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인의 게임의 법칙] 권 이사장 업계 최초의 훈장 서훈…제도 정비 전이라도 논공행상 바람직

권 혁빈 스마일게이트 희망 스튜디오 재단 이사장이 최근 정부로부터 보관 문화훈장을 받았다. 그는 스마일게이트 창업자이자 게임계에선 온라인 1세대에 가깝다. 업계에서는 베일에 가려진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라고 불릴 정도다. 워낙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꺼려 하는 성격 탓도 있지만, 본인 스스로 게임계에선 주류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란 게 그를 아는 사람들의 평이다.

이에 따라 그의 주변에 대해 알려져 있는 것이 별로 없다. 중국에서 빅히트를 기록한  FPS (1인칭 슈팅게임)게임 크로스파이어와 이 게임을 만들어 서비스하고 있는 기업이 스마일게이트란 정도는 알고 있지만, 그 게임을 완성한 인물이 권 혁빈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들은 그렇게 많지 않다.

자그마한 게임회사를 만들어서 시장에 도전을 해 보았지만흥행결과는  형편없는 참패였다. 그리고 몇 번의 도전 끝에 만들어낸 작품이 크로스파이어였다. 하지만 이 작품 역시 국내에선 먹혀들지 않았다. 당시 시장에선 비슷한 장르인 드래곤 플라이의 스페셜 포스와 게임하이의 서든 어택이 시소를 벌이며 시장을 양분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중국으로 시선을 돌린 건 새로운 선택지를 찾기 위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함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이름도 알려지지 않았던 중국 채팅 기업 텐센트와 조우를 했고, 거기서 '미소년'과 같은 마화텅 사장을 만났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을까. 이 두 사람의 합작에 의해 재 탄생한 크로스파이어는 당시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대박을 터트리게 된다. 일일 동접이 무려 450만에 달했고, 한달 수입은 수 천억원대에 달했다. 스마일게이트와 권 사장은 물론, 현지에선 거의 무명에 가까웠던 텐센트와 마화텅 사장은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크로스파이어의 전설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하루 일일 접속자 수가 8백만에 달하고, 이 게임을 받아 서비스하는 국가는 약 80여개국에 이른다. 최근의 누적 접속자 수는 약 10억명에 이른다 한다. 이 만큼이다 싶으면 슈퍼 스타 BTS급이다.

하지만 권 이사장에 대해서는 더이상 알려진 게 없다. 전북 전주 출신에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나왔다는 게 그의 이력 전부다. 그런 그에게 정부에서 게임산업계에선 최초의 보관 문화훈장을 수여한 것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의 문화 훈장 서훈 소식에 깜짝 놀란 곳이 다른 곳도 아닌 권 이사장의 터전인 게임계였다는 점이다.

솔직히 게임계에선 권 이사장의 문화훈장 서훈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이다. 그만큼의 수출 공훈을 세웠다면 진즉에 훈장을 줬어야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서훈 내용만 보며 만지작 거렸다. 필자가 기억하기로는 몇 년째 그러했다. 그런데 올 연말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권 이사장에게 서훈을 수여한 것이다.

업계가 놀란 것이 바로 이 점이다. 정부는 그간 게임계에 대해 훈장을 줄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로 관계 법령의 미흡함을 꼽았다. 예컨대 법적 근거가 있어야 하는 데 그렇지가 못하다는 것이다. 정부가 말하는  대표적인 법적 근거는 대중문화 예술진흥법이다. 그런데, 이 법률에  게임을 언급해 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훈장을 주고 싶어도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줄 곧 견지해 왔다.

이에 따라 게임계에서 가장 큰 상으로 여기는 대한민국 게임 대상에서도 문화훈장 서훈 수상 순서 따위는 없다. 게임 경연의 어워드라는 점에서 그럴 수도 있겠다 하겠지만, 그 어워드에는 산업계의 공로상 등 특별상을 수여하는 순서만 따로 마련돼 있다

최근 필자는 대한민국 게임대상 ver 2.0'이라는 칼럼을 통해 이같은 아쉬움을 지적했다. 이번에 권 이사장이 보관 문화훈장을 수상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은 방송영상, 만화, 캐릭터 중심의 어워드다. 물론 게임 장르도 포함돼 있다. 하지만 게임계 입장에서 보면 다소 거리감을 주는 어워드다. 그 때문인지 업계 관심도 역시 크게 떨어진다. 그저 수출을 잘한 기업에 수출탑을 전달하는 자리 정도로만 인식돼 온 까닭이다.

권 이사장이 어떻게 정부로부터 문화훈장을 받게 됐는지 그 과정에 대해 소상히 알고 싶지 않다. 나라에 큰 공훈을 세웠다면 법적인 게 문제될 게 있겠는가. 막말로 그 정도로 외화를 벌어들였다면 그보다 더 한 훈장을 받아도 부족함이 없다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감출 수 없는 것은 산업계 최초로 받게되는 문화훈장 서훈 수상식을 굳이 게임업계의 관심도가 떨어지는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에서 할 필요가 있었느냐 하는 점이다.

게임계의 경사를 게임계 모두가 공유할 수 있도록 수여식 일정에 대해 더 고민을 했다면 더 나은 자리가 되지 않았겠나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대한민국 게임대상시상식에서 이같은 자리가 마련됐다면 권 이사장은 물론 게임계의 감회가 남다르지 않았을까.

유감스런 일은 또 있다. 정부가 권 이사장에게 훈장을 수여한 것을 놓고 보면 법률적인 것은 둘째치고 공훈만으로도 훈장을 줄 수 있다는 뜻이 아닌가. 그렇다면 그간 게임 산업계를 위해 봉사하고 헌신 해 온 인사들에 대한 공적을 심사해 권 이사장과 함께 서훈을 줬으면 어떠했겠나 싶은 것이다.

훈장 서훈 논의에 대해 다소 이르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국내 게임 산업계의 역사는 이미 한 지점을 통과했다고 본다. 그렇다면 그 지점에서 산업의 역사와 인물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본다. 필자는 지금도 늦었다고 생각한다.

산업에 대한 품격과 사회적 인식은 이같은 세심한 절차와 과정의 흐름 속에 이뤄지고 만들어진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또 기업과 인물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그들의 공과 등을 통해 산업이 숨쉬고 굴러간다고 생각한다.

권 이사장의 서훈 수상 소식은 그런 측면에서 산업계 여러 면을 살펴보게 하는 빅뉴스였음엔 틀림없다. 권 이사장의 서훈 수상을 뒤늦게나마 축하한다.

[더게임스데일리 모인 뉴스 1에디터  inmo@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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