이라고 우기고, 한류의 주역들을 상대로 생떼와 억지를 부리는 나라도 있다.

얼마전 게임업계에선 한복 논란이 불거졌다. 사건의 발단은 이러하다. 중국게임업체 페이퍼게임즈는 ‘샤이닝니키’ 한국 출시를 기념해 한복 의상을 선보였다. 하지만 이를 중국 네티즌들이 한복이 아닌 한푸라고 항의하자 해당 의상 삭제와 곧바로 한국 서버 철수 입장을 나타냈다. 한푸는 중국 명나라 시대의 의상이다. 이에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한복 논란을 일으킨 업체에 항의 메일을 보내 한국 게임유저에 대한 사과를 요구했지만 묵묵부답이다.

게임내 한복 논란은 문화 열등감에 빠진 중국이 이제는 문화적 동북공정까지 서슴치 않고 진행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에 불과하다. 중국은 이미 옌볜 조선족 자치주의 전통풍습이라며 아리랑과 함께 씨름, 가야금 등을 국가무형문화재 목록에 등재까지 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한국 고유의 문화마저 넘보는 문화 도적질이자 동북공정의 일환"이라고 비판했지만 중국은 아랑곳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은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중국과 교류가 잦은 국내 게임계가 주목해야할 사건들이다. 

최근에는 SBS 인기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이 중국 언론과 네티즌들로부터 때아닌 봉변을 당하는 일이 발생했다. 런닝맨 출연진의 부루마블 게임을 문제로 삼은 것이다. 부루마블은 세계 도시를 돌면서 자산을 투자하는 보드게임이다. 출발점을 지나자마자 타이베이가 중국 수도 베이징과 나란히 나온다. 여기에 중국 국기인 오성홍기와 대만기를 나란히 배치한 게임 지도를 사용함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훼손했다는 게 중국 측의 주장이다. 

이런 중국의 '한국 연예계 때리기'를 놓고 일각에서는 한류에 대한 질투심 때문이라 분석이 나온다. 중국이 한류 스타인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에 억지를 부리는 것 정도는 이해할 수도 있겠다 싶다. 얼마나 부러우면 어린애 처럼 저리 생트집을 잡을까하는 측은지심도 없지 않다. 

그런데 문제는 사드 사태이후 중국의 한류 소비 대부분이 불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예능을 닥치는 대로 표절하고 정식 수입하지 않은 방송 프로그램을 몰래 도둑시청하면서 ‘보이콧’ 운운하는 것 자체가 어이가 없을 뿐이다. 

방송계 뿐 아니라 국내 게임업체들도 중국업체들의 무분별한 판권(IP) 표절과 무단 도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 정부가 판호를 무기로 한국 게임업계를 억누르고 있는 탓에 해당 게임업체는 중국 게임업체들의 양심에 호소할 뿐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오는 2022년 중국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게임업계의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은 게임을 규제하면서도 e스포츠 산업 육성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e스포츠산업 규모는 올해 23억(한화 약 2.5조원) 달러를 상회할 정도로 높은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특히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면서 중국의 입김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때문에 e스포츠 굴기에 나선 중국이 아시안게임을 계기로 게임 분야 마저 동북공정의 타깃으로 삼지 않을 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중국은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다고 판단이 들면 자신들이 e스포츠 종주국이라고 우기고도 남을 나라다. 지난친 기우일꺼라 믿고 싶지만 우리 게임계의 철저한 대비가 필요해 보인다. 올해 한국(LCK)이 중국 팀을 꺾고 3년만에 ‘롤드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더게임스데일리 김종윤 뉴스2 에디터 jy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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