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중국 4년 만에 한국 게임 허용…시장환경 급변해 녹록지 않을 것

우리나라 게임업체들에게 중국은 한마디로 '기회의 땅'이었다. 10여년 전만 해도 우리 온라인게임업체들에게 중국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와 같았다. '미르의 전설'을 필두로, '던전앤파이터' '크로스파이어' 등 수많은 작품들이 중국시장에서 빅히트를 기록하며 우리 업체들의 폭발적인 성장에 핵심역할을 했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들 작품은 중국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며 우리 업체들의 마르지 않는 샘처럼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크로스파이어'의 경우 개발사인 스마일게이트에 연간 1조원에 가까운 로열티 수입을 안겨주고 있다. 초기의 개발비를 빼면 투자되는 비용은 많지 않으면서 수익은 천문학적이란 말이다.

그야말로 한번 대박이 나면 10년 이상 휘파람을 불면서 돈을 긁어모을 수 있으니 누가 이를 부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래서 우리 게임업체들은 거대한 중국시장을 노리고 너도나도 골드러시에 나섰다.

하지만 초창기 내집 안마당 처럼 수월했던 중국시장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더이상 우리의 곳간이 아니게 변해버렸다. 어떻게 해서든 우리 게임을 수입하려 혈안이 됐던 그들도 더이상 우리 게임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된 것이다. 

이렇게 변하게된 가장 큰 이유는 그들이 절치부심하며 '한국 뛰어넘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인 결과 우리와의 기술적, 운영적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일부 분야의 경우에는 우리를 뛰어넘는 경지에 도달했다.

다른 하나는 게임시장의 주류가 바뀌었다는 것이다.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시장의 주도권이 넘어가면서 그들은 모바일게임 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했고 온라인과 달리 인프라 구축이 상대적으로 수월한 무선 모바일 인프라가 급속히 확대됨에 따라 그들은 엄청난 속도로 우리를 따라 잡았다.

그 결과 몇년 전만 해도 국내 유저들에게 '조악하다'며 외면당했던 중국산 모바일게임들이 이제는 '재밌고 신선하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구글과 애플의 모바일게임 최고매출 순위에 중국 게임들이 대거 상위권에 진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얼마전 중국이 약 4년 만에 한국 게임에 대한 서비스 허가권인 ‘판호’를 내주면서 이목이 쏠리고 있다. 컴투스의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가 판호를 발급받았다. 이는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걸어 잠근 한국 게임에 대한 빗장을 4년 만에 열어준 것이다.

때문에 그간 막혀있던 중국 시장 진출길이 활짝 열리는 게 아니냐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반면 아직 안심할 수 없는 단계인 만큼, 이번 판호 발급이 예외적일 수도 있다는 조심스런 진단도 나온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가장 먼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주식시장이었다.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 컴투스 뿐만 아니라 많은 게임업체들의 주가가 단기간에 급등했다. 현재 주식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탓도 있겠지만 향후 중국시장에서의 매출확대를 예측한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러한 낙관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그 이유는 중국 시장이 과거와 다르게 변했기 때문이다. 또 그들의 실력도 과거와 다르다. 

중국시장에 들어서기만 하면 하루아침에 돈방석에 앉게 될 것이라는 환상도 버려야 한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중국시장 역시 치열하고 냉정한 전쟁터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하루에도 수백개의 모바일게임이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우리와는 비교할 수 없는 물량공세다. 그 중에서 오직 한두개 작품만 주목을 받는다. 어찌 보면 우리나라보다 더 뜨겁고 살벌한 곳이 중국 게임시장이라는 얘기다. 

과연 이러한 시장 속에서 한국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잘 될 것이란 희망은 버려야 한다. 그들은 이제 양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상당히 발전해 있다. 그것은 이제 우리 유저들도 인정하고 있다. 

판호 발급이 중단됐던 4년이란 시간은 결코 짧지 않았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게임시장에서 그 시간은 아마도 서너번의 트렌드가 바뀌고 몇번의 기술적 진보가 이뤄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많은 업체들이 '서머너즈워' 이후 이어질 두번째와 세번째 판호발급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모양이다. 당장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과 ‘블레이드&소울 레볼루션’을 비롯,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엠게임의 ‘진열혈강호’ 등이 손꼽히고 있다.

중국 정부가 이후 어떻게 나올 것인지는 현재로선 알수 없다. 그들은 지난 4년 동안 '한국 게임에 대한 차별은 없었다'고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중국 내에서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럽다. 

중국의 판호 발급은 2017년 9368건에서 2018년 2064건, 지난해 1570건, 올해 상반기 609건으로 감소 추이를 보여왔다. 또 외국 게임 판호 건수도 2017년 467건에서 2018년 55건, 2019년 185건, 올해 상반기 27건 등으로 크게 감소해 왔다는 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남을 탓하기 전에 먼저 나를 돌아봐야 한다'는 말이 있다. 그동안 중국 정부의 판호발급 중단을 탓하며 속을 끓여왔다면 이제는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 어떤 환경 속에서도 최고를 보여줄 수 있도록 우리의 실력을 먼저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중국뿐 아니라 세계 어디에 내놔도 인기를 끌고 성공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중국을 뛰어 넘어야 한다. 4년 만의 판호 발급은 호재가 분명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맞이하는 호재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우리 자신인 것이다.

[더게임스데일리 김병억 편집담당 이사 bekim@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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