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RTX 3080’ 대란 … 국내 유통 구조 문제점 적나라하게 들어나

RTX 신제품을 발표하는 젠슨 황 엔비디아 대표

엔비디아가 출시한 19번째 지포스 그래픽카드 시리즈 RTX 3090, RTX 3080, RTX 3070이 게이머들 사이에서 한층 향상된 그래픽과 성능대비 낮은 가격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다만 국내 게이머들 사이에선 이번 ‘RTX 30’ 시리즈 중 RTX 3080 제품에 대한 물량과 가격이 논란이 돼 국내 유통사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졌다. 원인은 엔비디아가 발표한 그래픽카드 가격과 비교해 너무 비싼 국내 소비자 가격이었다.

이는 그동안 비교적 높은 가격으로 제품을 판매했던 국내 대표 전자상가인 용산전자상가에 대한 게이머들의 불만이 누적돼 오던 상황에서 터진 사건이기도 하다.

이번 RTX 신제품은 기존 최고 기록을 깨고 이전 튜링 세대 대비 최대 두 배의 성능과 1.9배의 전력 효율성을 갖췄다. 2세대 엔비디아 RTX를 활용한 실시간 레이 트레이싱과 AI 게임도 제공한다.

엔비디아 리플렉스 기술로 실시간 FPS 게이밍 지연 시간을 최적화하고 측정하거나 AI 기술로 애니메이션 된 3D 개체를 활용해 스토리텔링 연출을 지원하는 ‘옴니버스 머시니마’ 기술 등 신기술이 적극 도입됐다.

또 신속한 GPU 기반 로딩 및 게임 자산 압축해제를 통해 하드 드라이브 및 기존 스토리지 API 대비 입출력 성능이 최대 100배 빨라지기도 했다. 이러한 성능 향상은 단순한 게임 최적화뿐만 아니라 스트리밍과 e스포츠 등에서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국내 게이머들의 직구 열풍

이러한 신제품에 게이머들은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엔비디아 측이 발표한 가격이 RTX 3080 기준 699달러(한화 약 79만 원)로 확인되며 ‘그래픽카드 혁신’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긍정적인 반응이다.

게이머들은 그동안 국내 유통 구조로 인해 국내 판매 가격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국내에선 수입사, 총판, 도매상, 소매상 등 다양한 유통 경로를 거치면서 소비자인 게이머가 구매하는 가격은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런데 에이수스(ASUS)에서 RTX 3080을 오프라인 소매업자가 아닌 온라인 쇼핑몰 ‘쿠팡’을 통해 90만 원대에 판매하면서 국내 게이머들의 찬사를 받게 됐다. 이 가격이 가능한 이유는 국내 수입사인 에이수스가 총판, 도매상, 소매상을 거치지 않고 쿠팡으로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방식을 선택했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게이머들의 직구 열풍으로 번지게 됐고 이엠텍, 기가바이트 등 대다수 국내 수입사들은 에이수스의 행보를 따라가게 됐다. 다른 업체인 MSI의 경우 RTX 3080을 147만 원대에 판매 시작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후 가격 인하가 이뤄졌으나 여전히 이미지 개선을 이뤄내지 못하고 있다.

국내 게이머들은 에이수스에 대한 찬사를 보내고 있다. 수입사 입장에서 갑자기 기존 유통 구조를 바꾸는 것은 큰 모험인 만큼 이러한 결단을 내린 것에 대해 호평하는 것이다. 또 그동안 보여준 일부 국내 업자들의 악습이 해결되는 것 같아 통쾌하다고 평했다.

품절된 RTX 제품
품절된 RTX 제품

# 합리적인 가격 개선에 품귀현상 나타나

이러한 가격 개선으로 게이머들에게 합리적인 가격으로 그래픽카드를 구매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으나 판매 개시 1초 만에 품절되는 등의 제품 품귀현상도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매 가능한 RTX 3070이나 그 이하 제품들은 현재 물량에 여유가 있으나 RTX 3080은 아직 품귀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원인은 제조사의 공급 부족이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히고 있으나 다른 원인도 지목되고 있다.

다른 원인은 흔히 ‘되팔렘’을 불리는 재판매를 목적으로 구매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은 제품을 구매한 뒤 다른 방식을 통해 해당 제품을 팔거나 또 다른 제품이 ‘끼워 팔기’ 형태로 마진을 남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재판매 방식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논란이 도는 현상이다. 이외 코로나 19로 인해 산업 활동에 제약이 있는 것이 품귀현상이 지속하는 원인으로 꼽히기도 했다.

# 유통 구조 변화 일어나나

RTX 3080에서 시작된 국내 그래픽카드 유통 변화는 일회성에서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게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또 7월 RTX 3080 관련 논란이 일어나기 전 지마켓, 옥션 등을 소유한 이베이코리아에서 용산 소재 부품 기업을 대상으로 직매입 준비 중이라는 소식이 알려지기도 했다. 만약 쿠팡에 이어 이베이까지 유통 구조 변화에 참여한다면 이번 사태가 단순 대란으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현재 국내 게이머들의 입장은 완고한 상황이다. 지난 10월 25일 KBS에서 다큐멘터리 ‘미워도 다시한번 – 용산 전자상가 72시간’을 통해 용산전자상가의 일상을 다뤘으나 오히려 게이머들에게 KBS가 비판받는 상황이 연출됐다.

합리적인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이러한 유통 구조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관련 상가군 판매자들은 소비자를 조롱하거나 유통사를 비판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방법을 구상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그동안 게이머들에게 행해진 악습으로 훼손된 이미지는 회복 불가능한 수준이 도달한 셈이다.

[더게임스데일리 신태웅 기자 tw333@tg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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